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컨덕트
Misconduct , 2016
이제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병헌의 얼굴을 보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때가 왔다.
헐리우드 영화에 동양인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신기했던 시절, 한국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은 큰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 영화 감독이 직접 헐리우드 영화를 연출하거나 한국 시나리오를 가져다 쓰는 등 한국 영화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거기에 헐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의 한 획을 그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나온 이병헌이 출연한 이 영화 <미스컨덕트>는 2016년에도 이어지는 한국 배우의 헐리우드 출연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해볼만 한 영화로 기록된다.
이병헌의 <악마를 보았다>를 인상 깊게 본 감독 시모사와 신타로 감독의 캐스팅으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이병헌의 전언은 그런 면에서 헐리우드에서 한국 영화를 많이 참조하고 모니터링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영화 특유의 느와르 감성이나 스타일리쉬한 스릴러 등은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나 캐릭터 설정 등에서 많이 활용되는 분야라고 하니 아마도 <악마를 보았다>와 같은 하드코어 스릴러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판에서는 매우 신선하고 자극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이 된다.
제목 ‘미스컨덕트’라는 말대로 대기업의 악행을 기반으로 한 복수와 소송전, 그리고 진실에 다가서려는 몸부림으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미 무겁게 가라앉아 있고 그렇게 시작한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 불법적인 임상실험과 그 결과를 조작하여 부와 명예를 쌓은 재벌 제약 기업의 회장 데닝(안소니 홉킨스)는 수많은 소송이나 법적 제재를 정면 돌파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온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그에게는 회사 이사이면서 연인인 에밀리(말린 애커맨)이 있는데 이 에밀리가 데닝이 그동안 조작해 오고 불법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온 비밀 파일을 갖게 되면서 이를 폭로할 준비로 대학 때 사귀었지만 헤어진 옛 애인 벤(조쉬 더하멜)에 접근한다.
한편 벤은 간호사인 샤롯(앨리스 이브)와 결혼 생활을 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변호사인데 일 중독자처럼 정의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불법 증거도 수집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신분 상승 욕구가 가득 찬 변호사이다. 그런 그가 거대 재벌의 악행이 담긴 증거를 제안 받고 그냥 넘어갈 리가 없을테고 이를 미끼로 그는 대형 로펌의 CEO 애브람스(알 파치노)와 거래를 하면서 이 건이 성공하느냐 아니면 퇴사를 하느냐 하는 중대차한 도박 같은 승부를 건다.
이렇게 재벌과 로펌과 변호사의 뜨거운 욕망들이 뒤섞인 사건 속에서 제일 중요한 증거이자 증인인 에밀리가 죽는 일이 벌어진다. 대체 왜, 누가, 에밀리를 죽였을까? 심지어는 자기 집에서 죽은 에밀리의 시체가 벤의 집 침대에 옮겨지는 사태까지 발생하여 벤은 용의자로서 쫓기는 신세로까지 몰리게 된다. 정의를 찾고 진실을 대하기 위한 여정에서 오히려 살인자로 몰리게 된 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영화는 우선 여러가지 층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가능성들은 오직 한가지만을 위해서 곧게 향해 간다. 즉 돈과 명예, 그리고 진실이다. 이들은 서로 진실을 원하면서도 진실을 감추려고 한다. 애브람스는 진실을 파헤쳐야 할 의무가 있는 로펌회사의 대표이면서 데닝에 대한 과거의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다. 번번히 가로 막혔던 과거의 법정 패소 경험이 강력한 증거물을 들이대는 신예 변호사로 하여금 복수심이 투영되면서 진실을 밝힐 것이라는 의무 위에 데닝을 끌어 내려 목을 치려는 사적 감정이 숨어져 있는 것이다.
데닝은 한편 젊은 연인에 대한 감정에서 위험한 길을 걷게 된다. 물론 이 지점이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인데, 우연히 거대 재벌 회장의 비자금 파일과 불법 실험이 담긴 파일을 그의 연인이 얻게 된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런 설정은 영화에서 두어번 더 나타난다. 해결사로 나타난 히트맨(이병헌)의 노트북에서 또한번 사건의 이면을 습득하게 되는 벤의 놀라운 재주 혹은 운빨은 영화가 계속해서 증거 수집과 진실에의 접근을 너무 쉽게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하는 것이다. 중요한 비밀 장부가 마치 여기 저기 노출되어서 정말 비밀 장부가 맞는지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주인공 벤 역시 이런 복수와 욕구의 사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가 처음 에밀리의 접근에 대해서 우왕좌왕하는 것은 결혼 반지를 끼고 부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매우 부족하여 그가 그렇게 투명하고 정의로운 인간은 아니라는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에밀리의 노골적인 구애에서 고민고민하다가 빠져나오긴 했지만 그런 그를 자극하는 것은 결국 증거도 증거지만 에밀리 자체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냄새이다. 영화에서 관객에게 시각과 청각을 전해줄 수는 있지만 미각과 후각을 전해 줄 수는 없다. 그래서 미각과 후각에 대한 상황 묘사나 연기는 매우 한정적이고 특수해질 수 밖에 없는데 특히 이 영화에서 후각을 하나의 장치로 활용한다는 것은 영화를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다. 영화를 재밌게 보기 위해서 냄새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들을 잘 기억해두기 바란다. 아마도 그것이 마지막까지 숨겨둔 반전임을 알게 된다면 이 영화가 그렇게 쉽게 반전을 준비한 것은 아니라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병헌의 묵직한 연기와 알파치노, 안소니 홉킨스와 같은 쟁쟁한 헐리우드 배우들을 한 화면에서 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법정으로 가지도 않으면서 무언가 법과 이어진 스토리 속에서 명배우들의 모습을 즐기는 것으로 이 영화는 2016년 상반기 스릴러 장르에서 빠뜨릴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앨리스 이브의 팜마파탈 느낌을 최종적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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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와 반전 스릴러 매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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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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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배우들, 섹스, 마초적인 범죄 스릴러, 있는 자들의 공모, 반전 등. <미스 컨덕트>는 영화를 재밌게 만드는 모든 요소가 다 담겨 있다. 무려 알 파치노와 안소니 홉킨스가 법조계, 재계의 거물로 나온다. 영화는 신입 변호사가 재계의 거물을 고꾸라뜨리는 과정에 반전을 가미해 담아낸다. 이병헌이 맡은 미스터리한 해결사, ‘히트맨‘의 역할 역시 흥미로운 소재다. 그러나 흥미로울 수 있는 모든 소재와 반전이 담겨 있음에도 <미스 컨덕트>는 흥미롭지도, 박진감 넘치지도, 뒷통수를 맞는 듯한 반전의 묘미도 없다. <나를 찾아줘>와 <내부자들>, <끝까지 간다>의 소재를 뭉뚱그린 듯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병헌 출연작으로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나 있으나 이병헌의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심지어 이병헌의 ’히트맨‘의 설정은 제대로 봉합되지도 않은 채 허무하게 끝이 난다. 때문에 이병헌을 기다린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황당할 수 있다.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 범죄 스릴러에 이미 익숙한 관객에게 <미스컨덕트>는 재밌을 법한 요소가 모두 담겼으나 재미도, 감흥도 없는 영화로 다가올 것이다.
| 글_이지혜 기자 ( wisdom@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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