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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용기 내도 돼, 지현우! <살인소설> 지현우

2018년 4월 27일 금요일 | 박꽃 기자

[무비스트=박꽃 기자]
음악 잘 하고, 연기에 진중하고, 훤칠한 키에 훈훈한 외모까지 갖췄다. 드라마 <올드 미스 다이어리>(2004~2005)의 원조 연하남으로 로맨틱 코미디 분야를 접수하고, 드라마 <송곳>(2015)으로 우리나라 노동문제에 대한 통찰을 멋들어지게 전달한 지현우다. 요란스럽지는 않아도 차분히 제 빛깔을 발산하던 그가 최근 들어 조금 주눅 든 듯한 느낌이라면, 쓸데없는 조바심일까. 늦은 군대 경험 때문인지, 나이 앞자리가 바뀐 걸 실감하는 탓인지 행동 하나, 말 하나에 부쩍 조심하는 모습이다. 그런 변화가 나쁜 건 아니지만, 경솔하지 않은 선에서 자유분방하던 지난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는 건 어째서일까. 그 와중에 반가운 역할, 모처럼 만의 스크린 복귀작 <살인소설>에서 보여준 속내 모를 소설가다. 누가 봐도 ‘구라’일 것 같은 이야기를 꽤 그럴싸하게 풀어내는 지현우의 천연덕스러운 입담이 어쩐지 반갑다. 비록 세상의 쓴맛은 좀 봤지만 마음속에 개구장이같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은 그에게 지금 필요한 말,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좀 더 용기 내도 돼, 지현우!

스릴러를 표방하는 <살인소설>은 사실 지역의 유력 정치인과 속내 모를 소설가 사이에 벌어지는 하룻밤 블랙 코미디다. 평소 좋아하는 장르인가.
<주유소 습격사건>(1999)처럼 하룻밤 안에 마치 계산된 듯 사건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유오성 선배가 갑자기 끝말잇기를 한다든가 얼토당토않은 ‘무대포’같은 행동을 하는데 그것도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된다.(웃음) <구타유발자들>(2006)나 <행오버>(2009~2013) 시리즈처럼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이 말도 안 될 정도로 과하게 확 치고 나가는 작품도 좋아하는 편이다. <살인소설>은 시골 사람들이 나누는 순박한 느낌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당신이 맡은 소설가 ‘순태’역은 무대포 같은 행동을 하진 않지만, 입 하나는 잘 턴다.(웃음)
소위 ‘아가리파이터’같은 역할이다.(하하하) 손에 낫만 들고 있을 뿐 중요한 건 입으로 다 해결한다.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 참 많이 생각했다. 감독님은 두 남자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주드 로 주연의 <추적>(2007) 같은 영화를 오마주했다고 들었다.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가프>(1982)나 일본 영화 <비밀>(1999)에서 따온 장면도 있다. 이해 안 되는 신을 이해하는 척 얼렁뚱땅 넘어가지 말자는 편이라, 적당히 계산적으로 연기하지 않고 진정성으로 임했다.
드라마 <송곳>(2015) 이후 정치, 사회적인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살인소설>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한 모양새다.
20대 땐 계속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했다. 당시에는 그런 장르가 워낙 많기도 했다. 서른 이후에는 사회문제 다룬 작품을 연달아 다섯 편 정도 했다. 드라마 <송곳> 이후 유독 그런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친구 부인들이 여자들은 그런 거 안 좋아한다고,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그런다.(웃음) 나도 가슴 아프고 무거운 분위기 작품을 계속하다 보니 이제는 밝은 연기를 하고 싶다.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 뭇 연상의 여인을 설레게 한 연하남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으니, 혹자는 최근 행보에 아쉬울 법도 하겠다.(웃음)
누나들과 특히 작품을 많이 했다. 예지원, 최강희, 이보영… 누나인 동시에 큰 선배들이다. 그땐 다른 사람을 챙길 여유가 없고 그저 내 연기만 잘 하면 됐던지라 몰랐는데, 내가 선배 입장이 돼 보니 그들에게 너무 고마운 점이 많았다는 걸 알겠더라.

예컨대.
음. 간혹 후배가 어려운 장면을 연기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과 맞닥뜨렸을 때 설명을 해줘야 한다. 요즘이 그런 선배 역할을 조금씩 소화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요즘 좋아하는 선배나 동료 배우가 있는지.
연기 잘 하는 선후배들이 너무 많다.(웃음) 어제도 드라마 <키스할까요>를 봤는데 감우성 선배는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 하나 싶더라.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출연한 이이경도 까부는 연기를 그렇게 잘 한다.

