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는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격언을 떠오르게 한다. <씨, 베토벤>이후 박진순 감독의 홀로서기 첫 작품인 <설지>는 많은 얘기를 전달하고픈 감독의 의욕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누군가의 지시가 있어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설지를 새터민 출신으로 설정한 것은 참신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영화는 한국에 거주하는 3만명 이상의 새터민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꼬집고 거기에 핫 플레이스인 홍대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한숨까지 더했다. <설지>는 스스로 꿈을 가지지 못했던 소녀가 희망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인 동시에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참여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가치는 서로 충돌하여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쓰는 듯 안 쓰는 듯한 북한 사투리는 전반적으로 영화의 몰입에 장애로 작용한다. 거기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 알아차릴 만큼 충분한 힌트를 주긴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판타지다. 2015 제 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전 익스프레스’ 부분에 초청되었고 2015 제 5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설지>는 의도도 좋고 시도도 참신하나 전체적으로 서걱거리는 영화다.
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