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사해
縱橫四海: Once A Thief, 1991

90년대는 홍콩영화의 르네상스
90년대 하면 홍콩영화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엄청난 인기였다. 극장가는 연일 홍콩영화의 대형 포스터가 그러져있었다. 무협, 느와르, 코믹 등등 어떤 장르를 마다하고 홍콩영화라면 많은 이들을 극장가로 향하게 만들었다. 홍콩영화 중 무협액션을 대표하는 성룡, 이연걸, 홍금보, 주성치 등이 있었고 탄탄한 연기력과 멋진 마스크로 여심을 사로 잡는 배우로는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여명 등등이 있다. 이중에서 개인적으로 주윤발과 유덕화가 제일 멋지지 않나 싶다.
90년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홍콩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돈이 없던 시절 비디오방에서 비디오만 나오기를 손꼽아 기달렸고, 나오는 날 즉시 비디오를 빌려봤다. 그 시절 당일에 비디오를 빌려보고 반납하면 500원도 할인해주곤 했다. 그 시절 주윤발이나 유덕화의 영화가 비디오로 나오면 비디오방에서는 불법으로 복제를 뜨곤 했다. 비디오방을 하던 친구가 있어서 자주 놀러 가서 불법으로 복제하는 걸 도와주고 용돈으로 천원씩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람한 근육의 헐리우드 배우들이 화려한 액션을 무장하고 나와도 홍콩영화를 앞지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홍콩영화는 그 유명세가 예전에 십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지금도 재미있고 볼만한 영화들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런 재미를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를 든것도 있겠지만 뭐랄까 너무 빨리 발전해 버린 디지털문화의 피해가 아닐까 싶다.

추억에 잠기다.
오랜만에 2시간 남짓 옛 영화를 보며 추억을 돌아보게 되었다. 1991년에 개봉했던 "종횡사해"를 14년이 지난 2015년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91년에 개봉해서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2학년때인 92년도엔가 티비로 봤던 기억이 난다. 서른둘이 되어 버린 지금 다시 9살이었던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다. 영화는 그런 것 같다. 옛날 영화를 보면서 그 시절 그 해에 내가 무엇을 했었는지 그 시절의 날씨는 어땠는지, 그 시절의 나는 무엇을 꿈꾸며 살았었는지를 추억하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타임머신 같은 것이라 생각 한다.
옛날영화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지나가는 현대사회에서 다시 한번 나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지도 모른다. 요즘 시대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이다.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낙오자로 낙인 찍혀 버리는 시대이기도 하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경쟁사회에 놓여 있고 사회에 나와 있는 청년이나 중장년들도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어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치며 살아간다. 돈이 최고인 시대이다. 돈 없이는 행복도 사랑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와버린 셈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 가는 우리들에게 옛 영화, 이미 지나가 버린 추억속에 잠겨진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주윤발, 장국영, 오우삼
홍콩영화계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될만한 영화감독 오우삼과 배우 주윤발, 장국영이 영화 "영웅본색2"이후 4년만에 다시 뭉쳤다. 그 얼마나 가슴뛰지 않는가. 영화 "종횡사해"에서 주윤발은 영웅본색에서의 카리스마를 접어 두고 부드러움과 코믹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역시 장국영은 잘생긴 얼굴만큼 호탕하면서 자유분방함을 연기했다.
감독 오우삼은 차마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감독이다. 그의 전매특허였던 "영웅본색"의 소마(주윤발)의 바바리 코트, 이쑤시개와 쌍권총으로 적들을 응징할때의 그 슬로우모션까지, 한때 영웅본색이 개봉했을당시 나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대부분의 모든 남성들이 라면을 먹고도 입에 이쑤시개를 달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만큼 오우삼 감독의 연출로 인한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할 수 있다. 장국영은 연기 뿐만 아니라 노래 또한 일품이어서 우리나라에도 장국영의 앨범을 사는 여성팬들이 많았다고 전해졌다.

영화 이야기
어린시절 고아나 다름 없던 아해(주윤발)과 제임스(장국영) 그리고 홍두(중추홍)은 사부에게 소매치기 기술을 배워서 하루하루를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빵을 훔쳐 달아 나다가 훔친빵을 구걸하던 할머니에게 주고 도망 가다가 경찰에게 잡히게 되는 그런 그들을 본 경찰은 그들에게 밥을 사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한다. 그렇게 경찰은 아해와 제임스에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그들은 성장을 하게 되고 그들은 값나가는 명화와 골동품을 훔치는 전문적인 도둑이 된다.
사부로부터 프랑스 파리의 박물관에서 니스로 그림이 옮겨질때 그것을 홈쳐오라는 명령을 받게 되고 훔치게 된다. 훔치는데 성공했으나 프랑스 갱들로부터 "프랑스 여시종"이라는 그림을 다시 훔쳐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고 훔치는 과정에 아해는 자동차 폭발 사고로 죽게 된다. 이후 제임스와 홍두는 결혼을 약속하고 살아가다가 죽은 줄만 알았던 아해를 다시 만나면서 자신들을 위험에 빠트린 자가 바로 사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자신이 정말로 좋아 하는 영화 한편정도는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우연찮게 그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그 시절, 어렸을 적의 자신에게 다시 돌아가는 타임머신 같은 거라고 생각 된다. 옛 영화를 보며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어찌보면 시간당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중에서 잠자는 몇시간을 빼고서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 영화를 보면서 과거 그 시절의 느낌, 냄새, 온기 까지 왠지 나에게 전해져 오는 그런 느낌이다. '종횡사해'는 91년, 92년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그때의 그 시절을 다시 느끼게 해 주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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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상욱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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