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 2011

나는 살면서 파리에 두 번 가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볼 때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진 파리의 모습 때문에, 지금이라도 당장 짐을 싸고 파리로 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화려한 CG와 액션 = 할리우드 영화’라는 틀을 과감히 깨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상미와 분위기가 존재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감독 우디 앨런은 미드나잇 인 파리(2011)뿐만 아니라 유럽의 곳곳에서 아름다운 영상을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1996)에서의 파리, 매치 포인트(2005)에서의 런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에서의 바르셀로나, 투 롬 위드 러브(2012)에서의 로마 등 앞으로 볼 영화가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우디 앨런의 작품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이루어냈다. 또한 제 69회 골든글로브 각본상, 제 84회 아카데미 각본상, 제 54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 등 다양한 타이틀이 뒤따른다.

너무나도 몽실몽실한 분위기에, 굉장히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그야말로 훈훈한 영화이다.
영화 속에는 또한 굉장히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데, 굉장히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우선 주인공 길. 약간 어벙한 듯 하면서도 자신이 정한 길을 꿋꿋이 가는 뚝심있는 그런 인물이다. 그의 역을 맡은 영화배우는 오웬 윌슨으로, 이번을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오웬 윌슨이 굉장히 발음을 또박또박 정확하게 하기 때문에, 영어공부를 하기에도 굉장히 좋은 영화인 듯싶다.
그리고 아드리아나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 그녀는 프랑스 사람으로 완벽한 캐스팅을 한 듯 그녀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최근 들어 그녀는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컨테이젼(2011), 인셉션(2010), 러브미 이프 유 데어(2003) 등 다양한 유명 영화 속에 등장하여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주고 있다.
또한 길의 애인인 이네즈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 영화 노트북(2004)에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펼쳤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 역의 애드리언 브로디. 영화 피아니스트(2003)에서 잊지 못할 명연기를 펼친 그를 이 영화 속에서 다시 볼 수 있어 너무나도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길이 자주 찾던 골동품 가게의 주인인 가브리엘 역의 레아 세이두. 미션 임파서블4:고스트 프로토콜(2012)때 보여줬던 냉혹한 킬러의 이미지와는 사뭇 대조된다.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파리에 약혼녀와 함께 놀러온 길. 길은 인기 없는 작가이다. 그러다 우연히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길은 시간여행을 떠나 과거의 파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파리에 오게 된 길.
길은 자정(Midnight)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어서 올라 타!’라는 푸조 차 안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위의 사진은 길이 믿기 힘든 현실 앞에 굉장히 벙찐 표정이다.

길이 처음으로 장 콕토를 위한 파티에서 만난 과거 파리의 사람들. 스캇 핏츠제럴드와 젤다 핏츠제럴드가 그들이다. 모든 것이 생소한 길에게 먼저 다가가서 굉장히 살갑게 대해준 친절한 커플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우선 스캇 핏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이다. 젤다 핏츠제럴드는 그의 약혼녀로 후에 결혼에까지 이른다.
참고로, 장 콕토는 프랑스 출신의 천재적인 예술가였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미녀와 야수가 있다.
또한 파티 내내 Let"s Do It (Let"s Fall in Love)라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는데,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하는 사람은 콜 포터라는 유명한 미국의 작곡가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기억나는 인물로 어네스트 헤밍웨이.
그는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거머쥔 미국의 대표 작가이다. 또 다른 대표작들로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가, 무기여 잘있거라 등이 있다. 영화 속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헤밍웨이는 마초적인 기질이 다분하다. 그의 소설들 또한 그러한 남성적인 문체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또한 헤밍웨이의 도움을 받아 길은 거트루드 스테인에게 자신의 소설을 평가받게 된다. 거트루드 스테인은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동시에 미술 애호가로 영화는 이러한 그녀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길의 소설에 대해 좋은 부분은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지적할 만한 부분은 거침없이 조언해주는 그녀의 모습.
스캇 핏츠제럴드, 젤다 핏츠제랄드, 어네스트 헤밍웨이, 거트루드 스테인, 파블로 피카소, 장 콕토, 콜 포터, 린다 포터, 조세핀 베이커, 마크 트웨인, 앨리스 토클라스, 모딜리아니, 조르주 브라크, 쥬나 반스, 벨 몬테, 살바도르 달리, 만 레이, 루이스 부뉴엘, 앙리 마티스, 레오 스테인, 폴 고갱, 애드가르 드가 등등 정말 너무나도 많은 다수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몽실몽실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짧든 길든 영상 속에 스쳐 지나가는데, 그들을 묘사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감독의 치밀하고 섬세한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영화는 두 번 이상 볼 가치가 있는 그런 영화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영화를 즐기고, 다음에는 인물들의 섬세한 묘사에 감탄하며 집중해서 영화 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길은 이 곳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그의 여인 아드리아나를 만난다. 참고로, 피카소는 스페인 출생으로 대부분 프랑스에서 화가 활동을 한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그리고 그의 애인인 아드리아나. 그녀는 영화 속 과거의 파리에서 유일한 가공의 인물이다.
주인공 길은 자신이 너무 늦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이른바 황금기라 불리는 1920년대를 막연히 동경한다. 이는 그의 소설이 향수(nostalgia)를 파는 가게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우연히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게 된 아드리아나를 동경하고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아드리아나 또한 자신이 누리는 1920년대에 불만이 있는 여자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보다 더 과거인 18세기 말~1차 세계대전시기를 막연하게 동경한다.
그리고 우연히, 길과 아드리아나는 1920년대보다 더 과거인 1890년대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고갱, 드가, 앙리 등을 만난다. 그리고 거기서, 그들 또한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1890년대보다 더 과거인 르네상스시대를 동경하는 모습을 확인한다.
결국 말 그대로 유토피아다. 모든 시대의 사람들은 보다 더 과거의 삶을 동경한다. 그들은 과거의 향수에 빠져 사는 비관주의자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잘 알아채야 한다. 인간이라면 항상 과거에 대한 동경 내지 미련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영화는 그것을 상상력으로 채워 넣음으로써 멋진 판타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영화는 역시 영화다.

