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수고했다, 혜교야”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청룡시리즈 어워즈 대상을 받은 송혜교의 수상소감이다. 큰 무대, 너무나 멋진 분들 앞에서, 자기 칭찬이 인색했던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었다고. "송혜교의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의 마음을 두드렸던 그가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근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 영화에서 송혜교는 금기를 어기고 구마의식을 행하는 "유니아" 수녀로 분해 전형성을 탈피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장르적인 특성보다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연대해 나가는 과정에 끌렸다는 송혜교를 만났다. 30대 때만 해도 "마흔 중반까지만 연기할 거야"라고 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며 웃는 28년 차 배우다. <더 글로리>의 복수씬, <검은 수녀들>의 구마씬을 촬영하면서 사이다를 원샷한 느낌처럼 시원했다는 송혜교. 나이 듦에 따른 주름에 기대가 된다며, 예쁘다는 칭찬보다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더 좋다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검은 수녀들>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 직후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차에 만난 작품이라고.
멜로 드라마는 이별과 사랑이라는 테마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비슷한 캐릭터를 여러 번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내가 내 연기를 보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나도 재미가 없는데 시청자는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이런 생각으로 고민하던 차에 만난 작품이 <더 글로리>였다. 처음 하는 복수극인 데다 인물들을 한 명씩 처단해 나가는 과정에서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과 씬이 많아서 연기가 재미있더라. 그동안 몰랐던 내 얼굴이 보여서 신났고, 오랜만에 현장이 너무 좋았었다. 그래서 바로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더라. 그간 해보지 않은 캐릭터에 욕심나던 차에 제안받은 작품이 <검은 수녀들>이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가 오컬트에 수녀 캐릭터라 쉽지 않았을 텐데 어느 부분에 끌렸나.
의도적으로 영화를 멀리했던 건 아니다. (웃음) 드라마를 위주로 하다 보니 영화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지만, 색다른 오컬트라 좋았다.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연대한다는 점이 좋았다. 공포보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고 무엇보다 구마씬은 처음이라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 궁금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또 꺼려하는 분도 있는데 우리 영화는 그 수위가 약해서 오히려 입문자에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성수통을 들고 담배를 피며 악령을 어린애 대하듯이 하는 "유니아" 수녀는 등장부터 걸크러시하다. 기존 미디어에서 조명한 수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검은 수녀들>을 준비하면서 수녀님들을 뵙고 자문을 구했는데, "우리와는 다른 수녀" 같다면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하시더라. 새로운 느낌의 수녀를 보러 극장에 가야겠다고 유쾌하게 말씀하시기도. 유니아는 한마디로 자유로운 수녀라는 생각이다. 자기 신념이 강하고 교단의 말을 어기기도 하지만, 생명을 지킨다는 의지만은 확고한 인물이라 이런 면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기존 수녀님들과 차별화된 느낌이 새로웠던 것 같다.
비흡연자로서 흡연 연기를 위해 6개월 전부터 연습했다고.
자연스럽게 피우기 위해 고민했던 부분이다. 봐서 알겠지만, 클로즈업이 많아서 가짜로 피울 수가 없다. (웃음) 사실 처음에는 흡연 장면을 빼 달라고 요청드릴까 생각했지만, 일반적인 수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유니아라는 캐릭터상 필요할 것 같았다. 지금은 안 피우지만, 촬영하는 동안에는 실제로 계속 피웠었다.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격인데 참고한 부분은 있는지.
<검은 사제들>은 개봉 당시 봤었고, 이번에 다시 한번 보기는 했다. 설정 상 유니아가 "김 신부"(김윤석)의 제자라 김윤석 선배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유니아가 스승에게 불만을 툴툴대면서도 따르는 입장이라… (웃음) 이외에 따로 참고한 부분은 없다.
유니아, "미카엘라"(전여빈) 두 수녀가 자기를 희생해서까지 소년(문우진)을 구하려는 이유가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데 어떻게 빌드업해 나갔는지.
