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고 활동을 해왔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김소진: 학교를 졸업하고 뭘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연극을 좋아하게 됐고, 해왔던 것 중 연기를 할 때 가장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공상아: 그러니까 어떻게 시작하게 됐냐고? 중대 연영과를 왜 갔냐고? (웃음)
김소진: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네(웃음). 딱히 연극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학교를 간 건 아니었어요. 연기 전공이 아니었거든요. 스탭 입장에서 공연이 오르고 관객들을 만나는 전체적인 그림들을 보면서 연극이 이런 거구나, 생각하게 됐거든요. 배우들이 연습하는 걸 보고, 배우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연기를 전공하려고 학교를 다시 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웃음).
공상아: 초등학교 5학년이었나, 연예인이 모교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남희석 편에서 안양예고 소극장을 봤는데, 그 순간 저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연하게 그런 꿈을 갖고 있다가 예고 시험을 보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하고 싶은 거 해보라며 흔쾌히 승낙 해주셨고, 뭣 모르고 시험을 봤는데 붙었어요. 처음에는 막연히 노래하고 춤추는 정도로 생각했다가, 연극을 만들고 연기를 배우면서 구체화 된 것 같아요. 대학을 가면서 조금 더 구체화됐고요. 중간 중간 영화도 했고 매력도 느꼈지만 연극에 더 큰 매력을 느껴서 지금까지 하게 됐고요. 그렇게 막연하게 시작하게 됐고, 운 좋게 학교에 가면서 꿈이 구체화 된 것 같아요.
오유진: 목포 출신이거든요(웃음). 딸만 다섯에 막내에요.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언니들이 비디오를 빌려오면 언니들 틈에서 영화를 같이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 이것저것 많이 해보겠구나, 여기저기 많이 가보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중 2때 구체적으로 그런 꿈을 갖게 됐죠. 지방이라 연기 학원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나 인맥이 전혀 없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연극부가 있는 학교였고, 연극부에 들어가 대회에도 나가고 했어요. 여고여서 키가 크다보니 남자 역할만(웃음). 그러다 한예종 입시 공고를 보고 한번 테스트해보고 싶더라고요. 아버지 반대가 컸지만 가출하다시피 입시를 보고 합격해서 막연하게 시작을 했어요. 영상원이 옆에 있으니까 단편부터 영화작업도 해보게 됐고, 3학년 때부터 연기하는 게 조금 재밌어 지더라고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대학로를 돌며 공연을 했어요. 오디션만 1년에 100번 넘게 본 것 같고요.
공상아: 유진이는 초반에 영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오유진: <씨, 베토벤>처럼 긴 호흡의 영화는 해본 적이 없어요(웃음). 대학로 술자리에서 우연히 이상우 선생님을 만나서 극단 차이무와 연을 맺고 공연 위주로 지금까지 활동해온 것 같아요.
연극이 분명 매력 있는 작업이지만 다른 부분에서 힘든 점들도 많잖아요.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 위주로 활동해올 수 있던 원동력,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상아: 다행히 불러주는 데가 아직 있어서(웃음). 사실 연극배우들은 가난하고 힘들다고, 그런 말씀 많이 하시잖아요. 사실 노력하는 것에 비해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수 있는 건 이기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려야 할 나이인데 그런 것들 좀 무시하고, 가족도 버리고(웃음), 장녀인데 장녀라는 걸 포기하고 내가 좋으니까 이기적으로 사는 것 같아요.
다른 장르로 활동 영역을 넓혔을 때, 무대에 서는 빈도는 줄지만 외적으로 생기는 것들이 있잖아요.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인지도를 높여서 다른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을 테고. 그런 고민들도 있었나요? 아니면 오롯이 공연만 보고 온 건가요?
오유진: 비슷한 시기에 공연과 영화를 같이 시작했어요. 드라마도 했고요. 영화나 드라마는 메인 급이 아니면 아무래도 같이 모여 리딩을 하고 리허설을 하는 기회가 없더라고요. 공연은 시작부터 함께 출발해서 같이 뭔가 만들어가는 그런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 팀워크가 안 맞거나 한명이라도 마음을 다르게 먹으면 정말 고통스럽긴 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고, 재밌게 서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열정적으로 즐겁게 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 배울 것도 많았고요. 연극은 팀이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계속 해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가끔 평일에 연극을 보러 가면 객석에 관객들이 거의 없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객석에 앉아있는 게 미안하고 민망할 정도로요. 그런 열악한 환경들이 의욕을 꺾어놓는다든지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분들이라면 나름 확고한 신념들이 있어서 그런 어려움들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걸 테고요.
