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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되지 않은 고유함을 가진 배우 <부산행> 정유미

2016년 7월 19일 화요일 | 류지연 기자

[무비스트=류지연 기자]
정유미는 친근하고 모나지 않은 얼굴 속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담아온 배우다. ‘생각 있는 배우’, ‘독보적인 느낌을 가진 배우’ 같은 수식어와 홍상수 영화에 연달아 출연한 경력이 그녀를 ‘그저 예쁜 배우’와는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영화 <히말라야>, <부산행>까지 대중성 있는 작품들로 저변을 넓혀오면서도 자신만의 색채를 잃지 않은 그녀는 여전히 이 산업 안의 ‘작은’ 내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 고민한다. 우리가 보아온 정유미의 ‘고유함’이 결코 연출되지 않은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행>은 칸 이후 두 번째로 본건가.
한 번 봤다. 칸에서 보고 여기서는 안 봤다. 개봉하면 보려고.

영화 보고 어땠나?
‘와. 감독님 영화 잘 만드셨다!’(웃음) ‘공유 오빠는 언제 저런걸 찍었지?’ 서로 모니터를 할 겨를이 거의 없어서 디테일 한 연기들은 화면으로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소희가 찍은 장면도 그렇고 신기해서 ‘야. 너 어떻게 울었어?’ 물어보고 그랬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 끝나고 나오면서도 우리끼리 ‘오. 잘했다!’ 이러기도 하고.(웃음)

좀비 영화다 보니 시나리오를 읽을 때와 완성된 영화를 볼 때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좀비의 구현에 대해 의심하지는 않았다. 감독님이 잘 만드실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또 좀비 연기자 분들이 워낙 리얼하게 표현을 해 주셨다. 좀비가 생소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낯선 소재가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공유씨는 칸과 국내 관객의 반응이 조금 달랐다고 하던데.
영화제의 특수성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초반에 정의로운 장면이 나오면 다 같이 박수를 치길래 놀랐다. 좀비를 한 명 한 명 때려잡을 때나, 내가 창문에 신문을 붙이는 장면에서도 ‘오~’ 하면서 반응해주시더라. 스탭들도 처음엔 당황하다가 나중에는 같이 휘파람 불면서 봤다. 영화를 만들고 보는 사람들끼리의 일체감이 느껴졌다. 상영 끝나고 나오는데, 관객 분들이 문에 붙어서 좀비 흉내도 내주시는데 진짜 고마웠다.
<부산행>의 어떤 부분에 끌려 선택하게 됐나?
일단 항상 일을 너무 하고 싶다. 그러던 와중에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흔히들 얘기하듯 한 번에 읽혔다. 이후에 감독님 만나고 나서, ‘같이 영화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수안이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영화 찍기 전부터 수안이는 내가 참 좋아하던 배우였다. 같이 하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수안이의 어떤 점이 좋은가?
수안이가 나온 영화를 거의 다 봤다. <차이나타운>부터 김태용 감독님이 참여하셨던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까지.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어서 처음에는 무슨 생각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무슨 생각하는지 따라 하고 싶으니까. 그랬더니 ‘무생각’ 이러더라. 그래서 ‘그치? 자 뛰자.’하고 액션 들어가면 뛰었다. 쉴 때는 영락없는 아이여서, 같이 점토로 별 만들면서 놀고 그랬다.

마동석과 케미가 의외로 괜찮았다.
우리가 계속 주입하고 있는 중이다. 기사가 하도 많이 나가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걸려들었다.(웃음) 현장에서는 감성과 이성을 컨트롤 하는 게 중요하다. 연기에는 감성이 필요하지만 영화는 이성적으로 찍어야 한다. 저마다 원하는 게 다를 수 있지만, 공동의 목표를 보고 달려가야 한다. 마동석 선배님 때문에 정서를 나누는 것이 가능 했던 것 같다.

