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
Freeheld , Laurel , 2015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어 가면서 많은 매체들이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있다. 오늘 소개 할 영화 <로렐>은 세상을 바꾼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로렐 헤스터는 미국의 뉴저지 오션 카운티의 경찰관이다. 지역 최초로 여성 부서장이 되는 것이 꿈인 그녀는 23년 동안 경찰로서 일해온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레즈비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지내던 그녀는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 외딴 동네의 배구 클럽에서 스테이시를 처음 만나게 된다. 로렐과 스테이시는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빠지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로렐이 폐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되면서 그녀들의 행복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로렐과 스테이시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치료를 계속해나가지만, 만약을 위해 로렐은 자신의 사후 연금 수령인을 스테이시로 바꾸기 위해 연금 양도를 신처안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2005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주정부위원회에 자신의 파틀너 스테이리에게 연금 양도를 하기 위한 신청을 했던 로렐 헤스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5명의 백인 공화당 남성으로 이루어진 주정부위원회는 결국 만장일치로 그녀의 신청을 거부하게 된다. 로렐은 경찰이 죽을 경우 아내가 연금을 받는데, 스테이시는 받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면서 결국 맞서 싸우게 되고, 2006년 1월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한 달이 되지도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0년 후, 미국은 합법적으로 동성간의 결혼을 인정한 나라가 되었다.

로렐과 스테이시의 이야기는 실화로 프리헬드라는 제목의 단편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2007년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게 된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로렐>인데, 원제목인 프리헬드(freeheld)의 뜻에 대해 잠깐 짚어보자. 미국은 청교도 국가에서 민주 사회로 바뀌면서 주마다 기독교 기득권을 가진 이들에게 예산과 조례 심의 권한을 부여하는 자치권을 주었다. 이 자치권자들을 프리홀더(freeholder)라고 부르는데, 로렐은 이들로부터 자유를 지켰다는 의미에서 freeheld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배경 지식이나 공유되는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제목이 와닿지 않는 다는 이유로 영화의 제목은 로렐로 바꾸어서 개봉했다.
자신의 죽음 후 파트너로서 법적 등록된 스테이시가 집의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것을 걱정한 로렐은 자신의 연금을 스테이시가 받을 수 있도록 주정부 위원회에 청원하지만 5명의 기독교 공화당 위원들은 남녀 간의 결혼만이 신성한 것이며, 파트너에게까지 지불할 연금 예산은 없다고 하며 만장일치로 그녀의 신청을 거부한다. 다섯번의 위원회 동안 로렐은 23년간 나라에 헌신한 자신이 파트너에게 연금을 줄 수 없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고,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휠체어어 앉아서도 동성애자들의 행복해질 권리와 평등한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예산을 핑계로 로렐의 청원을 거절하단 위원회는 자신들이 이중 연금을 받는 것이 알려지자 여론에 떠밀려서 억지로 로렐의 청원을 받아들이게 된다. 로렐과 그녀의 파트너 스테이시를 위한 싸움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내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싸움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합리적인 질문을 원천봉쇄해버리는 기독교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프리홀더들은 그릇된 생각으로 인해 합리적이지 않은 결론을 낸다. 그리고 외롭게 권력 앞에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로렐과 스테이시 곁에는 그들이 행복해지고 평화로워지기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 세월을 로렐과 함께 해온 동료 형사 데인은 남은 삶이 얼마 되지 않는 그녀를 위해서 로렐과 스테이시의 입장에서 증인을 자처한다. 정의를 위해 23년간 헌신해온 로렐을 지지하기 위한 그의 모습과 인권 운동가로 등장하는 스티븐의 모습은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한 작은 원동력이 된다.
영화 <로렐>을 통해서 부당한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로렐의 모습은 두 여인의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아가기 위해 싸운 실화를 보여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보다는 이성애자들에게는 당연시 여겨지는 권리를 얻기 위해 성소수자들이 투쟁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영화 곳곳에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영화 <로렐>은 성소수자들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 <캐롤>과는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미국 최초로 게이 시의원에 당선된 하비 밀크를 다룬 영화 <밀크>와 비교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평범한 사랑을 하는 이성애자들에게는 이들의 싸움이 의미없어 보이고 심심해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얻기 힘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 더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며, 영화를 통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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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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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이 손 잡고 남자들의 뒤통수를 멋지게 치는 통쾌한 <아가씨>나, 어린 싱글맘을 마음으로 품어주는 코믹한 <굿바이 싱글>이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의 연대를 말한다는 것이다. <로렐>도 그 궤를 같이한다. 여성들의 이야기다. 거기다 아주 절절한 가슴 아픈 멜로 드라마다. 단지 레즈비언 커풀이라는 게 다를 뿐. <로렐>은 화려한 영상이나 극적 반전 없이도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눈물 짓게 한다. 이는 홀로 남겨질 연인이 편안하게 살기 바라는, 성별을 초월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사실적으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담담히 자신을 병을 받아들이는 로렐역의 줄리안 무어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엘렌 페이지의 자연스런 연기는 마치 친구처럼, 이웃처럼 안타깝게 그들을 지켜보게 한다. 로렐과 주정부와의 연금 수급을 둘러싼 공방전은 진지하되 코믹함을 가미해 영화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흐르지 않도록했다. <로렐>은 뉴저지 경찰이었던 로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실제로 그녀 사후 뉴지주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다. 이로써 원하는 건 단지 ‘평등’이라는 로렐의 바람에 한걸음 가까워진 셈이다.
2016년 7월 2일 토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