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은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한다.
하지만 사건을 파헤치려 할수록 더욱 굳건히 닫히는 진실의 장벽.
결코 좌절할 수 없었던 끈질긴 ‘스포트라이트’팀은 추적을 멈추지 않고,
마침내 성스러운 이름 속에 감춰졌던 사제들의 얼굴이 드러나는데…
‘스포트라이트’팀이 추적한 충격적인 스캔들이 밝혀진다!
* 출연진의 다른영화 :
예고영상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 2015
기레기라는 말은 기자가 아닌 다른 직종의 사람이 듣더라도 무척 가슴 아프고 슬픈 용어이다.
그 말은 직업적으로 폄하하는 의도를 삼키고 있으면서 인격적인 모독까지 철저하게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는 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를 해야 하는 모든 직업과 그 직업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직업의식이 한줄기로 이어진다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직업과 직업의식이 같은 길을 가지 않을 때 기레기란 말처럼 비아냥을 넘어서 시대적 비애를 맛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그런 면에서 직업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영화이다. 사실 직업보다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시스템과 조직과 권력과 종교와 정치와 언론을 모두 통합할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영화이지만 작게는 직업적 개념을 통한 정당한 활동의 정의를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뒤로 숨겨져 왔던 현대 사회의 슬픈 이면, 인간의 추악한 심성을 순차적으로 말해야 이 영화를 올바로 보고 영화 속 대사들을 즐기면서 하나하나 꿰어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라는 말은 심층취재를 뜻하는 용어로서 영화 제목으로 쓰이면서 영화 속에서는 기자들의 팀 이름이다. 스포트라이트팀.
<보스턴 글로브>의 신임 국장은 지난 30여간 교구에서 80여명의 아이들이 사제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 추기경은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했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해서 스포트라이트팀에게 집중 취재를 할 것을 공지한다. 로빈슨 팀장(마이클 키튼)을 중심으로 마이크(마크 러팔로), 샤샤(레이첼 맥아담스) 등으로 구성된 스포트라이트팀은 점점 실체를 알게 되면서 직업적 도전을 너머서 인간적인 비의를 겪으며 이 사건을 취재하고 점점 그 안으로 들어간다.
특히 천주교단이라는 거대한 종교적 크기는 기자의 신분으로서 그 높은 벽은 넘기 힘든 산이고 똘똘 뭉쳐진 언론과 시스템은 풀 수 없는 미로와 같다. 1:1로 면접을 보듯이 피해자를 찾아다니고, 빼도박도 못하게 문서화된 증거물을 탐색하러 온 밤을 새는 치열한 전쟁 같은 취재기는 팀원들의 울분과 현실의 벽앞에서 팀의 균열도 일으킨다. 하지만 끝내 지켜야 하는 기자 정신은 이렇게 힘들게 취재한 내용을 온 세상에 밝히어 다시는 이런 인간의 불의가 하늘 아래에서 발 붙이지 못하게 할 것임을 서로들 잘 알고 있음을 확인한다.
무신론자인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라는 두터운 책을 보면 그가 종교에 그리 반대하는 이유, 그리고 종교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이유를 아이들의 학대라는 매우 위험한 증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제간의 동성애나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둘 인간의 욕망으로는 피할 수 없는, 아이들을 성폭행하는 치명적 단서로 제시하는데 그 방점이 찍힌다.
도발적인 이 책을 읽고 나면 종교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가 오히려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나라하고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이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면서도 그런 똑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보스턴이라는 지역은 카톨릭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기자들 역시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고향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고향의 친척과 이웃은 예배를 하고 신앙에 맡긴 생활을 하고 있기에 다른 사건처럼 본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관계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중심을 잡고 본인의 의지를 견지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고 열정이 가득한 마이크의 모습은 일을 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진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
그렇게 처음에 기획했던 사건 취재보다 점점 인원도 많아지고 피해자의 증언은 증언대로 가슴 아프게 다가와 생존하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게 삶을 마쳤을지, 그런 고통의 시간들에 스포트라이트팀은 회의와 숙고를 거듭하며 이 사건을 반드시 세상에 알려야 하는 당위성을 갖추게 된다.
영화는 종교를 직접적으로 말하지도, 언론을 드러내놓고 보여주지도 않는다. 오직 사건을 파헤치면서 피해자의 증언과 기자들의 회의 장면, 그리고 인간들의 추악한 실상을 이어지는 대화들로 정말 핫하게 툭툭 던질 뿐이다. 그렇게 던져지는 대화들이 남기는 긴장과 의미 파악은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며 그 몫을 다한 관객은 영화가 말하는 바를 올바로 파악한 승자가 되고 혹시라도 그 현실을 비껴가고 싶은 관객은 영화의 참의미에 대해서 두고두고 숙제처럼 머릿속에서 남겨질 것이다.
특히 마크 러팔로가 보여주는 열정적인 취재기는 만약 이런 기자가 이 세상에 좀더 많이 있다면 세상은 더 아름답고 정의롭고 아이들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 밤을 새고 정의감에 팀장과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그가 <어벤져스>에서 보여준 연기와는 다른 것이라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사회 문제에 대한 또다른 탐사 영화 같은 걸 보고 싶다면 얼마전 나온 <빅 쇼트>를 보길 권한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방기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는 용기를 가질 것.
그것이 바로 올바른 시민이 가져야할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그리고 <내부자들>을 보고 대중을 개 돼지라 칭하던 그 언론인에 대해서 분개했다면 아마도 <스포트라이트>가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언론 관련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공들여 만든 멋진 영화를 찾는 분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스포트라이트>는 어느덧 ‘위기’와 연관 검색어가 되었다 해도 무리 없을 ‘저널리즘’에 대한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언론의 순기능을 환기시킨 수작이다. 영화는 보스톤 글로브의 탐사보도 팀 ‘스포트라이트’가 2002년 카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새로운 편집장의 부임소식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는 <스포트라이트>는 인원 감축 가능성이 예상되는 보스톤 글로브 건물 옆에 세워진 대형 AOL(인터넷 서비스 사업) 광고판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퇴색하는 언론의 가치를 구태여 역설하거나 갖가지 유혹을 물리친 언론인을 영웅화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단지 소수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취재진이 부족한 단서와 지역주민의 편견을 극복하고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과정에 집중할 뿐이다. 자연스레 영화의 재미는 취재진이 베일에 쌓였던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충실한 취재진의 모습은 언론의 직업윤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강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문전박대를 감수하고 발로 뛰며 정보를 얻거나 두꺼운 책의 행간을 눈금자로 모두 짚어 단서를 찾는 취재진의 모습은 화려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육체노동에 가깝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이 같이 지난한 과정이 만들어 낸 한 편의 기사가 단순한 비리 보도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타파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울림은 꽤나 크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마이클 키튼과 마크 러팔로 등 배우들 개개인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스포트라이트 취재진으로 모인 이들의 시너지야말로 영화의 백미다. 언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스포트라이트>는 올해 필견의 영화다.
2016년 2월 18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 ( jeongin@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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