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대학생 ‘이탕’(최우식),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는 뜻밖의 뉴스를 접한다. 자신이 죽인 남자가 바로 연쇄 살인범이었다는 사실, 게다가 살인 현장의 그 어떤 증거도 거짓말처럼 사라지는데! 단죄라는 운명을 타고난 듯한 이탕과 그를 의심하는 형사 ‘난감’(손석구), 이탕에게 확인할 것이 있는 또 다른 응징자 ‘송촌’(이희준)까지.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 o 난감>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각자의 정의를 따르는 세 인물을 주축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탕’으로 분해 이야기를 주도해 나간 최우식을 만났다. 작품이 다루는 사적 복수나 단죄, 그리고 캐릭터에 대해 ‘이탕은 여전히 갈등하고, 자기 합리화 중인 인물로 접근했다’며 자기 얘기를 좀 들어 보란다.
작품을 향한 반응이 좋다. 웰메이드라는 평가인데 공개 소감은.
꼬마비 작가의 원작이 워낙 인기가 많아 부담됐는데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긴 서사를 8부작으로 압축하고, 세 인물에 포커싱해 풀어나가다 보면 원작 마니아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빠져 실망할 수 있지 않나. 게다가 원작은 네 컷 만화라 상상력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있고, 이를 영상화했을 때 말이 안 된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를 잘 처리했다고 봐주신 것 같다.
제작발표회에서 ‘이탕’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자신감을 표했다. 어느 부분에서 그런가.
그간 어쩌다 보니 성장형 스토리텔러 역할을 많이 했더라. 이런 역할이 일부러 불편한 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개인적으로 편한 캐릭터라 하겠다. 시청자(관객) 역시 내가 말도 어버버하고 (웃음) 외적으로 마르기도 해서, 어딘가 나약해 보이다가 점차 성장해 가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이번에는 기존 모습으로 시작해 중반 이후 크게 변모한다. 이런 변화 전후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한숨 놨다. 만약 변한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면, (앞으로) 하나의 큰 숙제가 될 것 같다.
이탕 캐릭터의 어느 부분에 매력을 느꼈을까. 또 어떻게 접근했는지.
원작을 재미있게 본 팬으로서 욕심났던 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 드라마틱한 사건에 얽히며 겪게 되는 감정과 생각(사고)의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를 표현해 본다면 흥미롭겠다 싶었고, 또 이희준과 손석구, 두 형님과의 조합은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촬영이라 욕심이 났었다. 시청자가 ‘만약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도록, 오버하지 않고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표현하려 했다.
극 중 이탕은 원작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모습이다.
맞다, 원작의 이탕은 머리를 삭발하고 몸을 키워 인간 병기 같은 면모를 보이는 등 외적인 모습을 비롯해 극과 극의 변화를 보인다. 사실, 이러한 신체적 변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처음에는 살을 찌우고 몸을 만드는 시도를 했는데 아쉽게도 아직은 무리인 것 같더라. (웃음) 몸이 불어야 하는데 오히려 얼굴만 살이 쪄서! 이탕은 해결되지 않은 내적 갈등과 걱정으로 좀 더 힘든 얼굴이 되어야 하는데 얼굴에 살이 붙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더라. 그래서 외양보다 심적인 변화에 포인트를 주려 했다.
사실 1화부터 8화까지 이탕은 거의 똑같은 모습인데, 내가 원한 모습이기도 하다. 원작처럼 인간병기화 된 모습이 아닌 ‘이탕은 이탕’이라는 게 중요했다. ‘노빈’(김요한)과 함께하며 울며 겨자 먹기처럼 살인하지만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는 이탕 말이다. 평범한 대학생이 특별한 어떤 능력을 부여받았을 때 변해가는 과정이 작품에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었고, 내 얼굴로 보여준다는 게 좋았다.
‘이탕’이 흥미롭게 서사의 문을 열었지만, ‘송촌’이 등장하면서 이탕의 서사가 약해진다는 시선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살인자 ㅇ 난감>은 이탕만의 드라마가 아니다. 이탕의 손을 잡고 들어와 ‘난감’의 시선으로 그의 어깨너머를 보다가 송촌이 입장하는 식으로 캐릭터별로 역할이 다 있다. 이탕의 활약 혹은 분량에 욕심냈다면 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거다. 지금이 조화로운 균형이다.
연출을 맡은 이창희 감독은 당신을 ‘질문이 많은 배우’라고 하던데,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의문이 많았을까.
나도 모르게 걱정과 고민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만화적인 요소가 있는 캐릭터라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모습이면서도 적당히 후킹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야 했다. 극의 초반 서사를 이끄는 인물이라 도중에 고꾸라지지 않고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게 중요했다. 감독님의 연출 방식 또한 새로웠기에 초반에 질문을 많이 했다. 물론 하다 보니 적응되더라.
