플루토에서 아침을
Breakfast On Pluto, 2005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1998년 발간된 ‘패트릭 맥케이브’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아일랜드 시골 마을 성당 앞에 버려진 고아 ‘패트릭’이 자신의 정체성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감독 '닐 조단'은 <크라잉 게임>, <푸줏간 소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등을 통해서 독특한 정체성이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삶과 그 안의 휴머니티를 그리는데 주력해왔고, <플루토에서 아침을>에서 <푸줏간 소년>의 원작 소설가였던 패트릭 맥케이브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며 또 한번 울림을 준다.

‘미스 키튼’의 파란만장한 삶
영화는 36개의 소챕터로 구성되어있으며, 각 챕터마다 그 챕터에 딱 맞는 BGM과 주인공의 좌충우돌 사연이 등장하면서 지루할 틈 없이 리드미컬하게 전개된다.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의 사제관 앞에서 버려진 채 발견되었던 패트릭은 엄격하고 모진 양부모에게 맡겨져 자란다.
어려서부터 양엄마의 드레스를 입고 여자처럼 화장하던 그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스스로를 성녀의 이름을 딴 ‘키튼’이라고 부르고, 학교의 고민 상담 시간에 “성전환 수술을 잘하는 곳이 어딘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등 몸은 물리적으로 남성이지만, 마음은 여성인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덕분에 양부모에게 크게 혼난 뒤 집을 나온 키튼은 지나가던 밴드의 차를 얻어 타게 되고 밴드의 보컬인 빌리와 사랑에 빠져 함께 무대에서 노래를 하며 아일랜드 곳곳을 떠돈다. 그러나 빌리가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며 영국을 상대로 테러활동을 벌였던 과격 조직)에 공급하던 무기를 키튼이 다 내다 버리는 바람에 죽을뻔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후 아일랜드에 미련이 없어진 키튼은 엄마인 '아일리 버긴'이 살고 있다는 영국 런던으로 떠난다. 영국에서 엄마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도 마술사의 보조, 인형탈 알바 등을 전전하고 테러범으로 몰리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여정을 거친다.

미소와 상상의 힘
그녀는 부모가 누군지 알지 못하기에 과거와 현재를 잇지 못하고, 남성의 몸에 여성의 자아를 담고 있으며, 북아일랜드에서는 심각한 정치적 상황에 질려 하고 영국에서는 아일랜드인 여장남자라는 이유로 테러범으로 오인 받기도 한다.
이렇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경계선상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다양한 역경과 배신, 실망과 오해를 겪지만 키튼은 이에 굴하지 않고 늘 웃는 얼굴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긍정하려 한다. 또한 발칙한 상상력과 유머로 매번 상황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재치를 발휘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플루토에서 아침을’이란 노래는 키튼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다. '돈 패트리지'가 1969년 발표한 이 노래는 “의자를 떠나지 않고도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꾸며 어디든 갈수 있다. 그러니 날 수 없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에 가서 지구를 내려다 보고, 화성에도 가서 별들 사이를 유람하다 명왕성에서 아침을 먹을 테니.“라는 가사를 밝은 멜로디로 들려준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꿈과 생각만큼은 자유롭게 나래를 펼치게 하면서 희망을 놓지 말라는 이 노래의 메시지는 키튼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꼭 닮아있다. 이런 태도를 지키면서 사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자기연민에 빠져 주저앉고 싶어지는 시간들이 닥쳐올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거라고 영화는 말한다.

킬리언 머피의 재발견
키튼 역의 ‘킬리언 머피’를 <배트맨> 시리즈나 <나이트 플라이트> 등의 영화를 통해 기억하고 있었던 관객들이라면 영화 속 그의 변신이 처음에는 꽤나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라고 하기엔 선이 굵고 남자라고 하기엔 어여쁜 킬리언 머피의 중성적인 외모와, 키튼을 연기하기 위해 드랙퀸들과 어울리며 몇 주간 여성들의 제스처를 연구했던 그의 노력이 어우러져 어느 순간 키튼이라는 캐릭터는 관객들의 마음 속으로 자연스레 걸어들어온다.
킬리언 머피는 뻔뻔스럽고도 노련하게 추파를 던지기도 하고, 깜찍한 상상력으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보호본능과 연민을 자극하는 등 섬세한 연기를 펼치면서 처음의 어색함을 날려버리고 키튼의 매력에 관객들이 빠져들게 한다.