임신 분장은 어떻게 했나.
특수 분장 팀에서 실제 모양과 똑 같은 것을 만들어 주셨다. 무거운 것 하나와 가벼운 것 하나 두 개가 있었는데 처음엔 무거운 걸로 했었다. 실제로 느껴보고 싶어서. 그러다 촬영 막바지가 돼서 가벼운 걸로 바꿨는데 그게 훨씬 나았다. 진작 이걸로 할걸.(웃음) 가벼운 게 뛸 때도 신경이 덜 쓰이고 안정감 있더라.

아무래도 체력적인 소모가 있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다. <부산행> 전에 드라마를 찍었는데 드라마가 훨씬 힘들다. 좀비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지, 이번 역할은 ‘꿀보직’이다. 뛰는 건 하나도 안 힘들다. 열 번, 스무 번도 더 할 수 있다.
실제 좀비를 만나면 그렇게 도망갈 것 같은가?
그렇다. 그런데 혼자 도망가진 않을 것 같다. 혼자 살아남아 살게 된다면 재미 없을 것 같다. 혼자 살아서 뭐하나. 다 같이 살아남아야지. 나만 살아남는 건 싫다.

촬영장에서 좀비와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나?
좀비는 사실 상상으로 만들어 낸 것 아닌가. 듣도 보도 못한 괴물이다. 촬영장에서는 같이 있다 보니 그래도 익숙했는데, 방심하다가 화장실 앞에서 마주치면 정말 깜짝 놀랐다. (웃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촬영장과 연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늘 재미있나?
왔다 갔다 한다. 언제나 좋지는 않고, 사람인지라 감당이 안 될 때도 있다. 남들이 보기엔 좋아 보이던 시절에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적잖이 생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부산행> 찍으면서 또 다시 감사하게 됐던 것 같다. 매일매일 촬영장 갈 때마다 감사하고 설렜다.

<부산행>이 어쩌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대중 분들이나 관계자는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내겐 의미가 남 다르긴 하다. 다시 데뷔하는 느낌도 든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산업 안에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있는데, 그 속에서 작은 사람인 내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 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준 영화다.

구체적으로 어떤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된건가.
학창시절부터 배우가 되고 싶긴 했지만 대단한 목표를 갖고 시작했던 건 아니다. 배우는 늘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겼다. 그 시선을 마냥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내 생각만 갖고 할 수도 없었다. 또 내 생각만 가지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도 안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들을 보내오면서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연기를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 동안 내가 한 것보다 많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그 평가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부산행>의 결말은 마음에 드나?
절망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오락성이나 시원하게 달려가는 액션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 개인적인 시선은 비극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말을 선택했다는 점이, 돈이 많이 들어간 대중 영화인 <부산행>이 해낸 다른 몫이라고 생각한다.

유아인, 공유 등 남자 배우들과 많이 친한 걸로 알려져 있다.
친한 사람이 많지는 않다. (웃음) 한 둘 정도.

공유 칭찬 좀 해달라.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그대로 나를 봐주는 것 같아서 고맙다. 공유, 유아인 둘한테는 항상 고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형식적으로 말 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드라마나 영화 계획 있나?
드라마는 자주 찍고 싶고, 영화는 가끔 찍고 싶다. 드라마에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기 보다 매일 일할 수 있어서 좋다.

일이 그렇게 재밌나?
항상 재밌진 않다. (웃음) 일부러 쉬려고 쉰 건 아닌데 너무 오래 쉬었다. 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세라세라’라는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드라마 찍는 게 겁나고, 밤샘 촬영도 무서웠는데, ‘케세라세라’를 만난 이후에는 드라마도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영화와 드라마 각각의 매력이 다른가?
연기를 하는 내 마음은 똑같다. 시스템이 다른 건 있다. 드라마를 찍다가 이번에 <부산행> 찍으니까 시간이 너무 안 가더라. 빨리 찍어야 될 것 같은데 두 시간 있다가 오라고 하고. 처음에는 속이 터지다가 나중에는 편해졌다. (웃음)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론시사회 끝났을 때? (웃음) 제작발표회, 언론 시사회 같은 자리를 워낙 힘들어한다. 최근에 네이버 생방송 끝났을 때도 한 고비 넘은 듯 행복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고 하는 일을 즐기지 못한다. 옆을 보거나 멍 때리고 하면서 빨리 끝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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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매니지먼트 숲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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