공상아: 운 좋게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라 함은 좋은 연출가,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겠죠. 운 좋게 그들이 계속 저를 불러주고, 그런 것들이 큰 행운인 것 같아요. 동료들의 연기를 보고 배울 수 있고, 같은 무대에 설 수 있고, 그런 기회들이 사실 많지 않거든요. 배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대학로에 소극장만 2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 무대에 서지 못하는 배우들이 많아요. 다행히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서 계속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본인에게도 장점이 많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거겠죠.
공상아: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죠(웃음).
김소진: 그런 면들도 뭐 없지 않아... (웃음)
오유진: 우리는 자기애가 부족한 거야?
김소진: 왜 그래? 다 장점들이 있잖아. 그리고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부담스럽잖아. 빈 부분들도 있고 그래야(웃음).
공상아: 둘 다 고급스럽게 말하려고 하는데, 유진이는 대학 때부터 14년 친구라 제가 잘 알거든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애였거든요(웃음). 쇼트커트에 초록색 머리를 하고 OT에 나타났어요(웃음).
김소진: 그런 걸로 치면 유진이도 저를 못 이기죠. 저는 정말 산골에서 살았기 때문에(웃음).
공상아: 소진 언니도 꽤 오래 봤는데, 지금이 가장 리즈가 아닌가. (일동 폭소) 지금이 전성기에요.
김소진: 제가 봤을 때는... 사실이에요. (일동 폭소) 항상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오유진: 좋다. 항상 지금이 좋다는 그 말 정말 좋네.
김소진: 생각해봤거든요. 힘들 때도 많은데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항상 지금 연기할 때가 좋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더 좋더라고요. 지금 좋으니까 계속 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끝이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사실 큰 기대도 없어요(웃음). 연극, 거기서 다 거기거든요.
공상아: 기사 이렇게 나간다. 연극판 거기서 거기다! (웃음)
김소진: 오래한 분들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런 분들이 끝까지 하느냐, 인 것 같아요. 가끔씩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 무대에 선 모습을 보는데, 그렇게 끝까지 무대에 서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고 싶다, 라는 마음은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딱히 없어요. 공연하는 사람들 옆에서 봐도 돈을 많이 벌거나, 너무 잘되거나, 오랫동안 하면 대배우가 되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거나 그런 사례들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게 돼요. 그냥 내가 지금 이만큼 좋으니까 이만큼 좋은 대로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씨, 베토벤>을 보면서 적잖이 감동을 받았어요. 감동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세 배우들 때문이었고요.
김소진: 사실 궁금했어요. 언론시사회 끝나고 다들 어떻게 보셨을까. 좋은 얘기든 안 좋은 얘기든 듣고 싶었거든요.
완성도가 빼어나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어요. 그렇지만 연극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동안 한계에 부딪힌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면이 있었어요. 누구나 재밌고 편하게 보며 즐길 수 있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영화였는데, 그 일등공신이 세 배우들이었고 근래 본 어떤 영화보다도 배우들의 앙상블이 가장 좋았던 영화였어요.
김소진: 사실 셋이 한 작품에서 만난 것도 처음이었고, 공연도 열흘밖에 안했어요.
공상아: 공연에서 둘씩 만난 적은 있어도 셋이 만난 적은 처음이었어요. 개인사들이 다 섞여 들어가 있어요. 연습 때도 우리 이야기를 만들려는 그런 작업을 많이 했어요. 민복기 연출님이 쓴 기본 라인은 있지만 아무래도 남자가 쓴 여자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요.
오유진: 민복기 연출님이 굉장히 깐깐하기로 유명하거든요. 어떤 날은 연습 때 대본 한 장 넘어가기도 힘들 정도에요. 그런데 ‘씨, 베토벤’은 배우들을 많이 풀어놓은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어색하지 않았어?
