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스
Equals , 2015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감정이 통제되는 세상이 있다면? 모두가 차가운 얼굴과 무심한 목소리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행동하면 된다면?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당연한 규칙인 세계관의 SF영화 <이퀄스> 개봉 전부터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이퀄스>에서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감정 보균자’로 분류되어 치료를 받는다. 이 통제된 구역에서 유일한 감정 보균자인 사일러스. 그는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후, 이를 지켜보던 대중의 틈바구니에서 표정이 변하는 또 다른 동료인 니아를 발견한다. 그 날 이후 니아에게 흥미를 갖게 된 사일러스는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하고, 곧 니아가 자신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 또한 감정 보균자였던 것.

차가운 회색 도시, 폐쇄된 공간, 철저한 통제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은 05년에 개봉한 <아일랜드>와 흡사하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특별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고, 지나칠 만큼 편리하게 짜인 커리큘럼에 맞춰 생활한다. 이유는 바깥 세상에 있는 사람들의 복제품이기 때문. 그들은 필요한 때가 되면 ‘아일랜드’로 가는 특별한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섬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일랜드’로 가는 사람들은 사실, 바깥에 있는 ‘진짜 자신’에게 장기를 비롯한 신체조직을 공급하기 위해 수술대로 간다.

<이퀄스>의 사일러스는 <아일랜드>의 링컨보다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환경에 대해서 큰 의문을 품지 않는다. 물론 다른 동료들에게 없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며, 자신과 비슷한 니아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잘못되었다고 정하는 ‘통제자’들에게 맞서 싸울 의지는 없다. 사일러스의 관심사는 오롯이 자신과 비슷한 니아에게 향해 있다. 다만 니아는 사일러스에 비해 더욱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남들과 다른 점에 의구심을 느끼며 지금의 상황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감정이 잘못되었다는 전제 아래 출발하는 이야기는 02년도 개봉작 <이퀄리브리엄>과도 흡사하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보다 강하게 통제한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인 예술작품을 이단으로 치부하고, 이것을 소지하거나 접한 사람은 공권력을 투입해 숙청한다. 반면 감정을 철저하게 억제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수한 시민으로서의 영예를 준다.
<이퀄리브리엄>의 주인공 존은 국가에게 권력을 부여받은 요원이다. 그는 인간적인 감정을 억제하는 약을 꾸준히 투여하며, 공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숙청한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숙청당하고, 굳게 믿었던 체계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며,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프로지움’의 투약을 중단하며 잊어버렸던 감정을 되찾는다.

<아일랜드> <이퀄리브리엄>같은 일련의 작품들에 비해 <이퀄스>의 스케일은 규모가 작다. 그만큼 두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치중했다. SF작품임에도 불구, 화려한 액션보다 인물간의 심리묘사가 절절하게 표현되었다.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는 눈동자의 움직임, 속눈썹의 떨림, 숨결 하나하나까지 느껴지며 지금 이 인물이 어떤 혼란을 겪고 있는지 보여준다. 감정이 통제되는 세계에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 낯설 것이다. 단체생활에서 홀로 다르다는 것은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다. 때문에 사일러스와 니아는 서로의 정체를 확인했을 때,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혼란이 인상적이다. SF적인 요소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테지만, 인물과 인물 간의 변화하는 내면은 분명 흥미롭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색감 또한 미래의 감정 없는 세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인간의 감정을 통제한다는 세계관은 주로 커다란 전쟁에서 출발한다. 대부분의 인류가 몰살당하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인류가 철저한 규칙과 통제 아래 살아간다. 이곳은 대부분 외부와 차단되어 있다. 바깥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와 같은 곳이며, 이 안락한 곳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단체의 규칙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 때문에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은 주인공에게 치명적이다. 대개 주인공들은 그렇게 위험에 빠진다.
극중 사일러스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고 했다. 현재의 안정적인 환경을 영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위에서 권하는 약물치료를 받아 보고, 스스로의 내면을 탐구하며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문제를 찾는 대신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니아를 발견한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야, 사일러스는 자신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두 사람에게도 위기는 찾아온다. 이 세계에서 감정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감정을 느끼는 사람 또한 사라져야 한다. 때문에 사일러스와 니아는 헤어진 채 서로를 찾아 헤매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방을 모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두 주인공의 표정만으로도 느껴진다.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사람이 만나기를 기도하며, 비록 이 통제되는 세상에 비해 거칠고 황량하더라도, 감정이 제거당하지 않는 안전한 세상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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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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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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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퀄스>의 배경이 된 미래사회는 오류가능성을 높이고, 생산효율성을 낮추는 감정을 질병으로 판단해 통제한다. 영화는 이와 같이 감정이 거세된 사회에서 사랑을 느끼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일랜드>, <이퀄리브리엄>을 통해 그려졌던 비인간적인 미래사회의 모습과, 시작부터 끝까지를 담는 둘의 사랑이야기는 그 동안 본적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둘을 결합시킨 영화는 비효율적인 감정 그 자체가 인간성의 실체이자 삶의 의미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한 시스템과 복잡한 인간의 감정, 차가운 타인들과 뜨거운 두 사람이 대비될수록 그들이 겪는 사랑의 본질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빛을 이용하는 감각적인 화면과, 때로 과잉된 음악의 사용이 영화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든다. 밥을 빨리 먹거나 뛰고, 울거나 웃는 행동을 통해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얼굴에 담아낸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덕에 눈이 호강한다.
2016년 8월 24일 수요일 | 글_류지연 기자 (jiyeon88@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