새롭다고 느낀 연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카메라가 깊이 들어와야 할 것 같은 장면도 멀리 떨어져서 잡는 식이었다. 그래서 이걸로 괜찮은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후반부 이탕과 송촌이 나이트클럽에서 만나는 장면이 그렇다. 인물을 크게 잡을 거로 생각했는데 씬의 공기와 분위기를 활용해 연출적으로 푸셨더라. 촬영할 때는 이탕의 대사가 별로 없고 얼굴과 눈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아서 카메라가 좀 더 들어와 줬으면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공기를 보여준 편이 훨 낫더라. (웃음) 또 석구&희준 형의 연기를 잘 받아서 하고 싶다는 마음에 감독님께 더 많이 질문한 것도 있다. 지금도 좋은데 왜 자꾸 계속 파고들어가냐고 하시더라.
영화 <마녀>나 <경관의 피> 등을 통해 그간 보여준 액션 실력을 이번에는 좀 자제한 인상이다.
원작을 본 입장에서 이탕의 액션이 좀 더 많을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액션씬이 적었다. 사실 평범한 대학생이 양아치 등을 만나 싸우는데 너무 잘하면 이상하지 않나. 바닥에서 뒹굴고 상대를 보지도 않고 마구 휘두르는 등 개싸움같이 하다가 운이 좋아서 그들을 제압하는 식으로 가져갔다.
이탕은 본능적으로 악인을 감지하고 살인해도 그 증거가 없어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는데, 현실이 된다면 어떨 것 같나.
촬영하면서 우리끼리 많이 했던 질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살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만약 이런 능력이 있다면 신고를 많이 해서 사건과 사고를 미리 예방하겠다. 어떤 분이 한 지역에서 1년 동안 1만 번 넘게 불법주차를 신고해서 아예 근절했다는데 나도 그렇지 않을까!
얼마 전 방영한 디즈니 + <비질란테>, 이번 <살인자 ㅇ 난감> 모두 사적 단죄를 행하는 다크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이탕의 이런 면에 어떻게 접근해 나갔나.
이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는 사적 단죄를 합리화하지 못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가 다크히어로를 자처했다면 그런 얼굴을 보이지 않았을 거다. 검사를 처단한 후 노빈과 함께한 강가 시퀀스를 보면 그가 완전히 자기 운명(능력)을 받아들인 거로 보일 수 있겠지만, 결국은 자기 합리화에 실패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난감’ 앞에서 스스로 마무리 짓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 거다. 만약 합리화에 성공했다면 그는 ‘송촌’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 되고 만다. 또 다크히어로가 과연 이탕인지, 그레이존에 있는 난감 인지 가늠해 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나 싶다.
초반 이탕이 우발적으로 살인한 후 그가 꾸는 꿈과 상상 씬 등은 매우 강렬한 게 연출적으로 돋보이는 지점이더라.
감독님이 이탕은 판타지, 난감은 추리극, 송촌은 누아르라고 표현했듯이 이탕 관련해서는 판타지 같은 요소가 많다. 살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죽은 이를 꿈에서 보는 건 충분히 예상한 부분이지만, 이탕이 갑자기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 해서 개처럼 뛰다가 망치를 휘두르는 장면은 아주 신선하면서도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던 장면이었다. 사실 특수효과와 와이어를 활용해 찍을 거로 예상했는데 진짜 내가 뛰면서 연기했다. (웃음) 이와 유사한 사람이 말처럼 뛰는 경기가 있다고 해서 유튜브를 찾아보며 했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희준, 손석구 두 형님과의 호흡은 어땠나.
사실 두 분과 대면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이동하면서 주로 얘기 나눴었다. 촬영하면서 계속 형들의 연기를 모니터나 가편집본으로 봤는데 정말 볼 때마다 감탄이었다. 두 형들과 나이 차는 좀 나지만 진짜 재미있고 많은 걸 배운 현장이었다. 자체로는 피 튀기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작품이지만, 많이 웃고 떠들고 또 개그 욕심도 낸 즐거운 시간이었다.
‘모든 걸 다 준비해 놓은’ 파트너인 ‘노빈’역의 김요한 배우와 케미가 좋더라.
요한은 정말 그간 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흔히 볼 수 없는 캐릭터였다. (웃음) 경험이 많지 않은 친구가 큰 롤을 맡았는데도 현장에서 하나도 안 떠는 거다! 내가 만약 요한의 포지션이었다면 진짜 떨었을 텐데 말이지. 송촌과 노빈 사이에 (누아르) 장르적인 씬이 많은데, 요한의 리액션을 보고 많은 걸 배웠던 것 같다. 내가 노빈이었다면 더 오버해서 연기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서 지켜보면서 신기했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이탕이 노빈에게 ‘사실은 무섭다’고 고백하는 장면이다. 내가 잡은 이탕의 캐릭터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이탕이 좀 더 세고 더 나쁘고 피가 보다 더 난무했으면 좋았겠다는 반응을 접했다. 이러한 의견도 충분히 이해하고 그랬어도 흥미롭겠지만, 내가 생각한 그는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물이라 솔직한 마음을 노빈에게 처음으로 털어놓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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