공상아: 난 울었는데?
오유진: 난 이전에 비하면 많이 풀어놨다고 생각했어.
김소진: 나도 울었는데?
공상아: 너만 좋았구나?
오유진: 나만 별생각이 없었나? (웃음) 왜 이렇게 풀어놓나, 그 생각만 했지(웃음).
민복기 감독이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도 작업했다고 들었을 때 설마 했어요. 남자가 아무리 여자를 잘 이해한다고 해도 저렇게 대사를 쓰고 에피소드를 만들었다고는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김소진: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좀... 굉장히... 상투적이었죠. (일동 폭소)
공상아: 남자가 본 여자!
김소진: 그런 시선에서의 정직한 표본이랄까요(웃음). 과연 관객들이 이걸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 생각해봤어요. 빤한 이야기인데 빤하지 않게 들려야 하잖아요. 중요한 건 정말 우리가 하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똑같은 사랑도 내가 하는 이야기와 저 사람이 하는 이야기의 결이 다르니까요. 그런 것들을 찾아내기 위한 연습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공상아: 정말 내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과정이었죠.
김소진: 그러면서 누군가 이야기를 했을 때 다른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들, 그런 것들이 사이사이를 조금 채워준 것이 아닌가 싶어요. 또 그런 관계를 만들어준 것 같고요. 이야기는 사실 별 거 없잖아요. 수다잖아요.
수다지만 그 수다의 내용은 엄청나죠(웃음).
김소진: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내용이죠(웃음). 그렇지만 내 친구가 그런 상황일 때 반응하게 되는 그런 마음들이 보여서 영화를 잘 봐주신 게 아닌가 싶네요.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나 상황들은 연극 연습과 공연을 통해 완성된 형태라고 보면 되나요?
공상아: 그렇죠. 극단 차이무 작품들이 관객들과 의사소통하는 것들이 많은데, ‘씨, 베토벤’은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정말 우리가 놀았던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김소진: 사실 첫 공연할 때가 아직도 기억나요. 공연 전에 무대 뒤에서 ‘아,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에이, 모르겠다. 그냥 하자’ 그렇게 무대에 올라간 기억이 나는데, 긴장감이나 고민이었던 부분을 그냥 무대 위에서 수다로 털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풀어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공연이 끝난 거예요. 그게 좀 신기했어요. 끝나고 나서도 ‘뭐지? 좋긴 좋은데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수다였는데 수다를 듣고 나면 가볍지만은 않은 느낌이랄까요.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공상아: 앙상블이 좋다고 칭찬하셨는데, 공연 때도 누가 무슨 대사를 하건 안하건 걱정이 없고 믿음이 있었어요. 내가 중요한 걸 안 해도 옆에서 해주겠지, 라는 믿음이 있어서 공연도 매번 달랐어요. 실수도 그 상황에서 그냥 일부가 되고, 서로 받아주고 믿고 갔어요. 영화에서도 소진 언니가 담배를 들고 카페에 들어가야 하는데 안 들고 갔어요. 카페 주인에게 담배 달라고 해서 카페 주인을 연기한 김중기 선배님이 당황하고(웃음). 공연에서도 몇 번 그랬거든요.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연기만 하니까 주위에서 언니 도와주느라고 고생했죠(웃음).
김소진: 대사가 사실 생각이 안 나도 상아가 다 쳐주고(웃음).
공상아: 언니가 교묘한 게 있어요. 멍 때리고 있는데 우수에 차보이잖아요.
사색하는 것 같더라고요.
공상아: 대사 까먹어서 그런 거예요. (일동 폭소) 우리 둘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저만 애 타는 거죠.
김소진: 정말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웃음).
서로 대화하면서 나오는 다양한 리액션들도 평소 하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건가요?
공상아: 그냥 나온 것 같아요.
김소진: 지금 이렇게 우리 이야기하는 것처럼 각자 반응들이 있잖아요. 그냥 그거예요.
각자 캐릭터는 어떻게 설정하고 잡아나갔나요?
