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탱고
Un tango mas, Our Last Tango, 2015

<라스트 탱고>는 20-21세기 탱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커플 댄서인 마리아 니에베스 리고와 후안 카를로스 코페스가 50년간 함께해 온 탱고 인생과 사랑, 이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 14세, 17세때 만나서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 점차 탱고를 공연 예술의 반열에 올리며 뉴욕 브로드웨이, 유럽과 일본에까지 진출하였던 그들의 탱고 역사와 함께 수없이 반복되었던 격정의 감정들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다큐멘터리 장르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댄서 커데 그치지 않고 젊은 플들이 마리아와 후안의 회상을 춤과 연기로 재연하면서 지루할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탱고의 아름다움 속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제는 81세가 된 마리아에게 후안과 처음 만났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후안과 마리아는 1940년대 어느 클럽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면서 댄스 파트너가 되었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여러 클럽에서 커플로서 탱고를 추기 시작했다. 탱고를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야망으로 가득 차있던 후안은, 이후 창작자를 겸하며 점차 탱고를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예술로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결국 둘은 1960년대에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며 열정적인 찬사를 받게 된다. 그 와중에 1965년 라스베가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지만, 1976년 후안이 다른 댄서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리아와 후안의 결혼은 없었던 것이 되어 버린다. 그들은 1997년 도쿄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댄스 파트너로서도 헤어지게 되고, 현재는 각자 다른 삶을 살면서 재결합의 가능성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이 이렇듯 50년간 함께 춤을 춰온 역사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의 내러티브를 뛰어 넘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물론 인물을 인터뷰 하거나 그들의 모습이 담긴 과거 영상을 보여준다는 기본적인 방식도 취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후안과 마리아가 처음 만났던 시절, 그들이 삼각관계에 빠지고 영영 결별하게 되었던 때의 이야기 등이 젊은 탱고 댄서들에 의해 직접 탱고 동작과 연기로 생생하게 재연되기도 한다. 이로써 그 당시 마리아나 후안이 느꼈을 서로에 대한 설렘과 애정, 마음의 고통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관객들의 마음에 보다 와 닿게 되고, 과거의 흘러간 이야기에 그칠뻔한 장면들이 반짝이는 생명력을 얻게 된다.

또한 때로는 회상장면을 재연하던 댄서들이 마리아에게 지도를 받는 모습이나, 이 댄서들이 마리아와 후안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나오면서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허물어 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장면을 통해 탱고를 한 차원 높은 예술로 승화시킨 마리아와 후안의 역사가 있었기에 현재까지도 탱고가 명맥을 유지하며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자 한다.
후안과 마리아, 두 사람의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마리아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가정을 이루고 아내, 아이와 함께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후안과는 달리, 마리아는 남편이나 아이 없이 작은 집에서 외로이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길을 걷거나 과거 자신이 춤을 췄던 장소를 방문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욱 흘러가 버린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와 회한을 남긴다. 하지만 영화는 지나친 감상주의로 흐르거나 마리아를 희생자라고 여기기 보다, 그 고통의 세월 속에서도 한 단계 더 성장하여 최고의 탱고 댄서로 사랑 받았던 마리아의 면모를 드러내며 그녀에게 찬사를 바친다.

한편 영화 속 마리아와 후안의 만남과 갈등, 이별과 같은 관계의 변화와 그 안에서 그들이 느꼈을 감정들은 모조리 탱고의 안무로 표현되면서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영화 속 마리아와 후안이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가며 파트너로 활동할 때의 춤들을 보면, 탱고가 두 사람 사이의 교감과 믿음, 애정을 더욱 배가 시키는 로맨틱하고 열정적인 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알 파치노’와 ‘가브리엘 앤워’의 탱고가 그랬듯, 그들이 사랑하던 당시의 탱고는 가슴을 뛰게 하는 아름다움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다 서로의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이별을 하게 되었을 때를 표현하는 춤들은 절절한 비장미를 보여주며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분노 속에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두 사람의 격정적인 감정들을 느끼게 한다. 이로써 탱고를 잘 몰랐던 관객들도 탱고가 우울하고 구슬픈 동시에 열정적인 환희를 품고 있으며, 사랑과 믿음, 증오와 질투와 같은 인간의 가장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혹적인 춤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마리아와 후안은 탱고와 함께 태어났고, 탱고와 함께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난하던 10대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서 질릴 만도 한데, 80대가 된 지금까지도 탱고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 나는 마리아나 후안처럼 한 평생 자신의 열정을 바칠 대상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사랑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단 하나의 열정과 노력, 목표의 대상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고 누군가는 자신은 어느 것에도 재능이 없다면서 이미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안이 여자들의 발을 숱하게 밟았던 시절을 지나 탱고를 세계적인 예술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실행에 옮긴 것처럼, 마리아가 증오심 속에서도 더 성장하리라 다짐했던 것처럼, 타고난 재능보다도 중요한 것은 좌절 속에서도 어떻게든 이어나가는 끈질긴 열망이 아닐까 싶다.
탱고를 추다 스텝이 엉키더라도 음악 속에 몸을 맡기고 계속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새 춤이 또다시 이어지는 것처럼, 탱고를 닮은 열망 말이다. 계기가 어떻든, 현재의 재능이 어떻든 열망의 대상을 한번 만났다면 끝까지 추구해 보는 건 어떨까. 마리아와 후안이 그랬듯 때로는 가난과 좌절을 맛보게 될 때도 있겠지만, 결코 후회를 남기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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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문화, 춤,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
탱고의 아름다움과 격정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섬세하고 색다른 연출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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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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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탱고>는 80세가 된 전설적인 탱고 무용수, 마리아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다. 그녀의 전부였던 탱고에 대해, 인생의 전반에 걸친 파트너 후안에 대해, 그리고 인생의 느즈막인 지금 아직도 열정적인 자신에 대한 진솔한 회고다. 처음 탱고를 배우기 시작한 젊은 마리아와 중년의 마리아, 현재의 그녀까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탱고는 청순하기도 화려하기도 하다. <라스트 탱고>에는 마리아가 길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마리아가 거리를 걸으며 들려주는 나레이션은 갈팡질팡한 인생과 마음 먹은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삶에 대한 자조적인 고백이다. 탱고를 출 때의 도발적인 시선과 대조적인 씁쓸한 표정과 어투는 예술가로서의 성공과 개인적 행복 간의 간극을 보여준다. 탱고 공연의 한 장면 같은 감각적이고 농밀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라스트 탱고>는 탱고 음악 감독 루리스 보르다의 선곡과 어우려져 열정과 회한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다큐멘터리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빔 벤더스가 제작하고 게르만 크랄이 연출했다.
2015년 12월 24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