"미카엘라"는 전사가 있지만, 유니아는 별도로 보여지는 사연이 없다.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운 미카엘라와 달리, 유니아는 그런 과정을 일찍이 거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 인물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더 여유있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본상으로는 한 생명을 살리려는 용감한 수녀 정도의 설정이라, (전) 여빈이와 같이 만들어갔던 것 같다. 처음에는 가족도 아닌 아이를 위해 저렇게까지 용기 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개인 송혜교는 못 하지만, 수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납득했다.
작품 내외적으로 여성연대와 여성이 전면에 나서는 영화인데, 참여한 소회는.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있어서, 사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여성 둘이 끌고 가는 영화가 많지 않더라. 결과가 좋다면 더 많은 여성 중심 영화가 제작될 것이니 좋겠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설날 연휴에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그간 사적인 노출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토크 쇼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 유튜브, 브이로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 대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떤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걸까.
10년 전 영화를 홍보할 때만 해도 요즘처럼 홍보 수단이 다양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신비주의로 흐른 것도 있고, 한편으로는 마음적인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시대도 변했고, 마냥 감추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시대이기 때문에 <검은 수녀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대중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프로그램에 나가면 어느 정도 말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말이지. (웃음) 이런 마음으로 했는데 녹화하고 와서는 A형이라 걱정도 많이 했었다. 다행히 <유퀴즈>는 어른들이, 유튜브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아직 나올 영상이 몇 개 더 있다.
마음적 여유가 생긴 계기가 있을까.
시간적인 이유가 큰 것 같다. 이제는 약간 내려 놓게 된 부분이 있다. 20대와 30대 때는 좀 더 치열했다면 이제는 욕심도 덜 해지고, 마음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더라.
<유퀴즈>를 통해 그간에 힘들었던 점을 솔직히 드러냈다.
모든 사람이 다 각자의 슬픈 일, 행복한 일이 있지 않나. 나만 유별나게 경험한 일이 아니라서 편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똑같은 인간이라 힘들 때는 같이 괴로워하고 또 기분 좋을 때는 행복하니 말이다. 루머 등은… 나도 듣는 루머가 있지만, 내가 만든 루머가 아니기에 (웃음) 왜 내가 해명해야 하느냐 되물었던 것 같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내 일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컸었다.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 싫은 분도 있고 또 막연히 싫은 분도 있을 터다. 반면 막연히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 인간 송혜교가 싫으면 배우 송혜교는 좋아하게끔 만들어 가야지,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벌써 28년 차 배우다. 늘 정상의 자리에서 화제의 중심에 자리했는데 자기를 다스리는 비결이 있을까.
큰 일이 터지면 오히려 담담해지고 조용해진다. 무언가 일이 터지면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갖자는 생각으로 시간이 해결이 줄 거로 믿는 편이다. 큰일에 좀 더 대범하고 마음이 덜 아픈 것 같다. 반면 소소한 일, 예를 들면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말도 안되는 오해 같은 것 등에 상 처받고 전전긍긍하곤 한다.
롱런의 비결은 무얼까. (웃음)
작품 덕분인 것 같다. 나 혼자였다면 지금까지 못 왔을 거다. 잘됐던 작품도 그렇지 않았던 작품도 있지만, 어느 작품이든 지금의 나를 이끌었지 않나 싶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이유 있는 악역이나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을 한번 해보고 싶다. 멜로 드라마도 좋지만, 이제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는 안될 것 같다. (웃음) 하게 된다면 현실적인, 내 나이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서경덕 교수와 함께 전세계 박물관(미술관)에 한국어 안내서를 제공하는 기부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여행 가서 박물관을 가 보면 중국어, 일본어 해설은 있는데 한국어 해설은 없어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서경덕 교수님을 만났고 그간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하니 같이 해 볼 의향이 있냐고 제안 주셔서 시작된 일이었다. 나같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 사람이 많을 것 같았거든. 지금까지 함께 해 오면서 공부하고 배우는 부분이 많다. 교수님이 열심히 뛰어 준 덕분에 지금껏 활동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사진제공. UAA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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