김소진: 저는 캐릭터도 연극배우라 딱히 설정 없이 했던 것 같아요. 특별한 건 없었고, 대신 하진이라는 캐릭터가 겪은 사연들에 대해서 생각을 했죠. 약간 동성애 코드가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저도 예전에 들었거든요(웃음).
차분하고 굉장히 여성스러워 보이는 외모인데요.
김소진: 그때 머리를 짧게 커트로 잘라봤거든요. 그렇게 하면 좀 그렇게 보이려나 싶은 생각도 있어서요.
하진은 <스모크>의 하비 케이틀이라든지, 릴케의 시와 연인 루 살로메의 이야기라든지, ‘Smoke Gets In Your eyes’의 가사 등을 인용한 대사를 하잖아요. 대본에 있었던 건가요?
김소진: 그렇죠. 제가 그렇게 지적이진 않아요(웃음). 물론 관심이 있으니까 영화도 많이 보고 공연도 많이 보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렇게까지(웃음). 실제로 그런 이야기하면 재수 없을 것 같아요(웃음).
상아씨는 본인 실제 모습과는 너무 다른 성은 캐릭터를 감독님이 맡겨서 속상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하지만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해서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거든요(웃음).
공상아: 웃을지 모르지만, 진짜로 음담패설 하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6공주라고 정말 친한 친구들이 있는데(웃음), 그 친구들하고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색한다는 이야기 들을 정도로 보수적인 면이 있어요. 그래서 왜 나한테 이런 캐릭터를, 속상해하며 술 먹고 울었어요(웃음).
실제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갔나요?
공상아: 친구 중에 그런 캐릭터가 있어요. 만나서 수다를 떨며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정 등 그 친구를 관찰했어요. 자유연애주의자였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인용했죠. 사랑할 때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하더라고요. 기간이 짧을 뿐이지(웃음).
연기하면서 숨어있던 그쪽 본능들이 폭발하던가요? (웃음)
공상아: 그럴 수도 있는데(웃음), 그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더라고요. 영화에서는 덜 보이지만 공연에서는 더 즉흥적인 리액션이 많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연습하면서 몸에 붙게 잡아갔어요.
핸드폰을 포개는 성은의 행동이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였는데, 그 행동도 즉흥적인 건가요?
공상아: 민복기 연출님의 아이디어였어요. 핸드폰을 제가 만지작거리니까 그렇게 해보자고. 연극에서는 다른 리액션을 했거든요. 영화는 프레임 안에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걸 찾아본 거죠.
아무리 연기이고 배우라고 해도, 음담패설을 즐겨하는 사람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란 쉽지만은 않은데 말이죠.
공상아: 보수적인 사람이 그렇게 연기해야하니 얼마나 속상했겠어요(웃음).
보는 사람은 너무 즐거웠습니다(웃음).
공상아: 이 한 몸 희생해서(웃음).
영은 유부남 담당교수와의 사랑으로 고민하는 캐릭터에요.
오유진: 영이는 박사과정 중이고 유부남과 연애를 하고, 저와 너무 다른 낯선 환경이라 별 생각을 안했어요. 남들은 불륜이라 거창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기적인 사랑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특별히 유부남과 사랑한다기보다 좀 어려운 연애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나 임신 상태니까요. 로미오와 줄리엣 콤플렉스도 생각해봤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가면 갈수록 성은과 대화할 때 더 날카로워지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고요.
극중에서는 하진보다 오히려 영이 더 중성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실제 유진씨 외모는 여성적이다 보니 그런 부분이 캐릭터 설정으로 잡힌 건가 생각해봤어요.
공상아: 그냥 유진인 것 같아요. 유진이야말로 어렸을 때 여자 친구들이 많이 따라다니는 스타일.
영이 하는 대사나 친구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아기자기한 느낌보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먼저 다가왔거든요.
오유진: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고 작품에도 나와 있지만, 비밀을 많이 품고 있는 인물인 것 같아요.
그렇죠. 엉큼하게 친구의 남자랑(웃음).
오유진: (웃음) 자기는 엉큼하다고 생각하지 않죠. 그런 부분은 저와 좀 닮아있는 것 같아요. 내가 무슨 이야기하면 저 사람이 더 힘들어지겠지, 이야기했다 괜히 내가 혼나는 거 아냐, 그런 생각 때문에 말을 잘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편해질 때 얘기하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쉽게 이야기 못하고 눌려있는 부분이 조금은 저랑 닮았고, 특별히 설정을 했다기보다 그 부분이 자연스럽게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30대 중반 여성이라는 캐릭터나 대사, 상황들이 어느 정도 공감되던가요?
