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미 달링>
귀여운 포스터에 먼저 시선이 간다. <로마의 휴일>오드리 햅번을 연상시키는 스타일링의 여배우와 양복을 차려입었지만 어딘지 뚱한 표정의 주인공.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두 사람은 사실 ‘함께 죽기로’결심한 사람들이다.
야콥은 소위 말하는 ‘로열 패밀리’다. 엄청난 재력을 가졌지만 그의 일상은 너무나도 지루하다. 단 한 번도 열정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그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야콥의 권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졌기 때문에 배가 불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콥의 우울증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극에 달해 있다. 그는 자신이 죽기를 바란다. 이런 삶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는 너무 지쳤다. 결국 죽기로 결심했지만, 끝내 자기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는 현실과 맞닥뜨리고 좌절한다.
그런 야콥의 앞에 의문의 컴퍼니가 나타난다. 죽음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수상한 회사의 이름은 엘리시움.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죽는 방법’을 제공한다. 야콥은 당연하게도 엘리시움과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죽기를 원하는 여인 안나를 만난다.
그녀는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수상한 말투가 변덕스러운 기분, 어딘지 머리 속 나사 하나가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야콥은 안나를 멀리하려고 한다. 저러니 죽으러 왔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의 안나에게 조금씩 끌리기 시작하고, 이내 야콥은 생애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불같은 로맨스에 빠져든다.
야콥은 안나와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엘리시움과의 계약은 한번 체결한 이상 되돌아갈 수 없다. 그토록 죽기를 원했는데, 이제는 그 죽음이 발목을 잡는다.
주인공 야콥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니 금수저 이상의 다이아몬드 수저 수준의 재력을 보유한 재벌이다. 그 엄청난 재력으로 그는 모든 일에 무감각해진다. 어머니가 죽은 후, 재산을 모조리 기부하고 자살을 결심할 만큼. 야콥을 어릴 때부터 돌봐 온 할아버지는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너무 많은 걸 가져서 생애 무뎌지는 감각은 어떤 걸까? <킬 미 달링>속 야콥은 지상낙원 같은 집에서 세상이 멸망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에게는 세상의 어떤 물질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사람 대 사람과의 인간관계는 질린 지 오래. 야콥에게는 진정한 친구도, 사랑하는 연인도 없다. 감히 다이아몬드수저에게 붙일 말은 아니겠지만, 극중 야콥은 상당히 가엾은 인물이다.
안나를 만난 후 그의 삶은 달라진다. 야콥의 머릿속은 온통 그녀로 가득하다. 그가 처음으로 느끼기 시작한 사랑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관객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짐작해볼 수 있다. 흑백이었던 세상이 색채로 가득 차는 느낌.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잠에 드는 순간가지, 머릿속에 온통 한 사람만 가득 찬 느낌. 누구보다 간절히 죽음을 원하던 야콥이 마음을 바꾼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런 신기한 경험은 처음이었을 테니까. 누구나 부러워하던 재벌은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걷기 시작하는 아이처럼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다. 서투르지만 아름답고,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한 발짝씩 나아가는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손바닥에 땀을 쥐게 된다. 하지만 어느 작품에서나 그렇듯이, 주인공의 사랑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야콥과 안나가 계약을 체결한 ‘엘리시움’에는 절대적인 룰이 존재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번 체결한 계약은 파기할 수 없다.
이제 겨우 삶에 대한 의지를 얻었는데, 이미 계약을 했으니 죽어야 한다고?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싶으면서도, 죽음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는 엘리시움의 방침을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애원하거나 정에 호소해도 철회할 수 없는 것이 규정이다. 엘리시움은 그런 철저한 규칙 아래 회사를 운영해 왔다.
엘리시움이 말하는 ‘완벽한 죽음’은 대체 무엇일까? 세상에 완벽한 죽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완벽함과 불완전함은 한 끗 차이다. 사람들의 배경지식과 삶에 대한 기준이 각각 다르듯, 완벽한 죽음 또한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완벽한 죽음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사람은 삶의 목표를 이루고 죽는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사람은 부귀영화를, 또 어떤 사람은 사회에 대한 헌신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완벽함을 도대체 어떻게 ‘판매’하겠다는 걸까?
두 사람의 귀여운 러브 스토리에 이끌렸지만 중반을 넘어 결말로 향해 갈수록 ‘엘리시움’이라는 회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죽음을 판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법이고 범죄인데, 이 회사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그들의 배후는 누구일까? 야콥 같은 입장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엘리시움에서는 죽음을 죽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죽음은 여행이다. 사람의 생애 자체가 하나의 긴 여행이라고 치면, 엘리시움에게 있어 죽음은 마지막 여행을 뜻한다. 그 마지막 여행을 누구와 어떻게 보낼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축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앞날에 불안을 느끼고, 특히 생의 마지막인 죽음에 두려움을 느낀다. 엘리시움은 그 두려움을 해소해 주는 역할도 한다. 물론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
|
 |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분 |
|
|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