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완성 후 개봉하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영훈(이하 ‘이’): 작년에 개봉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 배급 문제 때문에 계속 늦어졌는데, 이제야 관객을 만난다. 개봉이 미뤄지다 보니 중간에 영화 작업을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내가 2년 동안 쉰 줄 알더라.
<청춘그루브>처럼 개봉 못한 영화가 있다고.
-이: 아! <풍선>. 오연서씨랑 함께 출연한 영화다. 2010년에 촬영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개봉을 못하고 있다.
<청춘그루브>는 청춘 성장 영화다. 제목처럼 청춘의 그루브가 느껴지는 세 남녀의 이야기인데, 시나리오는 어땠나?
-이: 시나리오가 독특했다. (봉)태규형 말을 빌리자면 변성현 감독님은 정말 천재다.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뒷부분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데, <청춘그루브>는 달랐다. 그동안 독립영화 감독님들의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신선하더라.
힙합 음악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장면이 스타일리쉬 했다.
-이: 그렇지. 거기까지만(웃음)
곽지민(이하 ‘곽’): 원래 우리 영화가 힙합을 소재로 했지, 음악 영화는 아니다. 청춘영화지.
촬영 때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장면은 어떤 건가?
-곽: 3년 전 힙합 그룹 램페이지스(Rampages) 멤버였던 창대(봉태규), 민수(이영훈), 아라(곽지민)가 예전 아지트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그 부분에서 연인 사이였다가 헤어진 아라와 민수가 서로 껴안는 장면이 있다. 촬영 당시 영훈 오빠가 짜증을 많이 냈지.
이: 솔직히 겁났다.(웃음) 달려와서 껴안으니까 무섭더라고. 절대 무거워서 그랬던 건 아니야.(웃음) 그리고 지대가 살짝 기울어져 있는 곳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뒤로 넘어갈 수 있었어.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지.
곽: 하긴 그곳이 위험하긴 했다.
이: 그 때 태규형하고 보이지 않는 자리 쟁탈전을 벌였다. 둘 다 키가 고만고만하니까 조금이라도 키 커 보이려고 높은 지대를 찾았다. 태규형 보다는 내가 신경을 더 쓰기는 했지만. 연기나 더 잘할 걸.
램페이지스(Rampages)의 객원 보컬 오디션에 아라가 찾아오고 차츰 민수를 좋아하게 된다. 아라는 민수의 어떤 점이 좋아서 반하게 된 건가?
-곽: “옷깃을 스치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웃을 때 눈 밑이 불룩해지는 게 진돗개 같다”라는 대사가 있다. 민수를 사랑하게 된 아라의 마음이 표현된 부분이다. 이 대사를 읽고 영훈이 오빠를 보니까 정말 진돗개를 닮았더라.(웃음) 그때부터 감정이입이 더 잘 됐다. 어느 날 감독님에게 이 대사 직접 썼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감독님은 아는 여자 후배가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해 말했던 걸 인용해서 대사로 옮겼다고 하더라. 여자들이 멋진 남자에게만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니다. 귀여운 남자에게도 매력을 느끼잖나. 여자들만 아는 걸 남자 감독이 써서 놀랬지. 이런 부분이 영화를 보는 많은 여자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거다.
극중 아라가 말하는 대사처럼 영훈씨가 진돗개랑 비슷하긴 했다.
-곽: 정말 귀여운 강아지처럼 생각했다.(웃음)
이: 하긴 그런 말 많이 듣기는 한다.
민수는 아라를 본 순간 첫 눈에 반하잖나.
-이: 구체적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민수는 굉장히 단순한 인물이라서 그냥 아라가 좋았던 것 아닐까.
곽: 결론적으로 좋아하는 이유가 없었단 거잖아.
이: 아니지. 가슴은 두근거렸어.(웃음) 왜 연인들이 그러잖아. 좋아하는 이유가 없다고.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야.
영화에서 베드신이 나온다. 둘 다 첫 베드신이라 긴장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이: 기자간담회 때도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여배우와 하는 첫 베드신이라 긴장을 좀 많이 했다. 그전에 <탈주>에서 소유진씨랑 베드신 가까운 장면을 찍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진짜 베드신이었다. 그래서인지 너무 떨리더라. 그리고 이번에는 연상이 아니라 연하랑 베드신을 해야 하니 부담감이 많았다.
곽: 연상은 괜찮고?
이: 연상은 누나니까.(웃음) 책임감이 덜하지.
곽: 그럼 책임감이 막중한데, 왜 그렇게 떨었어? 나한테 모든 걸 다 맡기고.
얼마나 긴장했기에.
-이: 긴장정도가 아니라 아예 경직됐었다.(웃음)
곽: 자세를 고쳐주면 계속 그 자세를 유지하는 거다. 정말 답답했다.
왜 그랬나?
