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프트>

디자이너로 일하던 로빈은 유산 이후, 남편과 함께 인적이 드문 교외로 이사한다. 새로운 곳에서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새로운 일상을 보낼 생각으로 부푼 그녀. 새 집의 인테리어를 위해 찾은 가게에서 남편 사이먼은 고교 동창 고든과 재회한다. 어딘지 어색하지만 착하고 선량한 인상의 고든에게 로빈은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동창과의 재회를 반가워해야 할 사이먼은 고든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고교시절 이야기를 피하며 때때로 집에 찾아오는 옛 친구를 적대시한다. 남편의 태도에 의문을 품은 로빈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과거 남편이 저지른 비밀을 알게 된다. 반갑지 않은 재회, 기억하지도 못하는 친구, 로빈의 주위를 맴도는 고든. 과거에 있었던 일은 무엇이며, 고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위플래시>제작진의 심리 스릴러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낸 <더 기프트> 요약하면 과거의 잘못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이야기다. 사이먼은 평소에도 냉철하고 계획적이며, 성공과 야망을 위해서라면 부정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로빈은 그런 남편의 모습을 알지만 그것이 자신과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
로빈은 이미 한 차례 유산을 했었고, 그로 인한 상실감이 그녀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간절하게 아이를 원하지만 좀처럼 성공하지 못한다. 로빈은 이웃집의 귀여운 아기를 보며 자신도 가질 수 있었던 아이를 그려본다.

비즈니스맨인 사이먼이 자리를 비운 동안, 고든은 이런저런 이유를 가지고 집에 찾아온다. 하루종일 혼자 지내는 로빈에게 고든의 존재는 딱히 불편하지 않다. 남편의 친구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고든은 딱히 부담되지 않는 선물을 가지고 오고, 그녀가 혼자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도와주는 등 친절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로빈의 호감을 산다.
로빈은 남편이 옛 친구를 대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이먼은 고든이 과거 외톨이였던 점을 들먹이며 그를 실패한 인생으로 매도한다. 로빈이 고든에게 호감을 나타내자 그가 당신을 노리는 것이라며 편집증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과연 두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더 기프트>는 차분하고 단조로운 일상적인 모습에 스며든 복수의 흔적을 보여준다.

커다란 충격이나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남편의 과거를 쫓는 로빈의 뒤를 따라가며, 사이먼이 고든에게 했던 짓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인물의 대사, 상황, 약간의 부연설명만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고통과 죄책감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이먼은 시종일관 고든을 인생 실패자로 몰아붙인다. 자신의 행동이 걸맞았으며, 자신 또한 부정적인 환경에 놓여 있었지만 극복해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제 와 멈출 수 없다는 광적인 모습을 보인다. 로빈은 격하게 변해가는 사이먼이 낯설고 두렵다. 남편을 그렇게 만든 고든의 뒤를 쫓는다.
영화 속에서 고든은 말한다. 자네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자네를 잊지 않았다. 그건 사이먼에게 있어 최후통첩과도 같다. 어떻게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이먼에 의해 고든의 인생은 상처와 멍으로 얼룩졌고, 그건 어떻게 해도 돌이킬 수 없다. 설령 사이먼이 진심을 다해 잘못을 빌었더라도 용서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용서란 치료와 보상이 가능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엎어진 물을 쓸어 담을 수 없듯이, 지나간 시간 또한 되돌릴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사이먼이 안타까웠다. 그는 분명히 가해자고, 용서를 빌기는커녕 자신의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는 무뢰한이다. 그러나 사이먼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가 사실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는 과거에 고든에게 했던 짓과 비슷한 행위로 다른 이를 파멸시키고, 그건 곧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잘못과 부정은 결국에는 되돌아온다. 어떤 식으로든 드러난다. 문제는 그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그러는 동안에 잊혀지고, 진실은 외면당한다.
고든의 복수가 상당 부분 미흡했다는 지적 또한 분명히 있다. 사실 복수라 하면 충격적이고 조금은 야만적인, 일종의 형벌이 떠오른다. 법으로 심판할 수 없는 죄인은 피해자 스스로 처벌하는 종류의 시나리오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더 기프트>에서는 자극적인 유혈사태나 기가 막힌 반전은 준비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인물의 대사, 표정, 행동으로 이루어진 장면 하나하나가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은밀한 분위기의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특히 취향에 부합할 것이다.

고든의 복수는 과연 소극적일까? 그렇지만도 않다. 고든은 로빈과의 접촉을 통해 사이먼에게 결여된 부분, 그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을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고든은 사이먼이 말한 것처럼 나약하고 무력한 바보가 아니었다. 목표를 설정하고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프로였다. 고든의 계획은 사이먼과 재회한 그 순간에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는 차분하고 조용한 외면 속에 타오르는 불꽃같은 분노를 감추고 있었다. 그것들을 숨기느라, 또 조금씩 드러내느라, 속으로 삼키고 삼켰을 감정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게 메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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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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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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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프트>는 <엑소더스: 신들과 왕> <위대한 개츠비> 로 친숙한 조엘 에저튼이 연기뿐 아니라 각본과 감독까지 맡은 영화로 서서히 조여오는 스릴러이다. <더 기프트>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묘한 기대를 한껏 갖게 한다. 파격적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영화 내내 저버릴 수가 없다. 조엘 에저튼이 연기한 고든의 어눌하고 음습한 모습 덕분이다. 사이먼, 로빈, 고든, 세 인물이 펼치는 신경전의 변화 과정이 흥미롭지만 짜릿한 공포나 놀람, 반전은 부족하다. 가볍게 표현하면 ‘못된 애가 나쁜 어린이 되어 지 팔자 꼬는 얘기’지만 곱씹을수록 생각할 여지가 많은 영화이다. 미국의 영화 전문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3%를 유지하고 있는 <더 기프트>는 2015년 시점에서 고든이 보낸 마지막 선물이 과연 파괴적인 선물일까라는 의문을 남긴다.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