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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를 반영한 괴물, 열차의 2인자 <설국열차> 틸다 스윈튼

2013년 8월 8일 목요일 | 서정환 기자

내한 일정이 끝나고 한국에 머물 예정이라고 들었다.
재미난 풍문을 들었다. 잠을 좀 자게 될 거라는(웃음). 그런 후에 이산가족 상봉이다. 수개월간 가족들과 떨어져있었다. 전 세계 각지, 스코틀랜드, 미국, 한국에서 모여서 상봉한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한국 팬들을 만난 소감은?
이상하리만큼 편안했다. 쇼핑몰에서 괴성을 지르는 5천명의 사람들과 있어야만 한다면 봉준호 감독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제는 몹시 편안했다.

영화를 예술로 접근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당신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영화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가장 인간적으로 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설국열차>에 대해 나는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 걸작이다. 대작이다. 완벽하다. 모든 것이 기똥차게 들어맞는다. 달인이 만든 영화인데 어찌 그러하지 않겠나. 한 장면 한 장면 감독이 손 지장을 찍었는데 어찌 대작이 아니겠나.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히치콕인데 봉준호 감독을 같이 비교하고 싶다. 기존 영화들이 갖고 있는 모든 고리타분한 요소 다 뺐고, 금기된 요소 다 뺐다. 완벽히 예술적이고, 다분히 정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또한 다 가지고 있다.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감독이 아닌가 싶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봉준호 감독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봉준호이기 때문이다. 2년 전에 만나서 굉장히 빨리 친구가 됐고 이번에 만났을 때 같이 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설국열차>에서 의견 개진을 많이 하고 신나게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도 그렇게 작업하겠지만, <설국열차>에서는 어떤 면이 특별했나?
조심스럽게, 솔직히 말하면 어떤 역이든 그만큼 내 의견을 집어넣는다. 이번 메이슨 역할이 너무나 드러나는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내 의견 개진이 눈에 띄는 것뿐이다. 가면 쓰기, 엽기적인 괴물을 봉준호 감독과 굉장히 즐겁게 놀이하듯 만들어냈다. <아이 엠 러브>나 <케빈에 대하여>같은 영화를 할 때도 똑같이 가면을 쓴다. 그 영화들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내 모습이 아니다. 가면을 씌운 거다. 그들은 좀 더 자연주의적이고 진실한 역할인데 비해 메이슨은 가면 투성이의 괴물이다. 그래서 눈에 많이 드러나는 거다. 다른 영화에서는 미묘하게 깔려있는 거고, 이번 영화에서는 드러나게 보이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메이슨 캐릭터를 설정하고 연기하는데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지도자를 만드는데 있어 요즘 영화들의 경향이 인간적인 모습을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그런 것에 관심 없다. 지도자가 왜 우리와 비슷하고 동등한지를 느끼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지도자의 가면을 벗기는데 난 힘을 많이 쏟는다.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좀 더 징그럽고 엽기적인 것을 만들어놓고 어떻게 하면 더 괴물을 만들어낼까, 허풍떠는 모습을 만들어낼까를 고민한다. 마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나 <독재자>처럼 가식적인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여기에 메이슨은 현시대에 맞는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성향 또한 드러낼 수 있는 괴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당신의 배우 활동에서 데릭 저먼 감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연기를 하지 않았을 거다. 그는 내 인생의 기적이다. 큰 비밀은 아니지만, 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고 지금도 딱히 배우이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원래 작가가 되고 싶었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글을 쓰고 싶다. 학생시절 반신반의로 데릭에 끌려 배우로 입문하게 됐다. 9년 동안 7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그는 나에게 있어 가족이 되었고, 가족처럼 지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아마도 그에 의해서 연기자로 맞춤 제작이 된 게 아닐까 싶다. 결국 그가 나를 연기자로 만든 거다. 그가 없었더라면 내가 연기를 제법 한다는 망상을 갖지 못했을 거다. 내가 연기를 함에 있어 데릭이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그런 데릭 저먼이 세상을 떠난 후 어떤 감정이 들었나? 그와의 만남처럼 그의 죽음 또한 당신의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 것 같다.
데릭이 하늘나라로 갔을 때 난 길을 잃었다. 그가 없으니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가 말을 해줄 때는 내가 예술가인줄 알았는데 그가 없으니 내가 예술가인지도 모르겠더라. 우리끼리는 그가 우리를 영화인(film maker)으로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의상, 조명, 카메라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지만 묘하게 데릭과 일한 사람들은 (배우로서 프로답지 못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것들을 다 같이 고민해야했다. 그는 우리 모두를 배우보다 기술이 조련된 전문가로 만들었다. 나는 데릭 덕택에 예술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 그의 죽음이 나를 외롭고 메마르게 만들었다. 두 번 다시 연기는커녕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싫었지만 다행히 축복처럼 지난 20년 동안 영화계에 있어서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가 맺어지게 되었다. 그의 죽음은 그 정도로 나에게 애통했다.

데릭 저먼의 영향이 상당하다.
나에게 미친 개인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그가 당대에 이룬 업적 또한 대단하다. 내가 일을 시작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은 지금과 시대가 굉장히 달랐다. 당시 언더그라운드 영화에 참여했는데 브리티시 필름 인스티튜트(British Film Institute)에서 연간 다섯 편 정도 제작비를 지원했다. 그래서 데릭 저먼, 피터 그리너웨이, 아이작 줄리앙, 샐리 포터 등의 감독들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너무 슬프게도 지금 데릭은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지만, 당시 어디서 그의 영화가 상영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소위 말하는 재개봉관이 아닌 큰 돈을 들여 만든 영화가 아님에도 중요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그가 이러한 문화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 데릭 저먼에 대해 물으면 어쩔 수 없이 이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웃음). 나의 절친 데릭 저먼에 대해 물어봐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배우, 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매번 영화를 찍을 때마다 마지막이다, 두 번 다시 안한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얼마나 연기를 할지, 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렇다면 <설국열차>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봉준호 감독과의 우정과 동료의식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영화를 두 번 다시 찍지 못하더라도 데릭과 같은 놀이 친구로 그와 남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엘프, 요정이라 칭할 만큼 신비로운 이미지다. 비결이 있는 건가?
좋은 음식 먹고, 물 많이 마시고, 행복하자는 주의다. 마음에 드는 곳에 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래서 나에게 정말 행운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재밌게 사는 거다. 방부제 먹지 않는다(웃음). 기억하길 바란다. 인생은 항상 조금씩 나아진다.


사진제공_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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