-이: 지민이가 고양이 상이라서 가까이 다가오면 무섭다. 잡아먹히는 줄 알았다니까.(좌중폭소)
곽: 너무해. 내가 그렇게 무서웠나.
이: <후회하지 않아>에서 김남길씨와 베드신을 했었을 때는 나름 장난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다시 찍으라고 해도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여자 배우는 힘들더라. 눈물 연기를 10시간 찍는 게 차라리 더 편할 것 같다.
지민씨도 첫 베드신 아닌가?
-곽: 영훈 오빠 때문에 묻혔는데, 나름 긴장을 많이 했었다. 촬영에 임했는데, 오빠가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거다. 나라도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투정부리거나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열심히 했다.
이: 내가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면 조용해지고, 상대방이 말이 없으면 오히려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베드신도 마찬가지더라. 지민이가 긴장했더라면 내가 리드를 했을 텐데, 지민이가 이끌어주니까 그냥 모든 걸 맡겨버렸다.(웃음)
곽: 아유, 나 시집 다 갔네. 다 갔어.(웃음)
아라는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인물이다. 섹시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거기에 노래까지 잘한다. 그래서인지 민수와 창대,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곽: 남자들이 아라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아라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 무뚝뚝하고 말도 많이 안하는 편이다. 웃지도 않고.
이: 한마디로 말하면 목석같지.(웃음) 아라라는 인물이 매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4차원이고 엉뚱하기까지 한 아라를 실제로 만난다면 1시간도 못 버틸 거다. 영화를 보고 아라에게 매력을 느꼈다면 여배우를 돋보이게 해준 촬영‧조명 감독님 덕분이 아닐까 싶다. CF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화사하게 찍어줬으니까. 대신 태규형이랑 나는 조명도 없고, 반사판도 없고, 그냥 리얼로 찍었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영훈씨의 애교를 볼 수 있다. 소유진씨도 <탈주>를 찍으면서 영훈씨가 애교를 많이 떨었다고 하던데. 원래 애교가 많은 편인가?
-이: 그것도 상대적이다. 상대방이 애교가 없으면 내가 애교를 많이 부리고, 상대방이 애교가 넘치면 무덤덤하게 있는 편이다.
곽: 오빠는 매사에 균형을 너무 생각해.
두 배우 모두 눈이 매력 포인트다. 영훈씨는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귀여운 눈을 가졌고, 지민씨는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묘한 눈을 가졌다.
-곽: 오빠는 착하게 생겼고, 나는 못되게 생겼고.(웃음) 묘한 눈매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내가 뭔가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하더라. 사실 그냥 ‘멍 때리고’ 있는 건데. 그런 오해와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오해를 받기도 했다. 접신하고 있다고 말이다. 물론 이런 외모가 도움이 된 적도 있다. 연기를 하다 보면 도중에 딴 생각한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남다른 외모 때문에 동료 배우들이나 감독님은 오히려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 오열하거나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 목소리를 작게 해도 커 보이는 장점이 있다.
이: 눈 때문에 강아지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여자들, 특히 누나들이 많이 좋아했다.
그럼 예전부터 연애 패턴도 연상?
-이: 누나들을 많이 만났지.
곽: 어느 날 감독님이 오빠를 양의 탈을 쓴 늑대니까 조심하라고 하더라. 연애의 고수다.(웃음)
이번 영화와는 달리 <해결사>에서는 악역 캐릭터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과한 부분도 있었지만, 신선함이 더 컸다.
-이: <해결사>에서의 연기는 처음부터 잘못생각하고 들어간 거다. 뭔가 다른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하다 보니 그 정도의 역량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해도 밑천이 떨어져서 고민을 많이 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곽: 멜로를 하는 건 어때?
이: 멜로? 여배우 때문에. <달려라 자전거> 할 때도 연기하기 어색해서 힘들었다.
이번 영화는 베드신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체적으로 민수와 아라의 멜로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이: 연기 못하면 태규형한테 혼나니까.
촬영장에서 봉태규씨가 무서운 편이었나?
곽: 마치 채찍을 들고 있는 조련사 마냥 매의 눈으로 우리를 지켜봤다. 열정이 대단했다. 모두들 최선을 다했는데, 태규 오빠의 열정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이: <가루지기> 이후 오랜만에 영화를 하다 보니 잘해야겠다는 열정이 넘쳤던 것 같다.
기자간담회 때 여배우를 챙겨주지 않았던 봉태규씨에 불평불만을 토로했는데.
-곽: 너무 얄미웠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촬영장이 너무 추웠다. 그럼에도 한 번 앉아보라는 말도 없이 혼자 난로 옆에 앉아있었다. 그래서 딱 한 번 오빠 몰래 앉아봤지. 그걸 어떻게 봤는지 뒤에서 헛기침을 하더라. 일어나라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 밉다.
이: 이렇게 추위를 많이 타는 줄 알았으면 내가 옷을 벗어줄걸.
