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게인
The Swell Season, 2011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주제가 ‘Falling Slowly’처럼 음악을 통해 서서히 가까워지는 두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원스>는 인디 영화계에서 드물게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각종 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했고 개봉 다음해인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고 주제가상을 거머쥐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원스>는 '글렌 한사드'의 밴드 ‘더 프레임즈’의 베이시스트였던 감독 '존 카니'가 글렌에게 영화를 위한 작곡과 출연을 부탁하면서 만들어졌다. 여주인공이었던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13살때부터 글렌을 알고 지내며 그의 밴드에서 객원 멤버로 활동했고, 글렌과 함께 영화를 위한 노래들을 작곡하면서 자연스레 영화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이렇게 서로 친구인 사람들이 실제 본인들의 집에서, 또 다른 친구들을 출연시켜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이다 보니 영화는 픽션인데도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자연스러운 인상을 남겼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저 친구이자 음악 동료였던 글렌과 마르게타는 18세의 나이차이를 뛰어넘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였고 ‘더 스웰 시즌’이라는 포크 듀오를 결성하여 음반을 내고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투어를 펼친다. <원스 어게인>은 2007년과 2010년에 걸쳐 이렇게 두 사람이 연인이자 뮤지션으로서 함께하는 여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원스 어게인>이란 제목 탓에 영화 <원스>의 후속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제는 <더 스웰 시즌>이며 <원스>의 주인공 역할을 했던 글렌과 마르게타의 현실 속 이야기들이다.
<원스 어게인>에는 글렌이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 투어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인터뷰, 글렌이 공연 연습을 하거나 곡을 쓰는 모습 등도 담겨있지만 상당부분 글렌과 마르게타 두 사람의 내면적 고민과 심리상태,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개인적인 고백록 같기도 하고 <원스>에서 이어지는 픽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글렌은 <원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뒤 틈만 나면 아들 자랑에 심취한 어머니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줬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아버지의 기대가 부담스럽다. 또한 사람들의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분투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19살에 불과한 마르게타는 영화 이후 완전히 변해버린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즐기지 못하면서 괴로워한다. 또한 이제는 글렌이 원하는 방향대로 그저 따라온 관성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각자의 고민들을 서로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삐걱거린다. 마르게타는 공연 전 술을 마시는 글렌이, 글렌은 모여든 사람들에게 사진도 흔쾌히 찍어주지 못하는 마르게타가 이해되지 않는다. 카메라는 클로즈업 화면에서 글렌과 마르게타의 솔직한 속내를 들려주거나, 한 발짝 물러난 곳에서 그들이 처한 주변의 상황을 담아 숲을 보게 하면서 관객들이 이들을 가깝게 느끼며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랑에 빠져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글렌과 마르게타처럼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상대방으로부터 완전히 이해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끼고 마음 아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환경과 성격, 가치관을 지닌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가의 여부이다.
글렌과 마르게타는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이런 노력을 그만 두게 되지만 <원스 어게인>은 그러니 영화 같은 사랑에 대한 환상 따위는 버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사랑에 대한 정의와 믿음은 관객마다 다르겠지만, 마르게타가 이야기 했듯 갈등과 몰이해를 결국 뛰어넘고 서로가 영혼의 동반자가 되어 이어지는 위대한 사랑은 어딘가에 있다. 그저 지금 이 사랑이 그렇지 못했을 뿐이다.
영화 속 글렌과 마르게타가 겪는 고민들과 갈등, 그로 인한 이별의 암시는 그들의 노래로 보다 절절하게 드러난다. <원스>에서 노래로 소통하면서 사랑을 키웠듯, <원스 어게인>에서 그들은 노래로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점차 이별을 준비한다. 글렌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와 마르게타의 마음을 직접 두드리는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강렬하고도 감미로운 울림을 준다. 또한 아일랜드 지방의 한 많은 정서와 음울함, 달콤함이 담겨있는 멜로디, 서정적인 가사들이 음악에 빠져들어 흠뻑 취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원스>보다 <원스 어게인>에서 관객들은 더 다양한 분위기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그들의 음악을 제대로 즐기게 되고, 대화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서로의 마음이 음악을 통해 전해지는 것을 보다 절절히 느낀다. 동화 같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이렇게 이들의 여전한 앙상블과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한껏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원스>와 <원스 어게인> 이후 글렌은 솔로앨범과 싱글을 발표하거나 <헝거 게임>의 OST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마르게타는 한 번의 결혼과 이혼 후 지금은 아이슬란드에서 거주하며 솔로앨범을 간간이 발표하고 있다. 영화가 맺어준 사랑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끝이 났지만, 그들이 함께 작곡하고 불렀던 노래들은 여전히 남아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다시 시작하고 이별할 연인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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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주인공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
절절하고 감미로운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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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소로우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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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원스>의 반향은 엄청났다. 선댄스에서 촉발된 이 영화의 성공 신화는 음악과 소박함의 힘이 빚어낸 결과였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뮤지션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노래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빼앗겼다. 그 해 아카데미는 그들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영화의 성공은 두 주인공의 삶을 바꾸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그들은 명성을 얻었다. 돈도 벌었다. 그리고,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 <원스 어게인>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글렌은 행복의 순간이 기억뿐 아니라, 기록에도 남길 원했다. 기록의 매개로 그가 떠올린 건, 다큐멘터리다. 그의 제안에 크리스 답킨스과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닉 어거스트 페르나가 화답한다. 그렇게 세 명의 감독은 ‘스웰 시즌(글렌과 마르게타가 결성한 밴드)’의 3년간의 월드투어를 흑백 다큐로 담아낸다. 그러니까, <원스 어게인>은 <원스>의 후속편이 아니다. <원스>의 ‘백 스테이지’, 혹은 <원스>의 ‘후일담’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영화다.<원스 어게인>의 밑그림은 분명 ‘사랑의 노래’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큐가 끝나갈 무렵, <원스 어게인>은 ‘이별의 노래’가 돼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 다큐멘터리이기에 가능한 예측불허의 ‘리얼’이다. 투어 기간 동안 글렌과 마르게타 사이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유명세는,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마르게타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주위의 시선이 혼란스럽고, 글렌은 오스카 트로피에 연연하는 엄마의 모습이 답답하다. 그런 상대를 안아주기엔, 두 사람은 스스로 지쳐있다. 싸우고, 짜증내고, 반목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는 사이,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저물고 만다.<원스 어게인>은 <원스> 없이는 얘기될 수 없는 다큐다. <원스>를 모르는 관객이 ‘볼’수는 있지만, 크게 ‘느끼지’는 못할 다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스>의 감흥을 다시금 재현하는 다큐냐고 묻는다면, 이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는 없다. <원스 어게인>은 전반적으로 담담하다. 애초부터 어떤 거대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게 아니어서 그럴까. 단조롭기도 하고, 지루한 순간도 있다. 일견, 두 남녀의 매우 사적인 비밀 일기를 구경하는 느낌도 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보게 하는 힘이라면, 역시 음악일 것이다. 이 다큐에는 내레이션이 없다. 대신, 노래가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대변한다. “당신을 모르지만 난 당신을 원해요(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라는 가사의 노래들이 점차 “날 용서해요, 그대. 나의 죄와 내가 저지른 잘못들~(Forgive me, lover, for l have sinned. For l have done you wrong.”류의 노래들로 바뀌는데, 이별 과정을 상당히 미세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안타깝고, 씁쓸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 지닌 또 하나의 얼굴임을 알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