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맨
A Single Man , 2009

이 영화의 감독 ‘톰 포드’는 원래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이다. 그는 파산 위기에 처해 있던 구찌를 1990년대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복귀시켰을 만큼 유능한 디자이너이다. 그런 그가 한 업종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제일 처음 만든 영화가 바로 <싱글 맨>이다. 콜린퍼스와 니콜라스 홀트 주연으로, 동성애 요소를 가미하여 화제가 된 <싱글맨>에 대해 리뷰를 써보고자 하는데 영화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다량 포함하고 있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만든 영화이기에 <싱글 맨>은 예술적 면모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색감을 통해 영화를 이끈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먹구름이 낀 듯이 연하고 어두운 색감이 나타나기도 하고, 주황색 조명이라도 쓴 듯이 한없이 화사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색감의 기준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주인공 조지의 감정선에 따라 색감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가 무기력할 때는 채도 낮은 색감으로 표현하다가, 활력을 찾았을 때는 과거를 보여줄 때처럼 환한 색감을 준다. 즉 과거 그 당시의 활기, 그리고 현실에서 온전히 지금의 삶에 빠져들 때 환한 색감을 부여한다. 단순히 현재와 과거의 경계 수단으로 색감을 표현했다면 일반적이고 진부한 표현방법이었을 텐데, 색감을 이용하는 용도가 혁신적이다.
앞집 꼬마아이를 만났을 때, 짐과 함께 키우던 애완견과 비슷한 개를 만났을 때, 잘생긴 이탈리아 사람을 만났을 때. 나중엔 자신을 따라다니는 제자 ‘케니’를 발견하기만 해도 음울한 색감에서 벗어난다. 조지가 현실에서 온전히 현재를 느낄 때마다 색감은 환해지고, 이런 화사함 빈도도 점차 많아져 관객들을 기대감에 적신다. '조지가 죽은 애인을 잊고 본인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지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타인의 눈동자가 자주 클로즈업되는데 이 또한 중요한 장치이다. 조지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파악한다. 어떤사람은 매력적인 눈웃음을 짓기도 하고 어떤사람은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또 어떤사람은 상냥한 눈짓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사람들의 눈동자는 조지의 자살결심에 미련을 남기기도 하고 과거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기도 하며 조지의 감정을 좌지우지한다.

그 중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불어넣는 사람은 제자 ‘케니’다. 어느 한 펍에서 마주친 케니와 조지는 소소한 대화를 즐긴다.
처음에 케니가 조지에게 말한다: ‘교수님은 늘 과거에 대해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거는 내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현재는 너무 지루하죠.’
조금 뒤 조지가 대답한다: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면 미래가 더 나을 거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나’
누구보다도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조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 어쩌면 조지를 졸졸 쫓아다니던 케니가 의도적으로 이런 말을 유도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간에 조지는 자신의 입으로 직접 자신의 삶의 정답을 얘기한다. 현재를 즐기는 것. 과거와 현재 미래.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이다.

조지는 그 직후 케니와 함께 밤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데, 영화에선 처음으로 우울한 음악에서 살짝 비껴나간다. 케니에게서 ‘현재’를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와 대화하면서 정답을 찾았기 때문일까. 나는 둘 다라고 생각한다.
케니는 조지의 집에서 짐의 사진을 발견하는데, 지금껏 조지가 했던 행동들에서 느꼈던 묘한 직감을 보태 그가 자살을 준비한다는 것을 눈치챈다. 케니는 조지가 숨겨두었던 권총을 몰래 끌어안고 잔다. 조지가 자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이다. 조지 역시 그런 케니의 의중을 알아챈다. 조지는 권총을 서랍 안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버리는데 이는 조지가 ‘현재’를 살기로 결심한 것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침내 ‘외로운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결심했을 때, 조금의 여유도 없이 심장병이 들이닥치며 조지는 죽음을 맞이한다. 내내 우울한 조지를 그리다가 일말의 행복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결말이 자아내는 아쉬움은 크다.
어떤 사람들은 이 결말을 두고 ‘어차피 미래는 죽음’이라는 다소 조롱 섞인 냉소적 메시지라고 판단하던데, 영화가 보여주었던 묵직한 발자취를 생각해보면 그런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조지가 죽어갈 때 과거에 죽었던 짐이 찾아와 조지에게 짧은 입맞춤 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이것이 짐으로 대변하는 ‘과거’가 조지에게 주는 칭찬쯤으로 생각해본다. 그가 정해진대로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과거에 사로잡힌 자살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생각해볼 만한 것이 아닐까? 뭐, 결말의 판단은 각각의 몫이다.

<싱글 맨>은 여러 영화제에서 초청받아 각 분야 상의 후보에 올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6년에 극장에서 재개봉하였다. 톰 포드 감독은 이후 2016년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하며 영화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감각적인 행보가 더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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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우울한 영화를 찾는 사람
동성애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
예술적 영화기법을 찾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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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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