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빈저 다운>

범고래를 연구하기 위해 하빈저 호에 승선한 대학연구팀. 학생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물고기를 잡고 해양생태계를 조사하고 있었다. 비록 대단한 장비는 없어도, 하빈저 호는 노련한 선장의 지휘 아래 나름대로의 질서를 잘 유지한다. 그런데 바다 속에서 의문의 얼음덩어리를 건지면서 상황은 뜻밖의 국면을 맞는다.
거대한 얼음덩어리 속에는 러시아제 우주탐사선의 잔해가 들어 있었다. 주인공들은 매우 흥미로워 하고, 이 잔해와 접촉하게 되면서 괴생물에 감염되어 모습이 기괴하게 변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평범했던 사람이 괴물로 변하는 과정은 매우 충격적이고 잔인하다. 이미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된 사람은 동료들 또한 전염시키고, 좁지만 평화로웠던 배 안은 지옥으로 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거대해지는 괴생물체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하빈저 다운>은 미스터리 괴수영화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다. 모든 게 순조롭고 평화로웠던 초반, 주인공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무언가’를 발견한다. 이것은 그대로 돌려보낸다면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겠지만, 호기심 많은 주인공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단단한 얼음이 깨지는 순간은 봉인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 같다. 처음에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한다. 그러나 관객들은 알고 있다. 지금부터 주인공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를 말이다.

주인공들의 임무는 두 가지다. 괴생물체의 정체를 파악함과 동시에, 지옥 같은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 괴생물체의 형질은 굉장히 특이하다. 인간이나 동물 같은 생물체를 숙주로 삼으며, 온도에 따라 형태가 급격히 달라진다. 저온에서는 육안으로 확인되는 고체 형태를 유지하지만 고온에서는 액체로 변한다. 또한 활동이 빠르게 활발해지며 숙주를 제멋대로 조종하기 시작한다.
형태를 바꾸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이 괴생물체는 곤충 같기도, 동물 같기도 한 기괴한 형태를 하는데, 사실 어떤 생물을 모티브로 삼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괴생물체에 감염된 숙주는 매우 고통스럽고 외형적으로 끔찍하다. 아날로그적 SF요소가 오히려 한층 섬뜩하게 다가올 것도 같다.

언뜻 공포영화 <더 씽>이 연상되기도 한다. 얼음 속에서 튀어나온 괴생물체, 밀폐된 공간과 그곳에서 싸워 나가야 하는 주인공들. <더 씽>에 등장하는 괴수는 숙주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숙주에게로 전염이 가능한 괴생물체다.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해야 하고, 가까운 사람을 죽이거나 죽임당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람의 모습을 똑같이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더 씽>의 괴생물체가, 정체를 파악할 수 없으면서 위협적이라는 점에서는 <하빈저 다운>의 괴생물체가 한층 괴기스럽다. 온갖 유전자를 흡수하면서 모습을 변형하고, 더 끔찍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점도 두려운 부분이다. 늦은 시간의 바다 한가운데라는 장소적 특성상 괴수의 모습이 자세하게 비춰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한층 미스터리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사실 괴수의 위협적인 면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느 쪽 상황에도 놓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점은, 각자 비슷한 요소를 가지고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얼음 속의 괴수, 밀폐된 공간, 죽어가는 사람들. 각본에 따라 이야기는 한층 더 위협적일수도, 이도저도 아닌 블랙 코미디로 둔갑할 수도 있다. 다양한 괴생물체 영화를 접하다 보면 비슷한 점이 보이는 작품끼리 비교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하빈저 다운>은 킬링타임용으로 즐길만한 SF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처럼 클래식한 느낌을 추구하는 작품에서 CG의 화려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 괴물을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물체들을 해치우는 방법으로는 주로 ‘불’이 사용되어 왔다. 이는 오래전 원시시대, 인간이 거대한 동물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로서 불을 사용했다는 점을 참고한 것 같다. 오늘날까지 불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속성이다. 실제로 <더 씽>에서는 총으로도 죽지 않는 괴물을 화염방사기로 해치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괴수의 끔찍함과 절망적인 상황, 괴수를 해치우는 장면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면에서는 <하빈저 다운>보다는 <더 씽>을 권한다. 다만 <하빈저 다운>은 CG없이 괴수의 리얼함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오드 토머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등의 작품에서 특수 분장 효과를 담당한 알렉 길리스가 지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플러스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전개의 허술함, 음향효과의 미비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전형적인 괴수영화의 시나리오를 따라가느라 이 작품만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으며, 밀폐된 공간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B급 스릴러물치고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나 조금만 더 짜임새가 있었다면 보다 수준 높은 SF스릴러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또한 남는다. 특수효과에만 너무 많은 신경을 쓴 탓일까?
다만 해양 스릴러물, SF괴생물체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괜찮은 킬링타임용 작품이 아닐까 한다. 아쉬움은 있지만 한숨이 나올 정도로 엉성하거나 복선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지나치게 어려워서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도 않는다. <더 씽>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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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씽>을 재밌게 본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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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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