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크
Awake , 2007

전신마취를 한 환자가 의식이 깨어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을 '마취 중 각성' 이라고 한다. 마취 중 각성이 발생하게 되면 환자는 주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수술의 고통까지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연간 2천만 건의 수술 중 2만~4만 명의 환자가 마취 중 각성을 경험한다고 하는데 그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각성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감시 기구조차 존재하지 않는게 현실이다.
수술 후 각성이 통증과 동반된 경우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불안한 감정들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영화만큼 좋은 매개체도 없는 듯하다. 마취되어 잠들고 있어야 할 사람이 깨어 있다는 극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만큼 스릴러물을 제작하는 감독에게 있어서도 구미가 당기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마취 중 각성이라는 소재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개할 영화 <어웨이크> 보다도 이규만 감독의 <리턴>이 먼저 소개되었고 흥행면에서도 어웨이크 보다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하는 <하얀 거탑>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하자 메디컬과 범죄를 엮어 실험적인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고 주인공으로는 하얀거탑의 종영으로 주가 상승 중 이던 김명민이 캐스팅 되면서 매디컬 스릴러 영화 <리턴>이 탄생하게 되었다. 어쩌면 매디컬 드라마나 영화가 성공하자 그 인기에 편승하여 수입된 영화가 <어웨이크>가 아닌가 생각되는 부분이다.

어떻게 되었든 소재와 장르, 오프닝까지도 두 영화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진행방향은 시작과 달리 한 쪽은 소재를 차용하여 범죄, 스릴러물을 만들어 나가고 또 한 쪽은 수술 중 각성으로 인해 파생된 여러가지 사건들을 마지막까지 진행시켜 나간다는 차이점이 있다.
'조비 해롤드' 감독의 <어웨이크>는 주인공 '클레이 베레스포드(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심장이식 수술대에서 마취 중 각성으로 인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려는 음모를 알게 되면서 부터 시작한다.

작고한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클레이는 베레스포드 캐피탈 이라는 회사의 대표로 22살의 나이에 '올해의 남자'로 선정될 만큼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젊은 경영인 이다.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일본 회사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아름다운 여인 샘(제시카 알바)과 사랑도 무르익고 가고 있을 때 심장병을 앓고 있던 클레어는 이식수술을 받게 된다.

클레이와 샘은 어머니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병원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 곳에는 이미 어머니 릴리스(레나 올린)가 도착해 수술을 반대하지만 클레이는 고집을 굽히지 않고 수술대로 향하게 된다. 전신마취를 하고 나서도 의식이 살아있던 클레이는 자신의 생살이 도려내지고 심장이 적출되는 고통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몸으로 맞이하는 고통보다 더 참담했던 것은 자신이 믿었던 친구와 연인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이었다. 의사 친구 잭 하퍼와 연인 샘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과거의 기억들을 되돌려 퍼즐을 맞춰나가자 충격적인 진실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조비 헤럴드 감독은 전신마취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클레이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원인을 찾기 위해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유체이탈 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클레이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부터 샘과의 만남 그리고 자신을 죽이기 위한 음모까지 모두 밝혀낼 수 있게 된다.
범죄, 스릴러 영화에 관객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 함께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영화 <어웨이크>는 범인을 유추해 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단순하여 스릴러 영화에서 느껴볼 수 있는 재미가 반감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대신 더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며 반전의 효과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적인 결과물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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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를 자극하는 반전영화.
영화 <리턴>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볼만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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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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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가 속속 3편까지 이어지며 할리우드 영화의 ‘미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90분 이내의 상업 영화를 만나는 건 오히려 반가운 일이 되어 버렸다. <어웨이크>가 그런 예다. 할리우드의 장기, 그러니까 소재에 대한 군더더기 없는 집중력을 보여준다. 물론 이의 반대말은 ‘감독의 야심 없음’일테지만. <어웨이크>이는 ‘마취 중 각성(Anesthesia awareness)’을 중심 소재로 취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슷한 소재로 작년 여름 개봉했던 <리턴>과 비교하며 표절 운운한다면 맹목적인 ‘영화애국주의자’임을 자박하는 꼴이 될 공산이 크다. 그 만큼 두 영화는 소재를 다루는 측면이나 방법론의 온도 차는 꽤나 크다. ‘수술 중 각성’을 당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 그 끔찍한 정신적 외상을 간직한 연쇄살인범을 감추기 위해 <리턴>은 플롯을 배배꼬고 반전을 마련하는 ‘후더닛(whodunit)’ 구조를 과시한 바 있다. 이에 반해 호불호가 갈리지 모르겠지만 <어웨이크>는 수술 이후와 그 직후,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오고간다. 주인공은 살해 음모에 의해 의도적으로 ‘수술 중 각성’을 경험하는 기업계 큰 손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진 그는 남편 없이 키운 아들에게 과잉애정을 쏟는 어머니(레나 올린)의 만류를 뿌리치고, 친구인 외과의사 잭(테렌스 하워드)에게 수술을 받는다. 하필 비서이자 연인인 샘(제시카 알바)와 ‘급결혼식’을 올리던 그 날 밤에. <어웨이크>의 생살을 가르는 수술 장면은 회상으로 처리된 <리턴>과 달리 현재진행형이기에 그 강도가 곱절은 더 세다. 소재의 이점을 한층 살린 포석되겠다. 할리우드 치고 허접해 보이는 수술대 위의 ‘더미’가 눈에 거슬리지만 ‘마취 중 각성’의 고통은 클레이의 내레이션으로 인해 배가된다. 중반 이전에 배치된 이 수술 신은 클레이가 일찌감치 죽게 되면서 도대체 어떻게 내러티브를 이끌고 갈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따로 있다. 그 수술로 인해 각성된 클레이의 의식이 과거와 현재를 부지런히 오가며 도대체 자신을 살해한 이 음모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추리해 나간다는 것. 거창하지도, 대단히 독창적이지도 않은 <어웨이크>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곁가지 없이 소재에 충실하기. ‘마취 중 각성’을 겪은 클레이의 분노가 기억을 되살려 ‘권선징악’의 마무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유체이탈과도 같은 경험을 하는 클레이의 궤적이 ‘안드로메다’행 아니냐고? 할리우드를 무시하지 마시라. 의식을 잃은 클레이의 기억을 따라가는 행보는 내적 리얼리티를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니까. 또한 간결한 몇 몇 신을 통해 범인을 암시한다거나 친구 잭의 회고조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오프닝도 장황하지 않게 반전을 구성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다시 결론은 집중력이다. 적당히 머리 좀 쓰게 하고, 수술 장면에서 소재를 과시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매끄러운 편집을 보여주는 <어웨이크>는 오랜 시간 축적된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노하우를 힘 안들이고 과시한다. 소란스런 음향이나 호러영화 방불케 하는 카메라 워킹으로 겁을 준다거나 범인 감추기용 플롯 비틀기로 일관하는 한국 스릴러들의 피로감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레나 올린이나 테렌스 하워드 같은 연기파 배우들 또한 큰 공력을 들이지 않으면서 안정된 연기로 극을 뒷받침해 준다. 기호에 따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버거워하는 클레이의 정신적 외상이 사족과 같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범행 동기가 ‘자본주의 사회’의 최고의 척도라는 것도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할리우드 장르 영화, 84분의 단촐한 <어웨이크>를 눈여겨 볼 단 하나의 이유되겠다.
2008년 3월 25일 화요일 | 글_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