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스 투 줄리엣
Letters To Juliet , 2010
레터스 투 줄리엣은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를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이야기로 바꾼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시작은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시작한다. 작가 지망생 소피는 한 잡지사에서 자료 조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그녀의 약혼자 빅터는 요리사로 자신의 음식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결혼 전 베로나로 신혼여행을 오게 되지만 약혼자 빅터는 신혼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가게와 관련하여 요리 재료를 찾는데 급급하다. 결국 그들은 win-win 이라는 협상아래 각자 여행지를 둘러보게 된다.
그러다 소피는 여성들이 비밀스런 사랑을 고백하는 ‘줄리엣의 발코니’에 들르게 된다. 그곳에선 많은 여성들이 벽에 편지를 남기게 되고, 그 편지를 거둬들여 답장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우연히 벽돌 안에 숨겨진 편지 한통을 발견하게 되고 소피는 대신 답장을 보내게 되는데...
사랑을 얘기할 때 늦었다는 말은 없다
소피의 답장을 받고 그 편지의 주인공 클레어가 손주 찰리에 와게 베로나를 찾게 된다. 클레어는 첫사랑 로렌조를 찾으러 50년 만에 용기를 내 베로나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손주인 찰리는 오히려 답장을 보낸 소피를 원망하며 사사건건 소피와 부딪힌다. 로렌조를 찾는 여정에 소피는 이들과 동행하여 첫사랑 로렌조를 찾아 나서게 되면서, 지나간 사랑 찾기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됨을 알린다.
이탈리아, 세익스피어, 줄리엣
본격적인 로렌조 찾기에 나서며 이탈리아 베로나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베로나의 풍경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드넓게 펼쳐지는 벌판, 초록색 풍경이 보는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여기에 로렌조를 찾아 이색적인 집들을 방문하며 다양한 로렌조를 만나 반응를 지켜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세익스피어는 영국 태생의 작가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희극에서 내용과 수법을 빌려 습작을 해나갔다. 때문에 세익스피어는 작품 중 10편이나 되는 작품의 배경이 이탈리아이기도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한여름 밤의 꿈’ 등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세익스피어는 한 번도 영국을 떠난 적인 없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써내려 갔을까?
이 영화를 인물들을 이어주는 것은 줄리엣이다. 줄리엣은 세익스피어의 소설에 등장하는 비극적 여인이지만 이 영화에선 사랑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랑의 사연을 담은 여인들이 줄리엣의 발코니를 찾아 편지를 붙이면 줄리엣이 아닌 사람들이 대신 답장을 보내며 그들을 위로한다. 클레어 역시 줄리엣의 편지로 인해 사랑을 찾아 나서게 되고, 소피 역시 줄리엣을 위로하는 답장을 쓰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사랑, 그 익숙함이 주는 무뎌진 감정
사랑은 함부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감정이다. 오랜 연인이 사랑의 익숙함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하나가 아닌 둘로 나눠지기 싶다. 사실 영화 속 소피와 빅터가 그러하다.
두 사람은 결혼식 전 신혼여행을 왔지만 빅터는 새로 준비하는 가게를 목적으로, 소피는 베로나 관광을 목적으로 하나가 아닌 둘로 나뉘게 된다. 소피는 신혼여행인 만큼 둘이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빅터는 신혼여행이 아니라 가게 준비로 분주하다. 소피는 서운하지만 클레어와의 동행으로 그와 따로 떨어지게 된다. 소피와 빅터는 서로 사랑하고 있을까?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들에게 설레는 사랑은 남아있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상대방이 내 곁에 없어도 서운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에 반해 소피와 찰리는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서로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소피는 클레어에게 줄리엣이 되어 용기를 주고, 클레어 또한 소피에게 줄리엣이 되어 찰리와의 사랑을 응원한다.
영화 속에서 떠나는 소피를 바라보는 찰리에게 클레어는 “나처럼 50년 후에 이집 저집 대문 두드리고 다니지 않으려면 소피를 잡아”라고 얘기한다. 그때 찰리는 소피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그녀를 쫓아간다.
남자, 그리고 여자의 결말
이 영화의 결말을 두고 호불호가 좀 갈린다. 여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꿈만이 소중해, 상대방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빅터가 호감으로 다가올리 없다. 여자입장에선 빅터는 정말 결혼상대자로는 꽝이다. 언제나 자신의 생활을 우선시하며 소피를 외롭게 만들게 될 테니까 말이다.
반대로 남자의 입장에선 의리 없이 새로운 남자에게 간 소피가 예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남자가 바라보는 소피는 오히려 새로운 남자와 바람나서 날 버린 여자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영화에선 이렇게 외치고 있다. ‘사랑을 얘기할 때 늦었다는 말과 사랑에 유통기한은 없으며 사랑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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