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
Hellcats, I Like It Hot

영화 <싱글즈>를 통해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사게 만들었던 권칠인 감독이 <뜨거운 것이 좋아>를 통해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를 했다. 이번 영화 역시 여성들의 이야기로 2030 세대의 싱글 여성들의 고민과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폭 넓은 스펙트럼과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 이미숙과 하이틴 스타 출신 김민희의 출연과 인기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안소희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개봉전부터 큰 화제를 낳은 작품이다.

27살인 아미는 방음도 안되는 여관에 쳐박혀 두통과 수면 부족 등과 싸우며 글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이다. 한 집에 언니와 조카 이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고, 음악하는 남자 친구가 있지만 별다른 수입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해 보인다. 우울한 날이 계속 되던 어느날 기분 전환을 위해 맞선을 보기로 하는데...
한편 언니 영미는 40대의 싱글맘이지만 잘 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일도 사랑도 당당히 즐기며 살던 영미는 일로 우연히 만난 연하남 경수에게 끌려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그저 하룻밤 상대로 여겼던 영미와 달리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경수가 영미는 귀찮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영미의 딸 강애. 그녀는 오래 사귄 남자 친구와의 스킨쉽 문제로 고민이 많다. 늘 바쁜 엄마와 손이 많이 가는 이모 봐주기도 힘든데 남자 문제로 더 심란하다. 궁금하고 해 보고 싶은것도 많은 10대 강애는 남자 친구를 사로 잡기 위해 친구 미란과 스킨쉽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것이 좋아>는 영화의 중심 인물인 20대 아미 뿐만 아니라 40대의 영미와 10대인 경애를 통해 그동안 말 할 수 없었던 그 세대간의 고민과 속마음을 대변하는 작품 같기도 하다.
서른을 바라 보고 있는 20대 아미는 시나리오 작가 일을 하고 있지만 허울만 작가일뿐 아직 데뷔 조차 못한 초짜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도무지 길을 보이지 않는게 현실. 당연히 돈 벌이도 힘들어 언니 집에서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 신세이다.

음악을 하고는 있지만 자신처럼 능력 없는 남자 친구 원석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못 이기는척 아미는 맞선 자리에 나간다. 그곳에서 만난 승원은 능력 있고 젠틀한 남자였지만 너무 반듯한 모습과 공감대가 자신과는 맞지 않다고 느껴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은 잘 풀리지 않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승원과의 만남이 잦아 지면서 아미는 서서히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결혼이라는 미래를 꿈꾸는 사이로까지 발전하지만 막상 그 시기가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아미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이것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을까? 후회 없이 살 자신이 있을까?

이상과 현실을 사이를 두고 갈등하는 아미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정된 직장도 갖고 행복한 결혼 생활도 하고, 해 보고 싶고 이루고 싶은게 많은 나이지만 우리는 각박한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 꿈을 포기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곤 한다.

