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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과는 달라, 처음엔 멘붕” <영웅> 정성화 배우

2022년 12월 20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무비스트=이금용 기자]1909년 10월, 한 남자가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이다.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힌 뮤지컬이 윤제균 감독의 손에 영화로 재탄생했다. 뮤지컬에 이어 오는 21일(수) 개봉하는 영화 <영웅>에서도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정성화 배우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간 수차례 개봉이 연기됐다. 드디어 관객과 만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처음 2~3번 정도 개봉 연기됐을 땐 ‘곧 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자꾸 미뤄지다 보니 ‘언젠가는 하겠지’로 생각이 바뀌더라. (웃음) 영화를 오랫동안 개봉하지 못해서 생긴 의외의 장점이 있는데, 감독님이 영화를 계속 보시면서 아쉬운 점을 발견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거다. 언젠가는 감독님께 연락이 와선 한 장면을 다시 찍자고 하시더라. 촬영이 끝나고 몸이 불었는데 그 때문에 다시 급하게 살을 빼야했다. (웃음)

국내에서 오리지널 뮤지컬을 뮤지컬 영화로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에선 <캣츠>, <레미제라블> 같은 작품이 영화화된 사례가 있고 또 관객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뮤지컬을 14년 이상 해왔던 배우인 내게 국내에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가 제작된다는 건 꿈 같은 일이었다. 주인공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배우가 이런 큰 작품의 주연을 맡았고 뮤지컬 장르가 국내 영화 최초로 도입됐다. 이 모든 게 어떻게 보면 리스크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관객 분들께 이 영화를 선보이게 돼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이번 작품이 잘 돼서 한국의 뮤지컬 영화도 경쟁력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국내 최초의 뮤지컬 영화인 만큼 제작 발표 당시 많은 관심이 모였다.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축하 연락이 많이 왔다. 영화가 잘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될 거고 뮤지컬 산업도 함께 발전할 거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뮤지컬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지 않겠나. 한 소스가 영화와 뮤지컬, 더 다양한 형태의 문화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인 만큼 (뮤지컬) 업계에서 많이 응원해줬다.

영화 <영웅>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5년, 2016년쯤 윤제균 감독님이 <영웅> 뮤지컬 공연에 오셨다. 당시 내게 “성화야, 음악이 너무 좋아서 많이 울었다. 이 작품은 뮤지컬로만 남긴 아까운 작품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만 듣고도 기뻤는데 다음 공연 시즌에 감독님이 한 번 더 오시더니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를 시작으로 독립 운동가들에게 부채의식을 느꼈으면 한다. 그래서 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시더라. 처음 영화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엔 마냥 좋았다. (웃음) 그런데 내가 주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얼떨떨하더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거다 보니 두려움이 앞섰고 부담감도 있었다.

체중을 감량했다는 게 포스터에서부터 티가 나더라. 상상 이상으로 높은 싱크로율에 놀랐다. (웃음)
감독님이 가장 먼저 요구하신 게 체중 감량이었다. (웃음) 역할을 위해 14kg 정도 뺐다. ‘살 빼는 게 대단한 일이냐’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굉장히 어렵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뮤지컬 공연도 같이 진행하고 있었는데 안 먹으면 공연에 문제가 생기니까 어렵더라. 포스터를 보면서 대한민국 분장 기술이 참 발전했다고 느꼈다. 고생해서 살 뺀 보람이 있더라. (웃음)

배우 입장에서 뮤지컬과 영화가 어떻게 다르던가.
일단 시나리오가 무대 대본과 많이 다르다. 뮤지컬은 설명이 간략하고 음악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관객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더 친절하다. 뮤지컬에선 음악이 스토리의 약점을 보완하지만 영화는 대본 자체가 더 디테일하다. 안중근 의사의 유언, 회령 전투신처럼 뮤지컬에서 나오지 않는 장면도 다수 등장한다. 작은 부분에서 많이 바뀌어서 전혀 새로운 작품처럼 느껴졌다.

무대를 할 땐 감정만큼 노래도 중요하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건 노래보다 감정이다. 진짜 감정이 나와야 한다. 스크린이 크기 때문에 꾸며낸 감정은 티가 난다. 그리고 동시에 노래가 너무 튀지 않게, 대사처럼 들려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모든 장면, 모든 감정들이 디테일하게 살아난다는 게 놀랍더라. 현장에서도 신경 쓰면서 연기하긴 했지만, 그 치밀한 감정 변화가 생생하게 포착돼서 신기했다.

