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비질란테’(Vigilante), 스스로를 지키고자 조직된 자경 단체라는 의미다. 디즈니+ <비질란테>는 사적 단죄에 나선 경찰대생 ‘김지용’(남주혁)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조헌’(유지태)을 주축으로 한 다크히어로물이다. “다크히어로라고 하면 보통 마블같이 약간은 붕 떠 있는 캐릭터를 예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비질란테>야 말로 현실에 착 달라붙은 다크 히어로물”이라는 유지태를 만났다. 현실감과 더불어 드라마적인 요소를 이미 갖췄기에 향후 시퀄이나 프리퀄, 스핀 오프 등 다양한 확장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대중이 기억할 또 하나의 캐릭터를 갖게 된 것 같다고 ‘조헌’ 캐릭터에 각별한 애정을 표한다.
남주혁 배우가 군 복무 중이라,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공개되기까지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안심했다. 주혁이가 좀 더 스포트라이트와 칭찬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감독님 등 제작진과 같이 한 번 뭉쳐서 면회 가려 한다.
비질란테 ‘김지용’과 괴물 형사 ‘조헌’은 둘 다 막상 막하, 절대 밀리지 않는 모습이더라. (웃음) 남주혁 배우와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첫인상은 어땠나.
주혁이가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작품을 준비하면서 근육 운동을 많이 했다고 하던데 과연 처음부터 완성된 비질란테라서 좀 놀랐다. (웃음) 조헌은 피지컬 적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증량한 부분도 있다. 한편으로는 비질란테가 너무 멋있어서 글로벌 팬이 많이 생길 것 같더라. 또 조헌과 비질란테의 투샷이 꽤 그럴싸해서 해외 다크히어로물에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말했듯이 반응이 좋다. 기억에 남는 평이 있다면.
‘재미있고 다음 편이 기대된다’, ‘시즌2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면 기분이 좋다. 뭐랄까 칭찬을 넘어서 하나의 팀을 이루어서 작품을 완성했고, 이 팀 그대로 다음 작품을 이어가는 건 참여한 배우와 제작진 모두가 제일 소원하는 일이 아닌가 한다. ‘뭉쳐야 산다’는 말처럼, (웃음) 큰 작품이나 큰일은 유대감과 연대감을 토대로 완성된다는 생각이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몸무게를 20kg이나 증량했는데 무리가 되지 않던가.
소위 ‘힘캐’(힘센 캐릭터) 아닌가. 보디빌더처럼 외형적으로 근육을 강조할지 아니면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갈지 고민하다, 현실적인 편이 낫다고 판단해서 여기에 맞춰 몸을 만들었다. 기존에 하던 크로스핏 운동에 보디빌딩 방식을 병행했다. 외형도 그렇지만, 연기하면서 정신적·심리적인 부분에도 많이 신경 썼다. 건강측면에서 증량보다 감량이 더 바람직한 것 같더라. 단기간에 많이 증량하면 몸에 무리가 가고, 영양이 불균형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식단과 운동을 병행했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매일 800g씩 섭취하려 했는데 쉽지 않아 파우더를 활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2~3개월 만에 몸무게게 100kg이 넘게 되니 어깨가 커지는 등 몸이 불어나는 게 느껴지더라.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이 위협감이 드는지 종종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했다. (웃음)
‘내가 반말 좀 하겠습니다’ 같은 시그니처 대사, 위압적인 피지컬에서 내뿜는 압도적인 힘 등 ‘조헌’은 그야말로 만화적인 인물이다. 현실감을 부여하고자 신경 쓴 부분은.
대사를 반복하고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캐릭터를 품게 되고 자연스럽게 ‘조헌’ 화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말투나 동작, 행위 등에서 조헌이 만들어진다. 일부러 무언가를 흉내 내면 처음에는 괜찮아도 거듭되면서 꼴 보기 싫고 눈에 거슬리는 연기가 된다. 그래서 양식적인 연기를 지양하고, 어떤 ‘쪼’가 생기지 않도록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되 최대한 틀에 박힌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반말 좀 하겠다’는 조헌의 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무 꾸며서 한다면 코믹 버전 밈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힘을 주지 않고 사실적인 톤으로 가져갔다.