인간이라면 시공을 초월하고 누구나 그러한 향수를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그러한 과거를 훌훌 털고 미래를 지향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앞선 사람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이제 과거를 음미하는 비관주의를 넘어 미래를 바라보는 낙관주의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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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름다운 전경이 보고 싶은 분
시간 여행을 떠나 역사 속의 실존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보고 싶은 분
몽실몽실한 분위기의 영화를 보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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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최민철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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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대명사 우디 앨런이 말년에 유럽을 배회할지 누가 알았을까. 영국 런던(<매치 포인트> <스쿠프> <카산드라 드림> <환상의 그대>)을 거쳐, 스페인 바르셀로나(<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경유한 그가 당도한 곳은 프랑스 파리다.(그의 다음 행선지는 <투 로마 위드 러브>가 그려진 이탈리아 로마).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현재 미국에 갈증을 느끼는 할리우드 작가가 등장한다. 미국 대신 파리에서 낭만과 자유를 찾으려는 작가의 모습에서 9.11 이후 뉴욕을 떠나 유럽에서 예술적 이상향을 시험하고 있는 우디 앨런이 아른거린다. 신데렐라는 12시 종이 울리면 현실로 돌아온다. 반대로 이 남자 길(오웬 윌슨)은 환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심지어 이 환상의 세계는 길이 동경해 마지않았던 ‘골든 에이지’다. 자세한 사정은 이렇다. 파리 밤거리를 배회하던 시나리오 작가 길은, 이 무슨 조화인지, 자신이 예술의 황금기라 믿는 1920년대로 타임리프(Time Leap)한다. 파티장에 들어선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연인. 세상에, F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뮤즈 젤다란다. 낡은 술집에서 운치 있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 남자는 또 누구인가. “난 헤밍웨이요.” 뭐라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건 꿈인가 생시인가. 우디 앨런의 세계에서 이건 보나마나 생시다. 우디 앨런은 21세기에 사는 한 남자를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TS 엘리엇, 루이스 부뉴엘, 장 콕토, 거투루드 스타인 등 전설적인 예술가들이 숨 쉬는 1920년대에 시치미 뚝 떼고 던져 놓는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허물기, 과장된 사실성, 위트 넘치는 대사 등은 이전 우디 앨런 영화에 나왔던 표식들이다. (과거와 현실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스크린 속 환상과 스크린 밖 현실을 오갔던 우디 앨런의 1985년작 <카이로의 붉은 장미>와 맞닿아있다.) 우디 앨런의 품 안에서 배우들은 어김없이 말 많고 엉뚱한 인물들로 변모한다. 헤밍웨이를 마초로 피카소를 바람둥이로 바라본 우디 앨런의 접근도 흥미롭지만, 이런 역사적 인물들을 어떤 배우가 연기하는가를 지켜보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내용은 얼핏 과거의 향수를 추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영화가 착지하는 곳은 정반대 지점이다. 1920년대로 간 남자는 그 곳 예술가들의 삶이 충만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보다 낭만적인 세상이 어디 있을까 싶다. 하지만 남자의 생각과 달리 그가 사랑하게 된 1920년대 여인 아드리아나(마리온 코티아르)는 드가, 고갱 등이 활약했던 1890년대 파리를 완벽한 ‘벨에포크’(황금시대)라 동경한다. 그런데 직접 만난 고갱과 드가는 또 르네상스 시대를 ‘골든 에이지’로 꼽는다. 결국 경험하지 못했기에 동경하게 된다는 걸, 절대적인 황금기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삶은 언제 어디서건 불만족스럽다는 걸, 그러하기에 현실은 도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쓰다듬어야 할 존재라는 걸 우디 앨런은 지그시 알려준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칠순 넘은 노예술가의 삶의 통찰력이 묻어나는 영화인 셈이다. 물론 이 영화는 우디 앨런 최고의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성보다 감성이 먼저 반응하는 영화, 당신을 결국 미소 짓게 할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면 파리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니, 시간과 주머니사정 여의치 않는 사람은 마음 단단히 먹길.
2012년 7월 6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 (siwoorain@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