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로니클: 뮤턴트의 반격
ストレイヤ-ズ クロニクル , Strayers Chronicle , 2015
1990년대 초, 일본은 극비리에 인간의 진화를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인류가 현재의 모습에서 얼마나 더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계획되었다. 부모의 뇌파에 강한 자극을 주어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호르몬 조작’과 동물의 DNA를 결합하는 ‘유전자 조작’ 두 그룹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태어나, 어른들의 통제 아래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각자 다른 길을 걷는다.
두 그룹의 차이는 극명하다. 주인공 스바루가 속한 ‘호르몬’그룹은 정부의 핵심 인물인 와타세 박사의 보호 아래서 보통사람은 해결할 수 없는 극비수사에 참여한다. 반면 ‘유전자’그룹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하지만 두 그룹 사이에도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실험으로 태어난 그들은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으며, 능력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받는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초능력을 다양하다. 미래를 보고 예측하는 힘, 동물과 같은 시각과 청각, 정신 세뇌, 엄청난 스피드, 총에 맞아도 끄떡없는 강철 피부 등. 그들은 보통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힘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 사실은 그들이 사회에서 스스로를 격리시키게 만든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오직 비슷한 처지인 ‘그룹’안의 동료들뿐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서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20세 전후로밖에 생존할 수 없는 아이들이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무척 애틋하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두 그룹의 대립을 예견한다. 실험으로 태어났다는 점에서는 물론 비슷하지만, 살아온 환경이나 받은 교육에 의해서 두 그룹의 생각은 극단적으로 바뀐다. 특히 유전자 그룹의 아이들은 호르몬 조작 그룹에 비해서 더 오랜 실험을 받으며, 실험실에서 탈출할 정도로 극한의 상황에서 지내왔다.
유전자 그룹의 리더 마나부에게는 다른 동료들에게는 없는 또 다른 ‘개체’가 주어졌고, 그들은 자신들의 극단적으로 짧은 수명을 연장시키고 보통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벗어나려고 한다. 호르몬 조작 그룹의 스바루가 자신들의 건강관리를 정부에 의지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스바루도 조금씩 정부의 조치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능력에 과부하가 걸려 쓰러진 동료는 두 번 다시 예전처럼 돌아오지 못했다.
유전자 그룹의 이름은 통칭 ‘아게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 현장에 나비 무늬가 그려진 명함을 놓음으로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 아게하들의 타깃은 주로 정부의 인사들, 실험에 참여한 연구원들이다. 스바루가 속한 호르몬 그룹은 아게하의 타깃이 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처음부터 피할 수 없는 대결이다. 하지만 스바루는 조금씩 정부에 의문을 품고, 아게하들이 감추고 있는 진짜 목적을 파헤치려고 한다. 거기에 자신들의 삶이 걸려 있었다. 그들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보통의 사회인처럼 서로를 사랑하고, 사회에 녹아들어 지내는 일상을 꿈꿨다.
일본의 만화작가 혼다 다카요시의 <스트레이어즈 크로니클>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호흡이 긴 원작에서는 주인공 각각의 능력과 생활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된다. 초능력은 어떻게 보면 무척 특별한 행운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의 감각은 무척 예민해서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겪는다.
그럼에도 호르몬 조작 그룹이 사회에 녹아들어 생활하려고 애쓰는 반면, 유전자 조작 그룹은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범죄도 불사하지 않는다. 그들이 스스로의 심벌로 정한 ‘나비’는 자신들 갑갑하게 가두는 운명을 벗어나 훨훨 날아가고자 하는 소망이 담긴 것은 아닐까.
물론 주인공들의 능력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움직이는 세상은 현실사회와 유사하다. 보통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은밀한 곳에서의 프로젝트, 배신과 연합, 욕심과 야망으로 가득한 사회의 이면에서 주인공들은 날아오르기 위해 몸부림친다. 판타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초능력’이 현실과 적절히 버무려져 펼쳐지는 이야기가 상당히 속도감 있고 흥미롭다.
다만 러닝타임이 짧은 영상매체의 특성상, 주인공 개개인의 이야기가 생략되고 두 그룹간의 대립만 중점적으로 그려낸 탓에 관객의 이해도와 몰입이 어렵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들의 능력에만 포커스를 맞춰 보여준 예고편이나 포스터 또한 안타까운 부분이다. 사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다. 그런 짜임새 있는 부분이 화면상에서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일본 차세대 라이징 스타들의 라인업, 화려한 헐리웃 액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장면들이 신선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일본영화 하면 떠오르는 서정적인 일상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초능력이 등장하는 SF 판타지물이나, 범죄,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더 어필할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기생수> <신이 말하는 대로> 등으로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높은 소메타니 쇼타, <적과 백의 수사파일>시리즈로 크게 주목받은 오카다 미사키의 심도 깊은 연기가 부각된다.
상대적으로 조연들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본의 영화계를 이끌어나갈 배우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전체적인 완성도나 가장 핵심이 된 액션 장면, 이야기의 짜임새 등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독특한 소재에서 오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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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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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혼다 다카요시의 베스트셀러 ‘스트레이어스 크로니클’ 을 영화화한 <더 크로니클: 뮤턴트의 반격>은 일반인과는 다른 운명을 살아야 하는 돌연변이의 애환을 다룬다는 점에서 <엑스맨>과 맥락을 같이하는 영화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동원된 특수효과와 건물 하나쯤은 가볍게 무너뜨리는 액션신으로 점철된 <액스맨>과 달리 <더 크로니클: 뮤턴트의 반격>은 비교적 간단한 수준의 초능력을 가진 10대 청소년의 사랑과 우정에 집중한 청춘 드라마에 가깝다. 인물들이 초능력을 선보이는 장면은 최소한의 특수효과로 이뤄지고 영화의 액션신은 단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공동체 의식이 돋보이는 초능력자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과정은 화려한 영상의 부재를 상쇄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폐건물에서 벌어지는 총격신이다. 모든 초능력자들이 총 동원되는 폐건물 총격신은 액션의 규모에 있어서도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들로 인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이 더욱 눈길을 끈다.
2015년 11월 5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 jeongin@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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