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피
Mauvais Sang , Bad Blood , 1986

최근에 레오 카락스 감독의 영화들이 감독의 다큐 개봉과 함께 재개봉을 했다.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개성 가득하고 아름답고, 잔혹한 상황 속에서도 서정적이다. 그런 그의 독특한 명작들이 다시 한 번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순정, 황홀하고 집착적인 사랑을 다룬 그 시절 엄청난 돌풍을 불어온 ‘퐁네프의 연인들’, 레오 카락스가 몇 년 만에 내놓은 신작 ‘홀리 모터스’, 레오 카락스 감독의 이름을 알린 ‘소년, 소녀를 만나다’, 그리고 원색적인 색감의 과감한 배치와, 드니 라방의 서정적인 연기, 줄리엣 비노쉬의 아름다움, 독창적인 이야기가 돋보인 ‘나쁜 피’가 재개봉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을 논할 때, 드니 라방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드니 라방은 레오카락스의 작품들에서 정말이지 독특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드니 라방은 레오 카락스가 창조한 인물의 완벽한 페르소나처럼 보인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서글픈 사랑을 품고 파리의 거리를 거닐었던 그는, <나쁜 피>에서는 오묘한 섹시함을 보여준다. <나쁜 피>에서 그는 전라로 첫 등장을 한다. 전라로 연인과 풀숲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눈빛은 매우 공허하다. 범죄 속을 걸어가고 있는 한 남성, 알렉스를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 묘한 강렬함이 그의 끝이 아니다. 알렉스의 퇴폐적인 보헤미안 분위기와, 깊고, 따뜻하며 거친 눈빛, 개구쟁이 아이 같은 얼굴, 어릿광대 몸짓이 영화의 아름다움이 된다. <나쁜 피?에서 줄리엣 비노쉬 앞에서 묘기를 부리고, 그녀가 웃자 더욱 더 신나하며 재밌는 행동을 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 우스꽝스러움은 그가 가진 순진한 사랑으로 인해 너무나도 아름다워보인다. 많은 영화들에서 그랬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악의 없이 사랑하는 여자를 잃기 싫어서 그녀와 관련된 모든 연결고리를 끊으려 했지만, 그게 너무나 순진한 아이의 행동이여서 이해할 수 있다. 기묘하고 또 한 없이 독특한 배우다.
또한 줄리엣 비노쉬도 레오 카락스의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한다. 그녀는 나쁜 피로 카락스 감독과 좋은 인연을 맺는다. 그녀에게도 레오 카락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외적으로 기괴하게 변했을 때도 그녀의 연기가 가지고 있는 서정이 있었다. 줄리엣 비노쉬의 독특한 매력이 레오 카락스와 맞물렸을 때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나쁜 피>에서도 그녀의 매력이 보여주는 힘이 대단했다.

영화는 주인공 알렉스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서두를 띄운다. 아버지의 죽음부터 레오 카락스는 매우 원색적으로 그리고 있다. 인물들의 움직임도 동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려 놓았다. 누군가의 죽음을 다루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눈 깜빡임 없이 계속 눈물을 흘리고, 그의 목숨을 원하는 존재들이 달려든다. 그리고 영화는 장소불명의 미래로 넘어간다. 도시는 STBO라는 질병이 뒤덮고 있다. 사랑 없는 섹스를 죽음으로 이끄는, 에이즈를 떠올리게 하는 이 질병 속에서 알렉스는 리즈라는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다. 한편 아버지의 친구들이 알렉스를 찾아와 그를 죽인 이가 누군지 알렉스에게 귀띔한다. 그는 자신의 연인을 떠난다.
알렉스는 아버지의 동료들과 함께 STBO의 백신을 찾아서 떠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동료 마크의 정부인 안나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안나는 누구보다도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변치 않길 희망하고 있고, 리즈는 여전히 알렉스를 그리며, 알렉스는 안나를 미친 듯이 사랑한다. 리즈와의 불완전한 관계를 쉽게 정리하고 떠나와 안나를 만난 그는, 그의 반대편에 돌아선 사랑을 위해 모든지 한다. 그에겐 이제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이 있다. 과연 목적의식 없이 공허하게 흘러가던 그의 삶에 안나라는 변수는 어떻게 자리할까.

영화는 누벨 이마주 시대의 작품답게 이미지가 매우 뛰어나다. <나쁜 피> 하면 유명한, 드니 라방이 달리는 장면과 함께 또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아보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순간 안나는 기절한다. 알렉스는 그녀의 끈을 타고 내려가 엉킨 줄을 끊고, 자신의 낙하산을 펼쳐 그녀를 구한다. 알렉스는 하늘 위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순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얼굴, 바람이 거세게 불지만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안나에게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고 순진한 얼굴로 키스한다. 그의 세상에 그녀 한 명 밖에 없는 듯 했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아름다운 이미지의 영화 <나쁜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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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매혹적인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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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나무 나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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