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 1999

부에나 비스타(Buena Vista: 좋은 경치) 소셜 클럽은 1940년대 쿠바 하바나에서 활동하던 뮤지션들이 음악 공연 등을 선보였던 사교 클럽의 이름이다. 당대의 많은 아프로 쿠반(아프리카 계 쿠바음악) 재즈 뮤지션들은 이 클럽에 모여서 돈이 아닌 그저 음악이 좋아서 연주를 하곤 했다.
쿠바는 맘보와 살사, 차차차, 룸바의 고향이기도 하며 자유롭고 흥겨운 댄스 리듬과 향취가 짙은 음악으로 유명하다. 쿠바 전통 음악과 아프리카 음악의 특성이 결합되어있는 쿠바의 음악 스타일은 20세기의 라틴음악과 대중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959년 쿠바 혁명 이후의 정권이 유흥문화를 제한하고 사회주의 이념을 담은 음악을 장려하면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도 문을 닫고 뮤지션들도 흩어졌으며, 쿠바음악의 전성기도 지나가게 된다.

1996년에 와서 미국인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라이 쿠더는 월드서킷 레코드의 닉의 제안을 받아, 서아프리카 말리의 뮤지션들이 쿠바 현지 뮤지션들과 음반작업을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말리의 뮤지션들이 비자 문제로 쿠바에 오지 못하게 되자 계획을 바꿔 쿠바 뮤지션들만 참여한 앨범을 만들기로 한다.
이에 1940-1950년대 쿠바 음악의 부흥기를 이끈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멤버였던 노장 뮤지션들을 찾아내어 6일만에 녹음을 마치고 앨범을 발매한다. 1997년 발매된 이 앨범의 이름 또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우연한 기회로 만들어진 이 앨범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잊혀질 뻔 했던 쿠바음악의 존재감을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된다.

한편 빔 벤더스는 라이 쿠더를 통해서 쿠바 뮤지션들의 세션이 담긴 테이프를 접하고 그전엔 전혀 몰랐던 쿠바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에 라이 쿠더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앨범 발매 2년후, 클럽 멤버 중 한명인 가수 이브라임의 솔로앨범 녹음을 위해 하바나를 다시 방문했을 때, 함께 동행하여 이 새 앨범 녹음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앨범에 참여한 쿠바 뮤지션들을 인터뷰한다.
그는 여기에 더해 이 뮤지션들이 1998년 4월 암스테르담과 7월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는 실황도 담아 1999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선보인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것을 비롯해 다양한 상들을 휩쓸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쿠바음악의 매력을 생생히 알렸으며 전설적인 쿠바 뮤지션들이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생소하지만 빠져드는 쿠바 음악의 매력
사실 쿠바 음악이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려야 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하지만,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왠지 모를 친근함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흥겨움, 열정과 슬픔, 그리움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 어느 새 마음 속으로 스며든다. 많으면 90세 이상인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음악들은 볼거리 풍부한 기교를 자랑하거나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로 고음을 쭉 뽑아 내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된 일상, 미래와 희망, 행복과 만족, 사랑과 낭만, 슬픔과 이별 등 삶의 진한 내음이 잔뜩 묻어있는 그들의 노래와, 여유로운 리듬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변주로 가득하며 부드럽고 감미로운 동시에 열정적이고 흥겨운 연주는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다. 빔 벤더스는 이런 쿠바의 음악과 닮아있는 쿠바의 낡고 역사 깊은 거리와 경치들, 평범한 듯 강렬한 인상을 가진 쿠바 사람들의 모습을 교차시켜 보여주면서 쿠바음악의 뿌리와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뮤지션들에게 바치는 존중과 감사
이 영화에는 쿠바 음악계의 전설적인 가수이지만 한동안 잊혀져 있던 이브라임과 오마라, 쿠바의 3대 피아니스트 중 한명인 루벤, 기타리스트인 오초아, 베이시스트 올란도, 퍼커셔니스트 발데스, 트럼펫과 라우드 연주자 등 음반과 공연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뮤지션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사실 밴드가 있으면 보통 보컬이나 기타에 가장 많은 시선이 가기 마련이지만, 감독은 뮤지션 한 명 한 명을 쿠바의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을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다.
영화는 이 뮤지션들이 각자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사연과 개인사를 간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뒤 그들 각자의 노래와 연주를 이어서 들려준다. 다소 정신없다고 여길 수도 있는 편집 방식이지만 이렇게 그들과 개인적 유대를 형성하고 나서 듣는 음악은 더욱 친근하고 각별하게 다가온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각 뮤지션들을 꼼꼼히 조명하는 이런 시도는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서도 여전한 실력과 열정을 보여주는 그들에 대한 감사와 존중을 느끼게 하고,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면서 풍요롭고 조화로운 음색을 만들어내는 쿠바 음악의 특성을 상기하게 한다.

삶과 음악에 대한 무한한 긍정
영화 속 나이가 많은 뮤지션들은 벌써 나이가 90세에 육박하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상당수가 죽어서 무덤에 묻혀있다. 하지만 1907년생 세군도는 내 목숨이 허락하는 한 여자들을 사랑할 거고 자식도 하나 더 낳고 싶다고 말하는가 하면, 1927년생 이브라임은 아직 죽을 수 없다며 남은 이 시간을 더 즐기고 싶다고 한다.
또 그들 대부분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해온 사람들인데, 몇 십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일상 속에서 음악과 함께 하며 녹슬지 않은 재능과 열정을 보여준다. 한편으론 공연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보며 눈을 적시고, 흥에 겨워 댄스 스텝을 밟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그들이 우리에게 “살만큼 살았고 음악도 할 만큼 했더라도 삶과 음악은 여전히 좋은 것이다. 그러니 계속 살아있는 한 이 삶과 음악을 만끽하자”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적어도 우리의 몇 배는 될 나이를 살면서 온갖 풍파를 겪었겠지만, 이들에게서 여전히 흘러나오는 삶과 음악, 그 좋은 것에 대한 긍정은 인생살이가 힘에 부쳐 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 젊은 우리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살아있기 때문에 아직 음악에 맞춰 춤출 수 있고, 친구들과 웃음과 담소를 나눌 수 있고, 살아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도시의 모습에 감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빔 벤더스는 쿠바 뮤지션들의 일상과 사연들, 평소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 무대 실황과 뉴욕에 도착한 그들의 모습들을 정적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로 담아내었고, 이 모든 장면들을 적절하게 배치, 구성했다. 덕분에 마치 한 곡의 쿠바 음악 같은 진하고, 풍요롭고, 조화롭고, 리드미컬하고 생동감 있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물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보면 산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나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해 약간의 조사를 한 뒤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쿠바 음악을 전혀 들어본적 없는 사람이라도 영화를 보면서 쿠바와 그 음악의 진한 향취와 리듬에 어느 새 물들어 몸을 흔들고, 쿠바 음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 같은 뮤지션들의 여전한 열정과 삶에 대한 긍정에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본 뒤 삶 속에 음악을 불러들여 흥과 낭만, 풍요를 더하고, 매일 반복되는 삶이라도 좋은 삶이라고 외치며 영화 속 그들처럼 살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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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나 리드미컬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쿠바에 가봤거나 가보고 싶은 사람
노장들의 음악과 삶에 대한 열정을 본받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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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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