공상아: 영화를 2년 전에 찍었어요. 그때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영이가 엄마 이야기하는 장면이라든지.
영화를 두 번 봐도 그 부분은 조금 의문이 남기도 했어요.
공상아: 2년이 지나 영화를 봤는데 그 장면에서 울컥하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새롭게 감성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오유진: 그 부분이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많이 다를 것 같긴 해요. <조이럭 클럽>에 나오는 대사거든요. 공연 연습할 때는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거지,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공연할 때 다르고, 영화 찍을 때 다르고, 이번에 영화 보면서 또 다르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말들에 더 밀착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영화 보면서 남자가 쓴 여자 이야기라는 부분이 아직 느껴지거든요. 그 장면에 대해서는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큰 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겠는데,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면 물음표가 좀 남더라고요.
오유진: 개인적으로 겪었던 가족사에 대해서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영이와 엄마의 구체적 상황이 같다기보다는,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엄마의 이야기가 지금은 자신의 삶과 너무 비슷해지는 것 같고, 초라해지고 궁핍해지고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나만 혼자 외톨이가 되어가는 것 같은 그런 맥락이란 생각이 들어요.
성, 사랑, 일, 우정, 섹스, 커피, 성향, 취향 등 다양한 화제로 수다를 떠는데, 그 부분들에 대한 30대로서 개인적인 생각들은 어떤가요?
김소진: 사실 친구들하고 모여서 왁자지껄 수다를 많이 떨거나 그러진 않거든요.
공상아: 정말?
오유진: 우리 모이면 언니 얘기 듣느라고... (일동 폭소)
김소진: 그건 다 주워들은 얘기(웃음).
실제 여자들 수다 내용인가요?
오유진: 잘 모르겠지만,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이야기하진 않는 것 같아요.
김소진: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 연극배우들인데, 저보다 선배님들이니까 그 삶들이 그렇게 환하지는 않아요(웃음). 다들 묵직한 것 하나씩은 갖고 있죠. 그래서 사실 영화에서 나온 요런 얘기들은 가볍죠(웃음). 더 깊게 들어갔다면 더 이야기가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제가 그렇게 솔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내 얘기를 더 했다면 더 좋았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더 들어가도 좋았을 것 같은데요.
김소진: 그런 아쉬움이 있어요. 영화로 다시 찍는다고 했을 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하진이 수다의 중심을 잡는 역할이다 보니 역할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 역할을 의식하지 않고 만약 더 들어갔다면 지금보다 산만해질 순 있겠지만 더 깊이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소진: 대본의 흐름상 그 안에서 움직이는 건데, 일단 크게 공감한 건 있었어요. 배우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연극 작업을 하면 한번 스쳐가는 연이 아니라 성향이든 모든 깊게 알아가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상처를 받을 때도 있고 상처를 줄 때도 있고요. 근데 신기한 건, 때로는 사람한테 상처를 받아서 이제는 정도 안주고 그렇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인생은 독고다이라고 하지만 결국 같이 살아가야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하면서도, 보고나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갖고 있는 무게감이 각자 다르지만, 그것을 나누게 됐을 때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 채워지거나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하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캐릭터지만 나라는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내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대화중에 영이 순간적으로 질러버리잖아요. 내가 그렇다고, 유부남하고 연애하고 임신했다고요. 그때 정적이 흐르잖아요. 설마 농담이겠지, 언제쯤 영이 ‘농담이야, 이것들아’라고 말할까 기다렸는데 아니더라고요. 그 정적을 연기할 때 느낌은 어땠나요? 내 친구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뭔가 쉽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김소진: 그때는 몰랐거든요. 대본상으로도 그렇게 흘러갔으니까 그런 의도대로 연기했는데, 공연 끝나고 생각했을 때 내 입장에서는 친구가 정말 원한다면 아무렇지 않게 심각하지 않게 대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뜯어 말리는 정당성도 있지만,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면 영이도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영이는 속내를 적극적으로 내비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그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위로를 받고 내 편이 돼 주길 기대한 걸 텐데,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잖아요. ‘진이 너마저도 내 사랑을 의심하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요.