그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은 와중에, 배우로서 당신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웃음)
음.(웃음) 연기 잘 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 색에 잘 맞는 옷을 입는 데는 운도 필요하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때 그랬다. 당시에는 (예)지원이 누나가 연기한 30대 여자의 감성을 거의 몰랐다. 대본만 보고 있는 그대로 연기했을 뿐인데 정말 많은 팬이 좋아해 주셨다. 그땐 왜 날 좋아하지? 싶은 물음표가 마음속에 있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보니 저런 모습 때문에 좋아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좋은 작가와 감독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건 그야말로 내 복이다.

그 시절 연기를 한 번쯤 다시 보곤 하는가.
가끔은 본다.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후배들이 당돌하고 당차게 연기를 받아칠 때는 나도 그랬었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더 그렇다. 겁 없던 시절이 그립다.(웃음) 11살 차이 나는 지원이 누나의 연기 앞에서도 흔들리거나 놀라지 않고 덤덤하게 임했으니까.

날이 갈수록 연기하기가 더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예전에는 ‘정답은 이거’라는 식으로 연기했다. 내가 이 상황이라면 당연히 이 감정밖에 못 느낄 거라는 식이었다. 좋다, 싫다가 아주 명확했던 20대를 지내서 남들 눈에는 시건방지다거나 싹수없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느낀 게 꼭 정답은 아니겠구나 싶다.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온 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나이는 나보다 아홉 살 정도 어린 친구들이 군대 계급은 나보다 훨씬 높으니, 답답한 게 있어도 이야기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 안에서는 내가 밖에서 뭘 하고 왔는지 전혀 상관없다고 하니까…(웃음)

그룹 ‘더 넛츠’로 활동하면서 꽤 자유분방한 활동을 한 거로 기억하는데,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좀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집안이 레코드 가게를 운영할 때만 해도 앨범 한 장을 내면 200만장씩은 거뜬히 팔렸고, 팬이 아티스트를 따랐다. 그런데 지금은 아티스트가 팬에게 휘둘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모든 대중이 기자가 될 수 있으니, 연예인이 어디에서 뭘 하든 실시간으로 개인 정보가 알려진다. 한 번 잘못하면 어디에서 미사일이 우르르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웃음) 철없고 건방지게 구는 게 당연한 나이도 있을 수 있는 건데 말이다. 그런 분위기가 연예인의 색깔을 위축시키지 않나 싶다.

앨범을 낼 계획은 없나. ‘더 넛츠’의 ‘잔소리’같은 곡은 지금 들어도 참 좋다.
연기 활동을 함께 하면서 ‘더 넛츠’ 형들에게 피해 준 부분이 많다. 각자 직업활동을 하면서 밴드 일정까지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사람을 모으는 게 힘들다. 형이랑 같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쓴 가사가 너무 쪽팔려서 공개할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웃음) 이문세 노래처럼 훌륭한 가사를 보면 특히 그렇다. 20대 땐 ‘에이 이게 내 색깔이지 뭐’하고 그냥 저질렀는데…

에이! 좀 덜 망설여도 되지 않을까?(웃음)
그러니까 말이다. 겁이 많아진 건지, 생각이 많아진 건지 모르겠다. 그런 내 모습이 싫을 때도 있는데 어느 날 팬이 보낸 편지를 보고 울컥했다. “요즘 고민이 많다면서요?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 난 거래요”. 이 말을 메모해 두고 힘들 때마다 보고 있다.(하하하)

메모를 한다고.(웃음)
정말 힘들 때 도움이 된 글은 적어둔다. “도랑에 빠질 때마다 지혜가 하나씩 늘어난다” 같은 것들...(웃음) 가끔 대본을 필사하기도 한다. 작가가 그 글을 쓸 때의 느낌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말로 뱉어 버리면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연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들뜨지 않기 위해서라도 따라 쓴다.

요즘 영화는 좀 보는가.
<코코>(2017)를 보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OST ‘리멤버 미’를 들으며 너무 많이 울었다. 날 키워주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어느 순간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승에서 그를 기억하지 않으면 저승에서도 아예 사라진다는 내용에 마음이 좀 아팠다.

이런…
내가 <코코>를 보고 감동한 것처럼, 내 작품을 보고 누군가도 감동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어바웃 타임>(2013)처럼 시간을 거슬러가는 로맨스도 참 좋아한다.

곧 그런 작품과 만나게 되길 바란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큰 망설임 없이) 집에서 TV 볼 때. 요즘 어지간한 드라마는 전부 본방사수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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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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