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Istoriya Odnoy Starushki , The Story of an Old Woman , 2013

소개할 영화 <엄마의 유산>은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늙은 여인의 이야기>로 개봉했던 작품으로 한편의 연극을 보는듯 편집점 없이 한번의 원테이크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져 등장인물의 감정을 극대화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2011년 <원 링크>로 데뷔한 알렉세이 고를로프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그의 작품이 기대되기도 한다.
첫 작품이나 두번째 작품을 연출한 감독들을 초대해 재능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부산 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을 수상하며 감독의 천재와 같은 감각을 인정한바 있는데, 2015년에도 같은 카자흐스탄 출신 예를란 누르무캄 베토프 감독의 <호두나무>가 수상하며 우리에게는 생소한 카자흐스탄 영화를 알리는데 일조 하기도 하였다.

롱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된 영화들은 많이 접해봤지만 테이크로 한번의 편집도 없이 영화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본다면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실제 한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한 촬영을 위해서 무려 40여회의 리허설을 하며 배우들의 동선과 카메라의 위치를 체크하고, 배우들은 연극무대에 서는듯한 긴장감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엄격히 따진다면 카메라의 엥글에 의해 인물의 감정이 표현된다는 점에서 본다면 연극을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가식과 위선으로 포장된 탐욕
요양원 생활을 하던 안나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 영화는 시작된다. 다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은 말도 하지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안나도 미소짓게 만드는 행복한 일이다. 이같은 행복도 찰나의 순간일뿐, 사위 루슬란은 장모님 안나를 반기기 보다는 그녀의 사진을 촬영하는데만 열중하고 집사 미하엘은 루슬란의 명령에 따라 사진편집을 위해 사진관으로 달려간다.
딸 빅토리아, 사위 루슬란, 손주 마리나 와 폴리아 까지 가족들은 오랜만에 집에온 안나를 반기기 보다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한 준비가 더 시급해보이는데 그 이유는 모예세비치 자선단체에서 안나를 돕기위해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룹 트랜스 미디어의 창립자 이자 자선단체의 대표인 모예세비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총상을 입어 야전병원에 입원했을때 자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준 간호사를 찾기위해 노력하다 결국 찾지못하고 당시 근무했던 간호사들중 생존해있는 23명에게 일괄적으로 50만 달러씩 지급하기로 한것인데, 안나도 그 간호사들중 한명에 속해 집을 방문하여 확인하고 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은 모예세비치는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같이 이겨내자!" 라는 격려의 말로 힘이 되어준 그 간호사는 찾지 못하고 그녀를 대신하여 전장에서 고생했던 간호사들에게 빚을 갚고자 함이었다. 요양원에 입원해있던 안나를 급하게 서둘러 집으로 모시게 된 이유도 결국은 딸과 사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가족관계
영화의 시작과 함께 이 영화는 죄악에 관한 이야기 라고 밝히고 있다. "부모를 공경하고 섬기기를 다하여라" 라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 우리나라도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나이든 부모님을 소홀히 하거나 모시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현상은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 중에 하나로,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사회적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가족간의 탐욕과 사악한 마음을 원테이크 방식으로 풀어낸 알렉세이 고를로프 감독은 78분 동안 부지런히 인물들의 동선을 추적하며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가족간의 속내를 거침없이 보여주는데 가족이라고 해도 다를 것 없는 인간의 추악한 욕심과 가식으로 가득찬 세상사를 비판한다.

반신불수의 상태로 가족들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보던 안나는 말을 할 수 없지만 눈빛과 표정으로 가족에 대한 원망과 슬픔을 전해준다. 안나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했던 루슬란과 빅토리아는 자신들이 계획했던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자 오열 하면서도 안나의 죽음앞에 원망만 내던질 뿐이다.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득 챙기기에만 급급한 우리 사회의 현실과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가족관계의 문제점들이 안나의 처량한 눈빛속에 담겨져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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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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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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