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미소시루
はなちゃんのみそ汁 , Hanas Miso Soup , 2015

일본 영화를 잘 안보는 사람들도 아마 히로스에 료코라는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엄마의 영혼이 딸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영화 <비밀>을 비롯해 <철도원>,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연애사진> 등 다양한 작품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그런 히로스에 료코가 이번에는 가슴 절절하게 하는 영화로 돌아왔다.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가족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사실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실제 8년 간 암투병을 한 치에라는 여성과 그녀의 남편 싱고, 딸인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래를 약속한 커플인 치에와 싱고는 어느 날 치에의 유방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이 커플은 역경을 이겨내면서 결국 부부가 된다. 유방암 치료를 위해 임신을 포기하며 살아가던 두 사람에게 마치 기적과도 같이 아이가 생기게 되고, 치에는 목숨을 잃을 위험도 감수한 채 딸인 하나를 낳고 행복하게 키우게 된다. 하지만 하나가 다섯살이 디던 해에 치에는 다시 암이 재발했다는 의사의 진단과 함께 시안부 선고까지 받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야스타케 치에는 실제 자신들의 부부생활을 암과 딸, 그리고 때때로 남편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공개했다.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치에의 남편 싱고와 그녀의 딸인 하나의 이야기가 블로그를 통해서 일본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많은 반향을 이끌어냈다. 유방암, 결혼, 출산 후 다시 유방암 재발이라는 굴곡있는 사연들이 채워진 삶 속에서도 굳건하게 부부의 믿음을 지키고 어린 딸을 키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만약 나에게 혹은 나의 가족에게 치에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다면, 주인공들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좌절하고 슬픔에만 빠져있을 것이고 나의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변 동정이나 만류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들 주변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담담한 시선으로 치에와 싱고 커플을 바라보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치에와 싱고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치에가 항암 치료를 받던 중 기적적으로 생긴 딸 하나. 하지만 암 투병 환자에 있어서 임신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게다가 어렵게 임신이 되더라도 출산을 위해서는 죽음을 불사하는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치에는 하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게 된다. 그렇게 극적으로 얻은 딸 하나는 아마도 치에에게 있어 더 없이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처음 딸을 출산 하는 것을 고민했던 치에는 하나를 낳아서 키우며 자신의 선택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확신은 희망과 의지로 변하게 된다. 하나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하나가 어린이집을 졸업 할 때까지, 하나의 학교 졸업식까지, 하나의 성인식까지... 그렇게 치에는 힘을 내게 되었다.

25살의 유방암 판정과 치료, 출산과 육아라는 굴곡 있는 삶을 살아야하는 치에는 마지막까지 가족들을 위해 살아가고자 한다. 투병 생활 중 깨달은 것은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라는 삶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삶의 지혜를 딸인 하나에게 가르치기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사람들은 특별한 이야기 속에만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치에와 싱고가 현실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듯이 아마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야기 속 주인공 같은 사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먹먹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행복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진리일테지만 가끔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나게 되면 이런 당연한 사실을 새삼 개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치에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신문사 기자인 야스타케 싱고는 사랑하는 여자이자 아내인 치에를 암으로 떠나 보낸 후 그녀가 남긴 글을 읽어간다. 그리고 그 글들을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을 담아서 출판하게 된 것이 바로 영화의 원작이다. 이 책과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치에의 블로그는 일본 전역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리고 치에와도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 때로는 싱고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었다. 이들에게 걱정과 동정보다 필요한 것은 공감과 응원일 것이다. 거창한 공감이나 응원이아니라 마치 생활속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게 느껴지는 바람이나 아이의 웃음 소리 같은 일상적인 것들이 위로가 되는 것처럼...

어쩌면 어떤 사람들은 치에와 싱고가 불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인생을 통해 진정한 의미를 찾고, 짧지만 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치에의 삶은 불행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치에는 하늘 나라로 가버렸지만, 남아있는 싱고와 하나에게는 치에가 남기고 간 미소시루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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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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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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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서 2008년까지 유명 포털 라쿠텐에 연재한 블로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현미 생활’ 은 에세이로, 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마침내 <하나와 미소시루>로 영화화됐다. 치에와 싱고의 나레이션을 번갈아 들려주며 명랑하게 풀어낸 초반부는 ‘치에의 삶의 방식과 어울리기 때문에 무조건 밝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는 아쿠네 토모아키 감독의 의도에 꼭 맞는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결말이 예정된 가슴 아픈 실화를 그린 전형적 모습을 답습하며 전반부의 매력은 희미해진다. ‘한자와 나오키’ 로 친숙한 배우, 타키토 켄이치의 어리숙하고 멍한,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은 코믹함 속에서도 짠한 감정을 자아낸다.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시루’에 깃든 엄마의 사랑과 삶에 대한 겸허한 태도는 잘 먹고 잘 사는 게 큰 일이 돼버린 요즘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죽어가는 엄마가 혼자 남을 딸을 위해 하나씩 가르쳐주는 모습은 슬프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하나와 미소시루>는 슬픔을 강요하지 않고 슬픈 얘기를 담담히 들려준다.
2016년 4월 21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