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The Contact , 1997

1990년대 중반,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유니텔,천리안 등 PC통신망을 통해 모니터 속 낮선상대와 대화를 나누던 적이 있었다. 휴대전화도 대중화되기 전이라 삐삐가 친구들간에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부였는데 모니터를 통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이성과 대화를 나누다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였다.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된 응답하라 1988에서 택이와 덕선이의 관계 못지않게 인기를 끌었던 정봉이와 미옥 커플도 마지막까지 서로를 그리워하다 결국 PC통신을 통해 극적인 만남을 갖고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기도 하였다.
스마트폰 시대를 살고있는 세대들에게는 낮설은 장면일지 몰라도 당시에는 실시간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획기적인 일이 아닐수없었고 채팅을 통한 만남이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낳기도 했는데, 소개할 영화 <접속>에서는 동현(한석규)과 수현(전도연)이 PC통신을 통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다 인연을 맺게된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드라마 아들과 딸, 서울의 달과 영화 닥터 봉, 은행나무 침대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었던 한석규와 신인시절 전도연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고 당시 무명이었던 이범수는 택배회사 직원으로 출연하는 등 곳곳에 지금은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전형적인 멜로물 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것은 채팅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감성적으로 연출한 장윤현 감독과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차지했지만 무엇보다 동현과 수연을 연결해준 음악 Velvet의 Pale Blue Eyes 와 엔딩장면에 흐르는 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가 큰 역할을 해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 그리움
라디오 음악방송의 담당 PD 동현(한석규)은 자신만의 색깔을 중요시하는 고집불통으로 윗 사람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음악을 선곡한다는 이유로 개편때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폐지될 위기에 처해있다. 고집스러운 그의 행동은 음악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랑했던 여인을 잊지못하고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동현은 어느날 수위실에 맡겨놓은 음반 한장을 전달받게 된다.
그 곡은 애타게도 기다리고있던 여인 영혜가 평소 좋아했던 곡으로 아무런 메모도 없이 그저 음반만 맡겨놓고 간것인데 그 곡이 바로 The Velvet Underground 의 Pale Blue Eyes 이다. 그날 밤 자신이 맡고있는 심야 음악방송에서 Pale Blue Eyes 흘러나올때 수현(전도연)은 드라이브를 하다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다행히 다친곳없이 위기를 모면한 수현은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다음날 PC통신을 통해 노래를 신청하는데 동현은 전날 영혜가 음반을 전해준탓에 그녀일것이라 확신하고 유니텔에서 아이디를 찾아 대화를 나누게 된다. 영혜를 찾기위한 동현의 간절함과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수현의 대화는 어느덧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어가고 누구에게도 말하지못했던 아픔까지도 함께 나누게 된다.
친구의 애인 기철(김태우)을 짝사랑하다 상처받았던 수현도, 영혜를 잊지못하고 아파하던 동현도 상처가 치유될때쯤 서로를 그리워하고 상상속에만 머물던 모니터속 상대를 현실의 만남으로 이어가려 한다.

1997년, 그 아련한 기억속으로 접속하다
상대의 얼굴을 마주보고 애기 하는것보다 편지는 내 생각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채팅은 편지의 장점은 살리고 문자메세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화방법으로 진심을 전달하는데 있어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점에서 상대방의 진심을 판단하기엔 부족한점이 있기도 하다.
PC통신에서 부터 시작된 인터넷문화가 대중화 되기까지는 무엇보다 채팅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는데, 영화 <접속>은 불륜과 사기 등으로 부정적이었던 채팅문화를 건전한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영화 한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당시 영화속 동현과 수현이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전화요금 폭탄을 감수한채 밤이 새도록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겨댔고, 엔딩장면에 등장하는 피카디리 극장은 연인들의 성지순례 코스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다.
또한 영화의 OST Pale Blue Eyes 과 엔딩곡 a lover"s concerto는 당시 길보드차트(노점상 판매순위)를 점령하였고 음악방송에서도 신청곡이 폭주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지금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대화를 나누고 만남 또한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당시에는 미지의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 만남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이고 자극적이었는지 모른다.

나 또한 PC통신을 경험하고 인터넷 채팅을 하며 모니터속 수현을 찾기위해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다닌적이 있어서 영화 <접속>은 지금 보아도 가슴 설레이는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19년 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감동적인 영화, 언젠가 만나게 될 사람은 꼭 만난다고 들었어요 라고 고백하던 수현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리며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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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감성을 느껴보고 싶은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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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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