곽: 이런 멘트. 역시 양의 탈을 쓴 늑대였어.(웃음)
세 사람이 추억의 아지트에 모여서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과정이 연극적이더라. 그건 시나리오 상에도 있었나?
-곽: 구성적인 건 미리 다 짜놓았다. 그래서 바로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배우들도 그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니 잘 나왔더라.
이: 보통 입봉 하는 감독님들을 보면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변성현 감독님은 그렇지 않았다. 연출의도가 정확하다보니 배우들도 효율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왠지 <청춘그루브>보다 감독님이 더 잘 될 것 같다.
곽: 무슨 소리야. <청춘그루브>를 홍보해야지.
지민씨가 더 어른스럽고, 영훈씨는 아이 같다.
-곽: 오빠가 철이 없다.
이: 이것도 상황마다 다르다.(웃음)
변성현 감독은 나이 또래가 비슷해서 공감대가 잘 됐을 것 같은데, 어떤가?
-곽: 남자 배우들은 친하게 지냈는데, 여배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매번 감독님이 ‘지민씨’라고 존칭을 썼으니까.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 난 그게 부러워서 감독님께 농담으로 존칭을 써달라고도 했는데, 단칼에 싫다고 하더라.
곽: 영화가 끝날 무렵에야 말을 놓으시더라. 나름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영훈 오빠가 중간에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이: 감독님과 지민이가 어색하지 않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했지. 서로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는데, 중간에서 이해시키면서 좋은 촬영 분위기를 유지시켰다. 지민이나 감독님도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영훈씨는 정말 균형감각을 중요시한다.
-곽: 험담을 50% 하면, 칭찬도 50% 한다.
이: 사람들을 모두 편하게 해주는 편이다. 그래야 맘이 놓인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지민씨는 어떤가?
-곽: 주변 분위기가 좋든 안 좋든 신경 안 쓰는 편이다. 물론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은 하지만 안 되면 일찍 포기한다. 워낙 이런 거에 민감하지 않아서.
랩은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연기를 통해 랩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나?
-곽: 그런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연기에 내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투영하는 것 같다. 랩을 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는 정도쯤.
이: 외동아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영화도 재미있게 사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동안 영화를 통해 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
문뜩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에서처럼 힙합을 좋아하나?
-이: 그건 아니다. 의외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재즈와 클래식을 좋아한다.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어렸을 적부터 가요나 팝보다는 재즈나 클래식을 듣다보니 계속 그런 장르의 음악을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이 내 차를 타면 다들 졸려한다.
곽: 중학교 때는 힙합을 좋아했다. 그 땐 CD도 샀다. 하지만 지금은 뮤지컬 음악을 좋아한다. 신나니까. 음악을 잘 모르지만, 뮤지컬 음악을 들으면 에너지가 넘친다.
20대를 청춘의 시대라고 한다. 영훈씨는 30대다. 20대가 그립지 않나.
-이: 처음에는 20대, 30대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막상 30대에 접어드니까 책임감이 커지더라. 겁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20대에 추구했던 라이프스타일이 변했다. 그전에는 뭔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했다. 역마살이 있는지 어느 순간 아무 이유 없이 여행도 가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나이를 먹으니 돈을 생각하게 되더라.
지민씨는 20대가 2년 정도 남았다. 2년 동안 뭘 해보 싶은가?
-곽: 20대의 끝이 청춘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머니가 되도 마음만은 청춘이면 된 것 아닌가.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즐겁게 20대를 보냈고, 앞으로도 보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청춘그루브>를 추천해 주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곽: <청춘그루브>는 청춘을 겪고 있거나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 모두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청춘이란 에너지가 필요한 분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이: 우선 훈바라기(이영훈 팬카페명) 친구들이 봐줬으면 한다. 오랜 시간동안 개봉을 기다려온 친구들에게 이 영화가 작은 선물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한다. 우리 영화는 한 번만 보면 이해가 안 된다. 두 번, 세 번 계속 봐야지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다.
인터뷰를 해보니 묘하게 호흡이 척척 맞는다. 다음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 같이 찍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 한때는 그러고 싶었지. 이제는 너무 친해서.(웃음)
곽: 어휴. 또 내가 리드하라고. 로맨틱 코미디는 하고 싶은데, 연상보다는 연하랑 하고 싶다.
스타일리스트: 이원해(이영훈, 곽지민)
의상협찬: The Navy(이영훈)
구두협찬: 금강제화(이영훈)
장소협찬: CGV 영등포 VIP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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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아라가 말하는 대사처럼 영훈씨가 진돗개랑 비슷하긴 했다.
지민씨도 첫 베드신 아닌가?
그럼 예전부터 연애 패턴도 연상?
지민씨가 더 어른스럽고, 영훈씨는 아이 같다.
20대를 청춘의 시대라고 한다. 영훈씨는 30대다. 20대가 그립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