무엇을 선택하던 선택은 본인 몫이고 누구도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선택에 대해 주저 말고 후회 없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도 후회할 확률이 적다는 것은 분명하다.
무작정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하라기 보다는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기에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꿨으면 하는 것이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열정을 통해 좀 더 인간다운 활기찬 인생을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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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고민이 많은 여성들
그녀의 말할 수 없었던 비밀과 속마음이 궁금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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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쿠로쿠마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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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이 좋아>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바로 권칠인 감독의 전작 <싱글즈>다. 스물아홉 살 동갑내기 친구 나난(장진영)과 동미(엄정화)의 사랑과 일, 우정을 감칠맛 나는 나레이션과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로 채워 넣었던 <싱글즈>는 20대 여성 관객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어낸 바 있다. 그로부터 시간은 4년이 흘렀고, 29살의 나난과 동미는 데뷔도 못한 스물일곱 살 시나리오 작가 아미(김민희), 잘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40대 초반 싱글맘 영미(이미숙), 그리고 집안의 실질적인 살림꾼(?)이자 이제 막 사랑에 눈뜬 ‘고딩’ 강애(안소희)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 심리적 외연을 넓혔다. <싱글즈>의 장점을 이어받아 <뜨거운 것이 좋아>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속내 혹은 수다를 까칠하거나 비루하지 않게 그리면서도 최대한 대중성을 고려한 바운더리 안에서 현실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리하여 “여자가 들켜야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바람과 주름살, 그리고 속마음이다. 그런데 그걸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을 들켰을 때” 보다 당혹스러운 순간을 없을 것이라는 아미의 나레이션은 <뜨거운 것이 좋아>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멋들어지게 함축한다. 영미는 여자는 결혼보다, 연애보다 일로 잘나가야 한다는 신조를 지녔지만 ‘쿨’한 연하남 경수(윤희석)과의 ‘원나잇 스탠드’를 마다할 생각이 없고, 아미는 잠깐 바람을 핀 가난한 뮤지션 애인 원석(김흥수)를 정리하고 소개팅에서 만난 안정된 회계사 승원(김성수)와의 연애를 시작하며, 강애는 3년 된 ‘남친’ 호재(김범)보다 단짝친구 미란(조은지)와의 연습 키스가 더 끌리는 중이다. 티켓 구매의 주도권을 쥔 여성 관객들을 유혹하자는 포석임에 틀림없고, 또 그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할 만큼 말랑말랑하면서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를 고루 배치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피엔딩이 불가능한 걸까?”라고 묻는 이 언니들은 인생이 다 그런 듯이 선택의 순간을 지혜롭게 넘기게 해 줄 “심판관”들이 필요하다. 조기에 폐경기를 맞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냉정함을 잠시 잃는 영미, 두 남자 사이에서 자신을 찾고자 노력하는 아미, 끌리는 감정이 당혹스러운 강애는 정상(?)적인 현대 가족답게 연대보다 각개돌파를 시도한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이 게임이 끝나면 행복할까’ 라고 자문하지만 결국 ‘다시 시작이다’를 외칠 정도의 여유는 부여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싱글맘’을 선택한 동미의 리믹스 버전이자 이른 선배 겪이 될 영미나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 오느냐고 하소연하는 20대 아미나 10대지만 자신만의 고민으로 충만한 강애나 고민의 무게는 다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파격적이지도 않다. 다만 자잘한 선택으로 이뤄지는 지금, 현재의 삶의 단면들을 펼쳐내 보이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것이 좋아>는 무겁지 않지만 일정정도 동시대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느냐고 귀엽게 봐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20, 30년대와 장르의 틀 속으로 질주하고 있는 현재 한국 영화의 지형도에서 봤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무게를 가지기에 영미의 에피소드는 과한 판타지가 개입되어 있고, 강애의 경우는 아무리 여고생들 사이에 ‘레즈’ 코드가 다반사라 할지라도 단막극 에피소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미숙과 같은 매력적인 외모와 능력이라면 가능하지 않느냐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디테일한 감정의 묘사가 생략되어 있기에 중년 여성의 욕망을 적절히 버무리지 않았느냐는 의혹의 시선이 제기된다 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그녀의 고민을 진정으로 나누기에 묘사의 톤이 가볍단 얘기다. 성장통의 일부라 넘어갈 수 있을 강애의 에피소드는 20대 이상 관객들이 미소 지으며 바라볼 수 있는 딱 그 정도 수위에 멈춰 선다. 역시 방점이 찍히는 것은 나레이션의 주인인 아미 쪽이다. 17번을 퇴짜 맞은 시나리오 작가라는 설정은 게을러 보이지만 일과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미의 감정변화는 무릎을 딱 치며 ‘맞아, 맞아’를 연발할 만큼 사실적이라 나머지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다만 남자친구의 미국행 제의를 거절하는 후반부는 <싱글즈>의 나난과 판박일 뿐 아니라 ‘일에 성공한 여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반적 주장의 동어반복이라 신선함이 덜 하다. 주인공이 속물이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심리는 관객을 의식한 배려일까, 제작진의 생각일까. 싱글맘을 택한 동미와 아빠가 되어주겠다는 나난의 다소 파격적인 선택으로 리얼리티 논란을 일으켰던 <싱글즈>에서 장진영과 엄정화의 앙상블과 솔직한 연기는 빛을 발한 바 있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는 그 몫을 김민희가 담당한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 재발견된 김민희는 하이톤의 갈라지는 발성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털털한 20대 여성의 심리를 가감 없이 표현한다. 특히 발군의 술주정과 ‘흡연’ 금단현상 연기는 과연 그가 새침한 부잣집 공주 이미지로 어필했던 김민희가 맞나 싶을 정도다. 더불어 이미숙은 여전히 묵직하고, ‘만두’ 소희양은 뚱한 표정만으로도 귀엽고 또래 여고생으로 보일 정도다. 보너스 하나. 흥미롭게도 <뜨거운 것이 좋아>는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대척점에 서 있지만 그리 얄밉지는 않은 소품 드라마다. 팍팍한 마이너리티의 삶과 ‘아줌마성’을 응원하지는 않더라도 고민에 빠진 ‘그녀’들에게 솔직함을 잃지 말라며 등을 토닥이는 것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고 할까? 편안한 대중영화 속에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는 권칠인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제스추어가 아닐까 싶다.
2008년 1월 3일 목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