원작 웹툰의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작의 어떤 면에 특히 끌렸나.
보통 인기 있는 웹툰은 흡수성과 휘발성이 높고, 즉흥성에 기대는 면이 많은데 ‘비질란테’는 다양한 시도를 한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액션을 제대로 그려보겠다는 욕심이 느껴지는 장면 연출이 큰 차별점이다. 김규삼 작가가 실제로 무술을 배우며 표현했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조헌과 김지용이 주짓수로 격투하는 장면이 그렇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단지 두 남자가 누워있는 걸로 보이겠지만, 그 안의 수싸움을 읽어보면 정말 흥미로운 바둑 같은 격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격투 고유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직접 배우고 또 자문을 구하며 그렸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조헌은 원작 팬 사이에서도 ‘조질란테’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캐릭터이다. 그의 매력 포인트는 뭘까. (웃음)
웹툰에서는 외형 그러니까 피지컬이 강조되는데, 그는 알면 알수록 어른의 모습으로 서 있는 인물이다.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최강 캐릭터를 그려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행위나 동작은 비현실적이지만 인물 자체는 매우 현실적이라 이런 괴리감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사적 단죄를 소재로 한 주제의식이 강한 작품이다. 사적 단죄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조헌과 같은 입장이다. (웃음) 사적 단죄를 실천하는 비질란테의 신념에 심정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경찰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우린 나름의 자경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면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거다. 가령 나 같은 배우나 유명인은 선행이나 좋은 일로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거다. 또 사회의 부조리함이나 그릇된 시스템 속에서도 본분에 충실한 분들,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제 역할을 다하는 ‘어른의 모습’을 한 분들이 많다. 이들이 우리 사회를 자정하는 일종의 자경단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나비 효과가 되어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지 않을까 한다.
25년 정도 연기했고, 연출도 몇 편 해보니 한국영화 시스템이 어느 정도 보이더라. 내가 출연한 영화는 적어도 5~600여 개의 스크린을 잡을 수 있는데, 내가 연출한 영화는 개봉관에 걸리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영화는 문화라기보다 산업이고, 기업이 배급을 도맡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영화라도 개봉관은 잡기 힘든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감독과 배우가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맛이 결국은 동일하다는 게 문제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박찬욱, 홍상수, 봉준호 감독 같은 작가주의 감독과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B급 영화보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었어도 칸이나 아카데미에서 환호하는 건 감독 즉 작가의 업력이자 재능 덕분인데, 안타깝게도 국내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국회나 거리로 나가 시스템의 개선을 외치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겠고, 나같이 ‘독립영화 후원’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내 후원을 보고 누군가 ‘나도 해볼까’ 한다면 의미 있는 씨앗이 뿌려지는 것이고, 지속가능한 후원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쌓이다 보면 당장은 아니라도 20년 후 혹은 30년 후에는 큰 흐름이 되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2023년 2학기부터 건국대 영상영화과 전임교수가 됐다. 축하한다. 학생들과 호흡하는 교수 유지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웃음)
음… 지금 인터뷰 하는 것과 같다!(웃음) 20대는 연기 레퍼런스가 적을 수밖에 없고, 나는 여러 레퍼런스가 있으니, 이를 소개하며 학생들의 인식을 확장 시키려 하는 편이다. 내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품이나 그들에게도 너무 도움이 될 작품을 소개하곤 한다. 예를 들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이라는 책이 있다. 영화 <해피 아워>의 연출 노트인데 정말 주옥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연기법 등 학생들이 보면 도움될 것 같아 소개했는데 바빠서 못 봤다고 하면 아쉽지만, 나는 그저 인도하는 역할이라 생각하며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웃음)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 벌크업 한 당신을 보고 <범죄도시> 시리즈의 메인 빌런으로 제격이라는 시선이 있다. 마동석 배우와 맞짱 뜰 배우가 생겼다고 일부에서는 환호(?)하기도. 혹시 제안받는다면?
그렇잖아도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동석 배우님은 예전부터 알고 지냈고, 영화 <심야의 FM>(2010) 때 같이 한 적도 있어서 다시 조우한다면 너무 영광이고 기쁘겠다. 그런데 맞기는 싫어서(웃음) 다른 작품으로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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