넘버(노래)의 70% 이상을 현장에서 직접 녹음했다고.
뮤지컬 현장에선 모든 게 정제된 소리로 나온다. 배우들 목소리에도 리버브가 걸려 있다. 그런데 영화에선 그럴 수 없다. 인이어로 나오는 백그라운드 뮤직에 맞춰 생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나 원래 노래 잘하는데 왜 여기선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웃음) 공간감을 고려하는 것도 정말 어려웠다. 특히 노래 부르는 장면을 클로즈업으로 찍을 땐 더 힘들었다. 작은 방 안을 배경으로 노래를 부를 때 큰 무대에서 부르는 것처럼 성량을 내면 안 된다. 속삭이듯 불러야 한다. 영화 찍기 전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처음엔 멘붕이더라. (웃음)

베테랑 뮤지컬 배우로서 뮤지컬 영화에 첫 도전하는 윤제균 감독에게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준비를 훌륭하게 해오셔서 오히려 내가 배울 정도였다. (웃음) 그래도 연기적, 기술적으로 이것 저것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하긴 했다. 감독님이 대단한 게 영화계에서 그렇게 입지가 높고 대단한 분이신 데도 본인 생각만 고집하지 않는다. 배우, 제작진의 의견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수용하신다. 현장에서 귀를 여는 데 주저하지 않는 점이 너무 좋았다.

함께한 배우들 역시 뮤지컬 경험이 전무하지 않나.
배정남, 조재윤 배우의 경우 노래에 특화된 배우라고 보기엔 어렵지 않나. 촬영하면서 발성을 비롯해 노래하는 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더라. (웃음) 반면에 김고은 배우는 기대 이상으로 노래를 너무 잘했다. 김고은 배우가 맡은 곡이 웬만한 뮤지컬 배우들도 소화하기 버거운 노래인데 그걸 현장에서 소화해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놀랐는데 정작 본인은 크게 아쉬워 하고. (웃음) 박진주 배우도 노래 잘 하기로 유명하지 않나. 사실 뮤지컬 영화에서 가창 실력보다 중요한 건 감정이다. 나문희 선생님만 봐도 그렇다. 감정이 실린 노래는 설득력을 지닌다. 중요한 건 노래 실력이 아니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다시 뮤지컬로 돌아갔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안중근이란 인물이 단순한 히어로로 그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윤제균 감독님 말씀처럼 매 순간 멋진 사람으로 표현하려 하면 인간 안중근은 가려진다. 그래서 영화에선 뮤지컬을 할 때보다 더 담담하고 절제된 모습을 연기했고, 역으로 이걸 뮤지컬에도 반영했다.

뮤지컬의 경우 한 공연을 다회차 관람하는 관객이 많지 않나. 캐릭터의 변화를 눈치챈 분도 있겠다.
변화된 부분을 디테일하게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서 <영웅>을 공연 중인데 아직은 구체적인 반응이 없다. 하지만 서울 공연 이후에 그런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

뮤지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2003년 <아일랜드>라는 2인극을 하던 중 유명한 뮤지컬 제작자인 설도윤 대표님을 만났다. 국내에 <위키드>, <캣츠> 공연을 올린 분이시다. 그 분께서 뮤지컬 <아이 러브 유, 유 아 퍼펙트, 유 아 체인지드>라는 작품에 나를 캐스팅했다. 현장에 갔는데 너무나도 유명한 남경주, 이정화 선배님과 오나라 배우가 있더라. 아직도 첫 공연이 잊히지 않는다. 막이 오르는데 그런 박수를 생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등골이 쭈뼛 서고, 눈물이 다 나더라. 거기서 헤어나지 못해서 계속해서 뮤지컬을 하게 된다. (웃음)

2009년부터 지금까지 <영웅> 오리지널 캐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한 공연을 십 수년간 하다 보면 매너리즘이 올 때는 없나.
뮤지컬은 노래가 굉장히 어렵다. 특히 <영웅>은 오디션 금지곡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노래의 난이도가 높아서 횟수로 200번이 넘게 공연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컨디션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번 도전하는 느낌이다. 나도 나이를 먹다 보니 예전만큼 체력이 안 되고, 그에 따라 발성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면 또 레슨도 받아야 하고. 매너리즘이 올 틈이 없다. (웃음)

현재 <영웅>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컬도 함께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도전적인 한 해였다. 코로나에서 갓 벗어나 공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젠틀맨스가이드>, <미세스 다웃파이어> 그리고 <영웅>까지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해냈고, 이번 영화로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게 돼서 기쁘다. 결과를 떠나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이다. 영화 홍보와 공연을 병행하는 게 과부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걸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이 정도 힘든 건 견뎌낼 수 있다. (웃음) 계속해서 뮤지컬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

그렇다면 제작이나 연출 의향도 있나.
종종 제작이나 연출 제의가 들어오긴 하는데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인 거 같다. (웃음) 공부하지 않은 상태로 덤볐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신인 배우, 어린 배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제공_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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