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소원
THE LAST RIDE , 2016
혼자 집중해서 봐야 할 영화가 있듯이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보면 더 재밌고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이런걸 시너지효과라고 한다면 영화의 웃음도 분명 시너지효과에 따라 배가 되어 웃길 수 있다. 이 영화 <위대한 소원>이 바로 그런 영화다.
전형적인 코믹물로 표방하면서 약간의 감성을 양념하지만 결국은 막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 특히 부담스럽지 않은 섹시 코드를 유머로 색칠한 분위기는 연인들끼리 봐도 어색하지 않으며 성인이라면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여유까지 갖추게 한다. 충무로 인기 배우들의 역할도 한몫 하지만 캐릭터와 재밌는 시나리오의 힘이 분명 더 크다.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병원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고환(류덕환). 돈 많은 집 아들 갑덕(안재홍). 그리고 거칠어 보이지만 속빈 강정인 남준(김동영).
어린 아이로 죽기 싫다는 고환은 그래서 어른처럼(?) 죽고 싶어서 섹스를 해보는 것이 소원이다. 영화 제목인 위대한 소원이다. 이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 갑덕과 남준이 나름대로 열심히 우왕좌왕하면서 사고를 치고 그 사고가 더 큰 사고를 부르면서 끝까지 간다.
루게릭 병에 걸린 친구의 소원 – ‘섹스’가 영화 전체의 화두이자 소재라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은 패러디이다. 만약 이 영화를 그저 B급 코믹 영화라고 산정한다면 이 패러디들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밖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영화는 줄곧 심각하지 않게 여러 영화들을 따라 하고 만화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저차원의 세계로 달리지만 그 속에서 웃음에 대한 영화적 뚝심을 잃지 않는다는 데에서 웃음을 찾게 하는 매력이 있다. 죽어가는 친구의 섹스 대상자를 물색하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돌아다니는 친구 갑덕과 남준은 그 매력의 최일선에서 맡은 바 업무를 다하며 얻어맞고 피멍이 든다.
‘내 친구의 정자와 니 난자가 소개팅한다고 생각하라는 단순한 멘트는 섹스 유머의 1차원을 밑바탕으로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단순하면서 무지한 사고 체계를 보여주는 일갈이다. 이 멘트과 비슷한 언어와 행위들이 영화의 전반을 뒤집어 쓰고 있다면, 죽어가는 고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은 다시 B급 정서를 B+ 정도로 올려놓는다.
정말 마라톤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 고환을 위해서 가족들은 마라톤을 준비하며 고환을 휠체어에 태우고, 섹스를 ‘세수’로 듣는 부모의 센스는 우리 일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렇게 과장되면서 선을 지키는 유머로 등락없이 이어진다. 그게 이 영화를 편하게 웃으며 보게 하는 또하나의 장치일 수도 있다.
안재홍은 사실 이런 코미디 영화에 떡 하니 한편 나와줬어야 했다. 진작에 말이다. <널 기다리며>에서 어설픈 경찰역이 오히려 극중 스릴러의 긴박감을 상쇄시키는 답답함을 보여줬다면 그건 안재홍의 역할 탓이 아니라 그 캐릭터 탓이다. 그건 안재홍이 아니더라도 답답한 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위대한 소원>에서는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좀더 어린 학생으로 분하여 완전한 정봉이를 보여준다. 정봉이 캐릭터가 자꾸 안재홍 발목을 잡아도 한동안은 그렇게 가다가 변신해야지, 갑작스럽게 시대극으로 가거나 스릴러로 가는 것은 아직 낯선 단계인 것 같다.
고환의 부모로 나온 전노민과 전미선은 노련하다. 프로필에 큰 이력을 주지 않을 이 정도 영화에 정확히 자기 배역으로 할 일을 해낸 관록이 보인다.
특히 전미선의 엄마역은 드라마에서의 엄마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데, 예를 들면 <숨바꼭질>에서 성공한 남편의 부인 역으로 고상하게 보이는 곱상한 얼굴이 섹스에 몰두하며 죽어가는 아들의 엄마라는 사실이 의외의 웃음을 전해주는 격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어른 보라로 나와 정봉과의 코믹 케미가 완성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류덕환의 환자 연기는 그럴 듯해보이면서 섹스를 하고 싶다고 외치는 장면들과 마지막 문제 해결을 위한 장면을 겹쳐보면 고환 역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배드신이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정말 배드(침대)에서만 있는 장면이 많아서 실망했다는 그의 인터뷰 기사는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친구들과 달리 그들 세친구의 우정을 올바로 세우는 역할을 무게감 있게 바로 잡아준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까메오로 나오는 농구선수 우지원과 이병헌 감독의 연기 아닌 연기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해준다. 세 친구의 우정을 다루는 코믹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더 나아갈 생각없이 딱 이 정도의 위치에서 웃음을 챙겨주는 미덕을 가진 이 영화는 한바탕 웃고 나면 다른 비슷한 영화들도 많지만 계속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장면들을 같이 이야기 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혼자 보지 말고 친구들과 같이 보는 것을 권한다. 같이 더 크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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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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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원>의 고환은 루게릭 병 환자다. 학교에 못 간지 3년. 그의 어릴적 친구들, 일명 바보 삼총사는 고환을 빼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여전히 열심히 바보스럽게 살고 있다. 나란히 전교 꼴찌를 하며 말이다. 이들은 둘이 정신없이 놀다가도 어릴 적 친구 고환이 문득문득 그립다. 아직은 어린 녀석들. 죽어가는 친구의 소원을 뭣인들 들어주고 싶지 않을까! <위대한 소원>은 ‘죽음을 앞둔 환자가 뭐 저래, 학교 선생님의 저런 행동이 말이 돼? 부모님이 저럴 수 있어?’ 등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을 잠시 뒤로 하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의 온 몸 던지는 연기는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일단은 웃긴다. 게다가 전노민과 전미선의 천연덕스런 연기는 맛깔난다. 학창 시절 친구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는 남대중 감독은 빠른 전개와 적절한 패러디로 영화를 유쾌하게 견인하며 마지막엔 눈물 한 방울, 찔끔 짜내고야 만다.
2016년 4월 14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young@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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