오유진: 사실 그런 이야기를 꺼낼 때 사람 심리는 ‘너 괜찮아’라는 반응을 분명 바란 거겠죠.
김소진: 근데 또 그런 말들이... 너 이름이 뭐였지?
공상아: 성은이?
김소진: 맞다, 성은이(웃음).
공상아: 이게 팀워크에요. 실상이 이래요. (일동 폭소)
김소진: 성은이도 마음은 아프지만 어쨌든 현실적인 걸 생각한 거겠죠. 그래도 당사자는 따뜻한 위로를 바란 걸 테고요. 사실 영이도 성은이 왜 저러는지 분명 그 마음은 알 텐데 말이죠.
마지막 결말부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하진은 ‘때로는 혼자 있을 시간도 필요하고 때로는 혼자 해결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고 말하지만, 카페 주인은 ‘그래도 난 누군가 같이 있어주면 좋던데’라고 말하잖아요. 그리고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고 헤어져요.
김소진: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나서 이 두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진이는 어떻게 보면 참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생각이 드는 거예요. 스스로 해결하려고 자기 아픔은 결국 얘기하지 않잖아요. 끝까지 그런 척하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같이 한 이친구들한테 미안하더라고요. 왜 그렇게 마음을 열지 못했을까, 좀 더 나눴으면 어땠을까, 그런 느낌이랄까요.
오유진: 영화 보면서 느껴지는 것들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있더라고요. 마지막 신에서 특히나 묵직한 느낌이 들었어요. 전에는 장난삼아 우리끼리 그 장면 잘라도 괜찮지 않아, 사족 같지 않아, 이런 얘기도 했는데(웃음), 그 장면이 정말 필요한 장면이었더라고요. 사실 영이가 그런 심각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시간이 저녁이 됐다면 하진도 한번은 ‘나 있잖아’하며 살짝 내비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날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다보니 막상 이야기할 타이밍을 친구들한테는 놓친 거죠. 너무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카페 주인이 하진이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거잖아요. 가까운 사람한테 위로받을 수 있지만 낯선 사람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그런 기분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특히 더요.
클로즈업이라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해요. 손의 미세한 움직임조차도 감정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김소진, 오유진: 맞아요.
원테이크로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분량을 촬영했다면 차라리 수월했을 것 같은데, 카메라 메모리 용량 때문에 10~12분씩 끊어서 가야하는 상황이라 더 어렵진 않았나요?
김소진: 뭔지도 모르고 그냥 했어요(웃음).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하루에 다 끝내야 해서 뭐든 시작하면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감정 톤이 무리 없이 잘 연결되던가요?
김소진: 사실 걱정됐어요. 특히 하진이 마지막에 독백하는 장면은 더 걱정됐고요. 그 장면은 앞부분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공연할 때마다 마지막 느낌이 매번 다르더라고요. 상황이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그 안에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다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상아씨는 대사도 가장 많잖아요(웃음).
공상아: 말이 너무 많아서 공연하고 나면 아귀가 아플 정도로(웃음). 계속 밝은 기운으로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인물이라 촬영 때 정신이 없었거든요. 하루 안에 끝내야했고, 12분씩 NG없이 딱 두 번씩 갔어요. 그 두 테이크 중에 하나만 골라 쓰게끔. 차분한 이야기라면 한번 하고 두 번해도 감정적으로 조금 지치더라도 갈수 있을 것 같은데, 계속 업을 시켜서 뭔가를 해야 해서 사실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너무 더운데 사운드 때문에 에어컨은 틀 수 없었고요. 영화에서 보면 냅킨으로 계속 땀을 닦아요(웃음). 연극이라서 1시간 20분에 끝났더라면 덜 힘들었을 텐데, 몸은 지치는데 계속 업을 시켜야하니 마지막에는 사실 지치더라고요. 오히려 정신이 없어서 찍을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영화를 보니 다시 찍으면 이렇게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웃음). 정신이 없어서 오히려 카메라 의식을 안했고 셋의 관계에 더 집중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유진씨는 등장하기 전까지 두 분 촬영하는 걸 보고 있었던 건가요?
