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량첸살인기
The Exclusive : Beat the Devil's Tattoo, 2015
이제는 손 안의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접하고 뉴스 아래의 댓글로 시민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대이다. 과거에는 조간 신문이나 석간 신문, 또는 9시 뉴스에서 앵커가 말하는 것이 지금 이 세상의 모든 것이고 진실이었지만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와 같이 1인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는 때이다. 일방적인 뉴스 전달이 아니라 상호 교류하는 뉴스, 심지어는 뉴스가 1초마다 생산되어지고 다시 그 뉴스가 재생산되어서 원본이 없어지고 주제도 흐려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매체는 많아졌는데 주체는 없어진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진실의 모호한 행방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믿고 결정하는 과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오래 걸리게 한다. 그런 진실의 믿음과 과정을 많은 영화들이 언론이라는 관점, 기자라는 사명감을 주제로 다뤄왔지만 이 영화 <특종 : 량첸살인기>는 기자 정신과 사건의 팩트라는 간극의 모호함을 관통하는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대기업 관련 기사를 다뤄서 정직을 당한 기자 허무혁(조정석). 복직을 위해 특종을 터트리려 애쓰는 그는 임신한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을 거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이 와중에 연쇄살인범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어 특종 단독 기사를 쓰게 되고 정직은 해제되어 차장으로 승진까지 하게 되는 행운이 연속된다. 하지만 그의 특종 기사라는 것은 오보였고 심지어 조작된 내용으로 인해 협박까지 받게 되는 상황에 몰린다.
그리고 이런 모든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건 자신뿐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사건은 꼬여가고 허무혁을 향해 오는 검은 손길은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갈 정도로 위협을 하게 된다.
과연 허무혁은 이런 상황을 타파할 계략, 용기, 상황 판단력이 있을까. 얻은 것이 많기에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켜야 하는 자신의 현실에서 연쇄살인범도, 자신의 기자 이력도, 심지어 아내와의 가정 생활도 진실이 허물어진 상태로 자꾸만 매몰되어 간다. 그런 상황을 해결할 한방이 필요할 때 허무혁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영화는 스릴러이기엔 코믹하고 코믹하기엔 씁쓸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그렇게 끝난다. 배배 꼬이다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영화가 끝나도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이 아니고 해결 되었다고 치더라도 정말 진실일까 다시 생각되는 지점이 군데군데 널려있다. 가령 이런 것들, 허무혁의 아내 수진(이하나)의 아이에 대해서 그녀의 불륜은 사실이고(진실) 뱃속의 아이는 허무혁의 아이가 맞다고 할 때, 불륜이라는 죄과는 소멸되고 친자라는 사실만 진실이 되어 결론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점.
또한 제목 <량첸살인기>라는 책의 일부분을 연쇄살인범이 쪽지에 쓴 것으로 밝혀지지만 이 책은 실제 있지 않은 책이다. 진실은 어딘가 있겠지만 찾지 못하는 것일 수도, 혹은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점에서 언론과 진실의 대립, 생성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조정석이 원톱으로 주연한 영화치고는 매우 유려하게 진행되고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의 흔적이 가끔 찾아지는 이 영화의 매력은 그래서 만들어지는 진실과 실존하는 진실을 찾는 과정에 있다. 처음부터 허무혁을 의심하면서 수사선상에서 놓지 않았던 형사 오반장(배성우)는 실은 이 과정에서 진실의 끈을 잡을 수 있었던 유력한 진실 탐구자였었는데 그도 역시 매몰되어가는 진실과 허구의 어설픈 간격을 허물지 못하고 허무혁의 플레이에 허물어져 갔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보도국장의 매마른 대사 “보다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보는 사람의 몫”이라는 명제는 <성난 변호사>의 “이기는 게 정의다”라는 언급과 맥을 같이 하며 언론과 정의와 법을 시사하는 말이다. 진실은 만들어지고 거짓은 확대되는 현상에서 무엇이 진짜인지는 최종 수렴자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영화가 끝이 나도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허무혁은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희비를 오고갔지만 결국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아이인지 아닌지 모호하지만 그래도 새생명의 탄생도 얻었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진실을 캐야하는 직업정신이 없을 수도 있고, 앞으로 그것을 발췌하며 올바른 기자가 되어야 할 의무도 희미해졌을 수 있지만 그는 그렇게 무엇도 잃지 않았고 진실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은 상태로 되었기 때문이다.
특종이었다가 오보였다가 오보를 다시 바로잡으려다가 오히려 진범을 놓치는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진실은 사라지고 오직 현상만이 남은 상태. 블랙 코미디이면서 시사 코미디 영화로 <특종 : 량첸살인기>가 기억되는 부분이다.
<건축학개론>에서 뜨거운 감자로 나타나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 <최고다 이순신>, 그리고 <관상>에 액션을 선보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오 나의 귀신님>까지 TV와 영화를 두루 오가며 역할의 스팩트럼이 무한확장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조정석의 변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하얀 얼굴의 잘생긴 그가 특종에 기뻐하는 기자들 사이 가운데에서 무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화 포스터의 모습은 2015년 현재의 조정석을 보는 듯 하다.
기대에 차 환호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조금은 다소 난감해하는 배우. 그러나 그런 환호에 답하는 배우의 모습은 그의 다음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 힘이다. 다른 배우와의 호흡에서 더욱 발휘되는 그의 액션과 받아치는 리액션은 자잘한 재미를 너머 주요한 양념처럼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어눌한 살인마나 엉뚱한 캐릭터로 인식되어온 배성우가 형사역으로 나와 조정석을 취조하는 장면 등을 비교해보면 한 배우의 성장과 배역의 몰입 등에 영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으로 차가워지는 겨울 초입에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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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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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특종: 량첸살인기>는 코미디와 스릴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다. 극의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데 능숙한 노덕 감독은 오프닝부터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며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진행시킨다. <특종: 량첸살인기>는 일상에서 있을 법한 희극적인 상황들을 예리하게 짚어가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로부터 비롯된 행동의 결과를 비극적으로 확대시켜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확보한다. 장면의 상황과 모순되게 울리는 재기발랄한 음악은 <특종: 량첸살인기>가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톤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특히 허무혁을 연기한 조정석의 연기가 돋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기로 웃음 타율을 배가시키는 조정석은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거듭하는 주인공을 밉지 않게 표현해 짙은 페이소스를 남긴다. <특종: 량첸살인기>는 미디어의 특종, 속보 경쟁과 진실을 향한 오늘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에 일침을 남기며 마무리 된다. 블랙코미디로서의 과장된 설정을 눈 감을 수 있다면 일상적인 코미디로도 사회적 스릴러로도 만족스런 쾌감을 주는 영화다.
2015년 10월 15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 jeongin@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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