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피스
ラブ&ピース , Love & Peace , 2015

소노 시온, 저는 이 감독이 일본 영화계의 구세주가 될 수 있었던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 출신 행위예술가였던 그는 “나는 소노 시온이다.” 등과 같은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들로 일본 영화계에 진출했죠. 그 후에도 여러 독창적인 실험 영화들을 통해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을 받은 그는 2002년 “자살 클럽”이라는 영화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그 후 “노리코의 식탁”, “기묘한 서커스”등으로 인간 군상에 대한 진지하고 심각한 고찰을 시도하지만 “자살 클럽”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심어진 엽기고어 영화 감독으로 찍혀 매니아층에서 소모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러닝시간 4시간에 육박하는 초대작 “러브 익스포저”를 통해 소노 시온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본인의 이름을 알렸으며 이로 인해 일본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그 후 “차가운 열대어” 같은 고어스릴러 영화로 다시 한 번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2011년 일본 3.11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인들의 상처와 청소년들의 방황과 불안함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영화인 “두더지”로 그 작품성의 정점을 찍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이 감독의 상태가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지옥이 뭐가 나빠”, “리얼 술래잡기” 등은 호불호가 매우 크게 갈리는 영화였으며 “도쿄 트라이브”는 대체적으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소노 시온이 슬슬 퇴물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 라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었죠.

소노 시온은 2015년에만 4개의 영화를 발표했습니다. 신주쿠 스완, 리얼 술래잡기, 모두가 초능력자, 그리고 러브 앤 피스입니다. 그 중 가장 필자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영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러브 앤 피스였습니다. “러브 앤 피스는 내 영혼의 집대성이다”라는 소노 시온 감독의 인터뷰와 소노 시온 감독이 그동안 연출해온 작품들과 크게 틀린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확실히 “러브 앤 피스”는 소노 시온의 이전작들과 정말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소노 시온 하면 피의 향연과 관객들을 뻘줌하게 만드는 민망한 노출이 가장 큰 특징이었는데요. 러브 앤 피스는 12세 관람가를 받은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이 줄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한때 로커를 꿈 꿨던 주인공 스즈키 료이치는 로커는커녕 그저 소심한 직장인일 뿐입니다. 그런 그는 어느날 우연히 작은 거북이를 보게 되고 그 거북에게 마음이 꽂혀, 회사에서 몰래 거북이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를 알아챈 동료들에게 스즈키는 비웃음을 당하고, 결국 그는 눈물을 흘리며 거북이를 변기통을 통해 하수구로 흘러 보냅니다.
그 후, 거북이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던 스즈키는 우연한 기회로 로커의 꿈에 한발 다가가게 됩니다. 그러는 한편 스즈키가 흘러 보냈던 거북이도 지하세계에서 엄청난 존재로 변신해 스즈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본인의 영혼의 집대성이라던 소노 시온 감독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소노 시온 감독은 이 시나리오 작업을 20대에 시작해서 완성시키는데만 30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 왠지 모르게 아날로그 감성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거북이는 CG가 아닌 특수 촬영으로, 마치 전대물을 보는 것 같은 특수 효과, 그리고 소노 시온 특유의 B급 감성과 뜬금없는 전개까지, 이를 통해 소노 시온이 사랑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영화에 한 가득 배여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영화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초반에는 생각보다 많이 지루했지만 영화가 계속 진행 되어 갈수록 소노 시온 특유의 똘끼와 일본 특유의 오버스러움 그리고 거기에 따뜻함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일본의 좌파 감독으로 유명한 소노 시온의 일본의 사회 문제에 대한 풍자들도 볼 수 있으니, 정말 괜찮다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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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너무 지치신 분
일본 영화 특유의 오버스러움을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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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커넥션35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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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내 영혼의 집대성이다”라는 소노 시온 감독의 말을 전면에 내건 <러브 앤 피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의 전작들과 궤를 달리한 영화다. 소노 시온 감독의 작품 중 유일하게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러브 앤 피스>는 제목 그대로 사랑과 평화가 느껴지는 영화다. <고질라> <토이스토리> ‘후레시맨’ 등의 다양한 영화를 혼합시킨 것 같은 <러브 앤 피스>는 버려진 애완거북 피카돈이 마술의 힘을 빌어 로커가 되고 싶은 주인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는 이야기다. 관람 등급은 낮아져도 소노 시온의 뜬금없는 전개와 B급 정서는 <러브 앤 피스>에서도 여전해 기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줄기차게 연주되는 음악들의 중독성도 강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귓가에 계속 맴돈다. <러브 앤 피스>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건 스즈키 료이치의 거북 피카돈이다. 소노 시온 감독은 영화 속에서 갈수록 거대해지는 거북 피카돈을 CG가 아닌 특수촬영으로 구현한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나는 거대 거북 피카돈이 노래하고 버둥대는 모습은 동심을 환기시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유발한다.
2016년 1월 22일 금요일 | 글_최정인 기자 (jeongi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