오유진: 그죠, 뒤에서(웃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촬영장에 갔어요. 차라리 먼저 했으면 워밍업이 돼서 같이 갈 텐데, 나중에 들어가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더운데 조용히 그 안에 있어야 했고(웃음).
‘덥죠?’라고 묻는 상황이 몇 번 반복돼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그 대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군요(웃음).
공상아: 뙤약볕이라는 상황에 연출님이 갖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극에서는 비오는 설정이었거든요. 비오는 날이 주는 느낌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뙤약볕으로 바뀌었고 그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덥기도 했고요(웃음).
실수도 있었고 즉흥적인 대사나 상황들도 있었다는데, 그런 것들도 결국 호흡으로 이어가고 극을 완성시킨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김소진: 어색한 부분도 많을 텐데 편집을 잘 해주신 것 같기도 하고(웃음).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요. 공연 때도 매번 기억이 잘 안 나거든요.
공연은 누가 촬영해 놓지 않으면 본인이 어떻게 연기했는지 모르잖아요. 영화는 본인들이 연기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공연과는 느낌이 다를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저기서 이렇게 했구나, 관객들 눈에는 쉽게 안 들어오는 것들도 눈에 띌 테고요.
김소진: 지금도 그 장면이 너무 웃긴데(웃음), 상아랑 계속 대사하다가 웃긴 장면이 아닌데 상아의 어떤 모습이 제 눈에 걸려서 그냥 웃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유진이가 ‘너희 둘이 많이 친해졌다’고 한 대사도 사실 애드립이거든요. 그냥 웃음이 제가 터진 거였어요. 전혀 흐름에는 없었던 게 끼어든 그런 부분들이 몇 군데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재미로 계속 찍었던 것 같아요.
공상아: 실수도 그냥 넘어가는 거죠. 앞에서 얘기한 소진 언니가 담배를 챙겨서 카페로 들어가야 하는데 안 챙겨서 카페 주인에게 갑자기 담배 있냐고 물어보는 장면도 그렇고(웃음).
김소진: 결국 영화 끝날 때까지 라이터를 못 받아서 담배를 못 피게 된 건데, 마지막에 카페를 나갈 때 주인에게 담배를 다시 주거든요. 그게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그렇게 또 한 거죠.
공상아: 언니가 설탕을 달라고 했는데 중기 선배가 설탕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시럽을 가져다 준 거예요. 거기서 웃는 장면도 정말 웃겨서 웃은 거예요. 커피 내올 때도 스푼을 가져다 줘야하는데 못 찾아서 긴 스푼을 가져왔거든요. 에스프레소 잔에 안 맞아서(웃음), 물 컵에 맞는다고 한 거고(웃음). 유진이가 주스 시키고 뜬금없이 스트로 달라고 하고.
오유진: 그거 일부러 그랬던 거예요. 그날 중기 선배님이 헤매는 상황이 재밌었어요. 분명 스트로 어디 있는지 몰라서 헤맬 텐데(웃음), 그게 웃길 것 같았어요.
김소진: 공연 때는 서빙 하다가 실수로 다 엎어서 닦고(웃음).
오유진: 서빙하고 뭘 내오는 게 어색한 거죠. 에스프레소를 시켰는데 기계를 작동 못시켜서 물에 커피 가루가 둥둥 떠서(웃음). 재밌었어요.
김소진: 또 그런 상황이면 거기에 맞게 받아서 가고 그랬던 거죠.
연극 자체가 라이브다 보니 돌발 상황이 많잖아요. 그런 상황들을 겪으며 순발력도 많이 생겼을 것 같아요.
오유진: 순발력이라기보다는 그냥 믿었던 것 같아요. 내가 실수해도 어떻게든 해주겠지(웃음). 친구라는 설정이니까 어떻게든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믿은 거죠.
김소진: 저는 뭐 그냥 질러버리고 이 친구들이 상황 다 수습해주고(웃음). 그래서 이 친구들한테 잘 해야 하는데(웃음).
소진씨는 중간에 애교 같은 것들도 있던데요(웃음).
