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 시간을 훔치는 섬
Island , 2014

소녀의 순수함은 세속에 찌든 삶을 말끔하게 정화 시켜주고 어머니의 모성애로 상처를 치유받는다. 판타지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녀와 모성애에 대한 판타지로 영화 <아일랜드: 시간을 훔치는 섬>에서는 시간을 빼앗긴 소녀의 모습을 통해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서서히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등장인물은 종혁(오지호)과 연주(문가영), 종혁앞에 나타나는 묘령의 여인 (윤지원) 그리고 연주의 가족들이 전부로 뱃사람과 동네주민들이 간간히 등장하긴 하지만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고 종혁과 연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배우 오지호 하면 드라마 <추노>의 송태하와 <환상의 커플>에서 한예슬과 코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던 장철수를 떠올릴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로 이전 그가 출연했던 작품 속 인물과 달리 종혁은 상대적으로 개성도 뚜렷하지 못하고 미완성에 가까운 캐릭터로 보여진다. 하지만 미스터리 스릴러물 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종혁의 차분하고 음산한 분위기조차도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과거의 영상 속에 등장하는 미지의 소녀 연주는 신비로운 분위기로 과거와 현실을 넘나들며 종혁과의 연관관계를 조금씩 풀어 나가는데, 연주 역할의 '문가영' 이라는 배우는 영화배우로 그리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가네 넷째딸 왕해박 역할을 했던 배우로 대사가 많이 없었고 분량도 적었던 탓에 작품이 성공한 것에 비해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2006년에 데뷔하여 꾸준히 활동해왔던 배우이다.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탓에 낯익은 배우로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연주 역할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햇던 매력적인 모습들을 신비스럽게 드러낸다.

제주도의 바닷가 외딴집에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종혁이 찾아온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집에 살기위해 온 것인데 왠지 표정이 우울해보이고 분위기 또한 심상치가 않다. 사실 종혁이 이 집을 찾아온 이유는 이 곳에서 정착하고 살기위한 것이 아니고 자살을 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였다. 종혁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자살할 것을 알아챈 미지의 소녀는 그 집에 밤이면 귀신이 나타나 흐느끼며 울어대고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고 말해준다.

이미 자살할것을 결심한 종혁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듯 무심하게 소녀의 말을 넘기고 마는데 그날 밤, 목을 매 죽으려고 하는 순간 윗층에서 인기척이 들려 조심스럽게 올라가보게 된다. 그가 본 것은 소녀의 말처럼 여인이 흐느끼며 이방, 저방을 다니는 것이었다. 다음날 종혁이 걱정되어 찾아온 소녀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도록 하고 시간을 같이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저녁이 되자 집안을 떠돌고 있는 여자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만 가고 윗층을 기웃거리다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은 부부사이로 딸 연주를 좋아하는 김 군에게 결혼을 허락하는 대신 연주가 어릴적 겪었던 기이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절대 비밀로 할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연주가 어릴적 섬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그 섬에는 과거와 현실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질학자인 아버지는 2만년전 돌덩이 속에 최근 발행된 동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이미 이들을 태우고 온 뱃사람을 통해서도 이 섬에서는 기묘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연주가 실종되었다 몇일뒤 나타나지만 아무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연주 부모님과 김 군의 이야기속에는 누구도 믿지 못할 사연들이 담겨져있었고 이는 곧 종혁의 과거와도 연관이 되어 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일까지 교묘하게 혼재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종혁은 얼굴도 알지 못하던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며 이제껏 얽혀있던 산만했던 상황들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진다.

여인의 영혼이 왜 지금껏 빈집에 머물며 떠돌아 다녔는지 종혁은 그 사실을 밝혀내고 여인의 갈 길을 인도하여 준다. 과거의 비밀을 밝혀낸 종혁은 이승을 떠돌던 어머니의 슬픔과 한을 다독거려주고 자신도 생을 부여잡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오지호의 차분한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연주역할의 문가영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쌓아왔던 경험을 살려 한 맺힌 소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이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영화였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지 못할 장르를 영특하게 풀어나간 박진성 감독의 역량도 배우들의 연기력 못지않게 큰 힘을 발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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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잔잔한 스토리가 매력적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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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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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는 오랜 판타지가 있다. 소녀와 모성에 대한 판타지다. 소녀의 순수로 정화되고 어머니의 모성애로 치유되는 남자주인공은 흔한 이야기다. <아일랜드: 시간을 훔치는 섬>은 그 판타지의 집합체다. 자살하려는 K 앞에 나타나는 순수한 소녀와 미스터리한 섬에 시간을 뺏겨 소녀의 모습인 어머니 유령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판타지가 공포물적 소재에 어울리지 않게 녹아 들어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유령, 과거의 환영, 시간을 빼앗는 섬’ 등 신비롭고 무서운 소재를 취했으나 어설프게 소녀와 모성에 대한 구원 판타지를 녹여낸 탓에 영화는 공포, 서스펜스, 휴먼드라마 중 그 어떤 감성도 살리지 못했다. <기담>(2007)의 시나리오 작업을 맡고 <마녀의 관>(2008)로 데뷔해 꾸준히 공포물을 만들어온 박진성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밀폐된 집 안을 무대로, 마치 연극처럼 조명을 이용해 장면과 공간을 분할한 촬영 방식은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또한 신예 배우 문가영의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외모는 영화 속의 모성과 소녀에 대한 판타지에 부합하며 윤지원의 개성 있는 생김새와 톡톡 튀는 연기 역시 눈 여겨 볼만하다.
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