열연을 선보인 킬리언 머피를 비롯해, 그 밖에도 자식 구출 전문 배우 ‘리암 니슨’이 키튼을 거둔 신부님으로 등장하여 진중한 매력을 뽐내고, <크라잉 게임>에서 IRA역으로 여장 남자와 사랑에 빠졌던 ‘스티븐 레아’가 마술사 역으로 나와 키튼과 또 한번 사랑에 빠지며 재미를 주고, ‘에이전트 오브 쉴드’의 '레이나' 역으로 알려진 ‘루스 레가’가 키튼의 친구 찰리로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키튼의 옆자리를 지켜주기도 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성격의 캐릭터들과 연기파 배우들의 노련함이 어우러져 영화는 더욱 풍성함과 설득력을 획득한다.

영화 속 키튼의 성정체성이나 신부님의 금기된 사랑이야기 등은 어떤 사람들에겐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에고 정해진 성별에 따라 한 개인은 이런 모습이어야만 한다거나, 삶이나 행동은 이러해야만 한다는 절대적 진리는 없다. 과거나 성별, 개인적, 시대적 배경이 어떠하건 간에 우리는 키튼처럼 자신의 본래 모습을 제대로 찾아내어 그것에 솔직하게 살아가는 용기를 발휘해야 하고, 서로 그렇게 살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또한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이를 지켜내면서 이해와 수용 속에 살아갈 때 비로소 인생은 뿌리 깊은 행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누구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살아가는 저 멀리 있는 세상 '플루토'에서, 다정한 눈빛을 한 소중한 사람들과의 따스한 아침식사를 꿈꿔본다.
 |
|
 |
닐 조던 감독이나 킬리언 머피를 좋아하는 사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고 그 모습대로 살아가고픈 사람
영화 OST를 중시하는 사람 |
|
|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닐 조단의 퀴어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여자보다 더 사랑스러운 남자 키튼의 성장드라마다. 이미 <크라잉 게임>을 통해 IRA와 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감동으로 아우른바 있는 감독의 재치는 킬리언 머피의 연기력과 맞물려 시종일관 유쾌하게 보여진다. 심각한 것과 딱딱한 것을 싫어하는 키튼의 낙천성은 어린 시절 함께 자란 친구를 하나 둘씩 잃거나 폭탄 테러용의자로 몰려 모진 고문을 당하는 순간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체육대신 봉제 수업을 받게 해주면 얌전히 학교 생활을 하겠다던 ‘패트릭’은 자신의 세례명을 여성화시킨 ‘키튼’이란 이름으로 밴드 보컬과 사랑에 빠지고, 마술사의 연인으로 거듭난다. 자신을 버린 생모에게 ‘유령신부’란 애칭을 붙여 그리워하는 모습조차 특유의 상상력으로 발랄하게 그려지는 <플루토에서 아침을>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울새의 시선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도입부는 관객을 하늘로 날아 올렸다가 울타리에 걸터앉게 만들며, 키튼의 공상으로 보여지는 그의 탄생비화는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현란하다. 태어나자마자 사제관 앞에 버려져 양어머니와 누나의 옷과 화장품을 훔쳐 바르면서 자란 패트릭의 어린 시절은 천덕꾸러기 그 자체. 학교에서조차 이방인으로 구분되어야 했던 그의 상처는 영화에서 그리 심각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자신의 고통을 모르는 채 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고단한 현실을 순수하게 감싸 안음으로써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란 명언을 마술처럼 펼쳐 보인다.킬리안 머피의 여장 남자연기는 더 이상 사랑스러울 수 없을 만큼 완벽하고, 엄마를 찾기 위한 로드무비로 속에 조국의 아픔과 종교적 아이러니를 함께 녹여낸 닐 조단의 연출력은 경쾌하기 그지없다. 신부인 리암 닐슨이 낯부끄러운 장소에서 고해성사하듯 진실을 알려주는 모습이나 엄마를 만난 키튼이 순간적으로 기절하는 장면은 <플루토에서 아침을>이 지닌 정치적 입장이 얼마나 애교스러운지를 증명한다. 삶은 무게는 무겁지만 이겨내는 힘은 자신의 긍정적 마인드에 있음을 영화는 소수의 입장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보여준다.
2007년 4월 4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may@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