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니아
Before I Wake , 2016

불행한 사고로 아들 션을 잃은 홉슨 부부. 그들은 죽은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여덟 살 소년 코디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또래보다 체구도 작고, 내성적인 성격의 코디는 이미 여러 차례 입양된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조리 파양당해 홉슨 부부의 집으로 온 코디는 좀처럼 양부모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아이의 마음의 상처가 깊다고 느낀 홉슨 부부는 최대한 아이를 배려하고 보살핀다.

코디는 생각만큼 문제아가 아니었다. 침대 밑에 숨긴 각성제도 사실은 귀신을 무서워하는 아이가 잠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었으며, 제시는 그런 아이를 달래며 귀신(캔커맨)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코디가 잠든 후, 집안 곳곳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집안에 푸른색 나비가 날아다니는 한편 죽은 아들 션의 형상을 보게 되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모든 현상은 코디가 잠에서 깨어나면 없어진다. 코디는 자신이 잠들면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코디는 홉슨 부부에게 무척 미안해하며, 부부는 그동안 왜 이 아이가 파양 당했는지 깨닫는다. 코디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되어 나다난다.

제시는 죽은 아들을 그리워한다. 션은 죽었지만, 아들과의 추억은 그녀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다. 제시는 죽은 아들을 더 보기 위해 코디에게 꿈을 꾸기를 청한다. 션의 사진과 동영상을 코디에게 보여주고, 코디가 잠들면 나타나는 션의 모습에 감격한다. 아들을 보며 기뻐하는 부부의 모습은 무척이나 기쁘고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건강한 감정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불안함은 머지않아 작중 현실로 드러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을 더 많이, 오래 보고 싶은 홉슨 부부는 코디에게 수면제까지 복용시키며 오랜 시간 수면상태에 빠지도록 만든다. 하지만 코디에게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아이가 말했던 귀신(캔커맨)의 존재다.
코디가 잠든 사이에 나타나는 이 괴물은 아이가 깨기 전까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괴물은 항상 코디의 곁에 있으며, 마치 아이를 지켜주는 수호신마냥 아이 주변의 타인들을 먹어치운다. 물론 캔커맨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생물이다. 코디의 공포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괴물이다. 그러나 이 괴물이 어째서 생겨났는지, 어떻게 하면 영원한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극중 코디는 어떤 사건 앞에서도 무덤덤하다. 마치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건 아이가 아주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여러 입양가정을 전전하며 생긴 일종이 방어기제다. 극단적인 슬픔을 느껴본 사람은 타인의 슬픔이나 절망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증상이며, 타인과의 감정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코디가 잠들면 온 집안을 날아다니는 푸른 나비는 분명히 아름답다. 실제로 나비가 등장하는 꿈은 여러 방면으로 길한 징조이며, 특히 나비가 사람 주위를 맴돌면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홉슨 부부는 꿈에 그리던 아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친아들과 함께하는 사이에,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은 코디는 잠든 채 상상 속의 괴물과 만나고 있었다.

<썸니아>는 라틴어로 꿈을 꾼다는 의미다. 작중 코디가 꾸는 꿈이 중심소재가 되고, 이 꿈이 희망에서 공포로, 공포에서 다시 희망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코디가 상상하는 괴물인 캔커맨 또한 덮어놓고 끔찍한 존재가 아니다. 그가 태어난 과정은 무척이나 슬프고 쓸쓸했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위에 호러 요소를 더한 작품이다. 스토리성 있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선뜻 추천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사실 처음부터 홉슨 부부가 코디를 입양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코디에게서 죽은 아들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죽은 아들의 모습을 보자(그것이 꿈이라고 하더라도)코디의 존재는 잊어버린다. 그들이 코디에게 했던 맹세는 진짜 아들의 허상 앞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다. 아마 코디는 알았을 것이다. 홉슨 부부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죽은 아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언젠가부터 코디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또 사랑받고 싶지만 연이은 파양에 아이의 마음은 지쳐버렸다. 상상 속의 괴물 캔커맨은 어쩌면 아이가 세상을 향해서 터뜨리는 분노이자, 사랑받고 의지하고 싶다는 강렬한 희망의 형상이 아닐까.
홉슨 부부와 코디는 누구보다도 아이와 부모가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나 홉슨 부부는 죽은 아들 션을, 코디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잊지 못했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무언가를 바랐기에 그들은 행복해질 수 없었다. 아이의 입양을 시작으로 집안에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언뜻 <오펀:천사의 비밀>이 연상된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소녀 에스더 또한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한층 섬뜩하고 슬프게 다가온다.

코디의 꿈이 초능력이라는 가정 하에 생각해보면, 이 아이가 만약 평범한 아이들처럼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지냈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코디의 능력은 성장하면서 없어지거나, 혹은 보다 행복한 꿈으로 발현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낯선 양부모를 순순히 잘 따르던 코디의 모습이 떠오른다. 차갑고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더 이상 버림받기 싫었기 때문에 아이는 필사적이었다.
홉슨 부부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아니다. 그들은 아들이 죽은 후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입양할 정도로 아들을 사랑했다. 아직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토록 꿈에 그리던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코디를 일종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도 그들이 결코 악한 사람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극중 코디의 꿈에서 나타나는 캔커맨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항상 너의 곁에 있겠다고. 어린 코디는 끔찍한 괴물의 모습에 두려워하며 잠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건 사실 코디에게 절실했던 한마디였다. 끔찍한 괴물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 누군가가 말해주길 원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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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짜임새가 있는 공포 영화를 보고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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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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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건 좋은 꿈을 꾸고 있을 때만 그렇다. 악몽을 꾸고 있는데 꿈이 현실화되는 건 재앙이나 다름없다. <썸니아>는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소년을 그린 공포영화다. 특이점은 꿈과 무의식의 심리학을 영화에 적극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간 공포영화는 오컬트적인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잡거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소재로 취해왔다. 반면 <썸니아>는 ‘꿈을 현실화한다’는 가치중립적인 초능력에 심리학적 연구를 적극 반영해 영화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어린 소년이 죽음과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조명함으로써 영화에 사실감을 부여하고, 이 과정으로 형성된 악몽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공포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더불어 주인공 ‘코디’ 역의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연약한 분위기는 자신의 능력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사실감있게 전달함으로써 관객의 연민을 자아낸다. 그러나 참신한 소재와는 달리 결말을 이끄는 힘은 약하다. 동화적으로 끝나며 사건의 내막을 설명하는 식의 결말은 영화 초반에 고조시켰던 기대감을 흩뜨리고 만다. 근사한 호러 <오큘러스>를 포함해 꾸준히 공포영화를 연출해온 마이크 플래너건의 작품이다.
2016년 5월 19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