김소진: 그냥 상아 놀리는 게 재밌으니까(웃음).
공상아: 그건 소진 언니가 평소 그렇게 하는 거예요(웃음).
김소진: 받아주니까 또 하고, 받아주면 계속 하는 거죠. 안받아주면 안하고(웃음).
성은이 더 재밌었던 설정 중 하나는 전문직 여성이잖아요. 완전 무식한 건 아닌데 뮤지컬 ‘시카고’를 ‘멕시코’라고 하고(웃음).
공상아: 리서치하면서 도움을 얻은 건데, 지인의 친구 중에 증권 쪽 일하는 분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분야는 전문가인데 다른 상식은 부족하대요. 그럴 수 있겠다, 그래서 그걸 믿고 갔어요. 저와는 전혀 다른(웃음).
김소진: 그게 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너무 딱딱하지 않게 상아가 잘 요리를 한 거죠.
공상아: 나한테 지금 잘하려고 하는 거야? (웃음)
코믹한 연기도 많이 경험 했나요?
오유진: 상아는 지금 그런 연극을 하고 있어요(웃음).
공상아: 저는 원래 멜로 배우예요.
오유진: 진짜 상아가 멜로 언제 했지? 기억이 안나(웃음).
공상아: ‘로미오와 줄리엣’도 했고 많이 했는데, 자꾸 그런 것만 시키더라고요(웃음).
어떤 배우로. 어떤 연기로 어떻게 활동하고 싶나요?
김소진: 하루하루를 살다보니(웃음). 오래하고 싶지만, 어느 순간 다른 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더 행복하고 더 즐거운 일을 하는 쪽을 선택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연기하는 게 좋으니까 이 시간을 더 잘 보내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에요.
오유진: 쉰지 1년이 좀 넘었거든요.
공상아: 쉰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았잖아(웃음).
오유진: (웃음)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했던 것들을 한 번씩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앞일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싶은데 지난 일들에 대해 생각을 점점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나이 먹었다는 증거에요. (일동 폭소)
오유진: 그때 이랬으면 더 좋았을 걸, 그때는 왜 즐기지 못했지, 그때는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는데 왜 불행하다고 생각했지,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항상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조심스러웠고, 고민을 많이 했고요. 한번쯤은 바로 맞닥뜨려 반응하거나 내뱉을 수 있었을 텐데, 생각을 해요. 분명 어떤 고민이나 생각은 해야겠지만 앞으로 연기할 때는 너무 많은 잡생각들을 넣지 말고 좀 맞닥뜨려보고 싶은 목표는 있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건 연기뿐만이 아니라 내 삶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공상아: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술가라는 허세에 빠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불의나 정의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거기에 늘 한발을 딛고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 언젠가 예술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그런 꿈을 갖고 있어요.
사진_권영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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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고 활동을 해왔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연극이 분명 매력 있는 작업이지만 다른 부분에서 힘든 점들도 많잖아요.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 위주로 활동해올 수 있던 원동력, 이유는 무엇인가요?
<씨, 베토벤>을 보면서 적잖이 감동을 받았어요. 감동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세 배우들 때문이었고요.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나 상황들은 연극 연습과 공연을 통해 완성된 형태라고 보면 되나요?
각자 캐릭터는 어떻게 설정하고 잡아나갔나요?
영은 유부남 담당교수와의 사랑으로 고민하는 캐릭터에요.
성, 사랑, 일, 우정, 섹스, 커피, 성향, 취향 등 다양한 화제로 수다를 떠는데, 그 부분들에 대한 30대로서 개인적인 생각들은 어떤가요?
마지막 결말부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하진은 ‘때로는 혼자 있을 시간도 필요하고 때로는 혼자 해결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고 말하지만, 카페 주인은 ‘그래도 난 누군가 같이 있어주면 좋던데’라고 말하잖아요. 그리고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고 헤어져요.
실수도 있었고 즉흥적인 대사나 상황들도 있었다는데, 그런 것들도 결국 호흡으로 이어가고 극을 완성시킨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어떤 배우로. 어떤 연기로 어떻게 활동하고 싶나요?
[전설의 OST] 세인트 엘모의 열정 19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