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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힐링 영화 <변산> 김고은

2018년 7월 2일 월요일 | 박꽃 기자

[무비스트=박꽃 기자]

마음이 쉬어갈 만한 작품이 필요했다. 김고은이라는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킨 파격적인 데뷔작 <은교>(2012) 이후 그는 <차이나타운>(2014) <협녀: 칼의 기억>(2014),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 神-도깨비>(2016)까지 대체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에 골몰했다. 역할은 낯설고, 장르는 도전적이었다. 배우로서 보폭을 넓히고 싶었던 선택이긴 했지만, 스스로 말하길 ‘되돌아보면 무식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행군이었다고. 알게 모르게 지쳐왔을 그의 마음에 콕 들어박힌 이번 작품은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이다. 랩이 어우러진 음악 영화의 기틀 안에서 또래 배우들과 고향 친구 사이를 연기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해지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 이 배역이라면 힐링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일까, 통통하게 살을 찌운 상태로 귀여운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김고은의 ‘선미’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변산>에서 고향을 지키는 ‘선미’역으로 출연한다. 영화를 선택한 계기는.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 神-도깨비>가 끝난 뒤 두 달 정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이준익 감독님께 <변산> 시나리오를 받았다. 주연이 박정민 선배라고 해서 ‘아, 이건 대박이다’하는 마음으로 신나게 참여하게 됐다.

워낙 크게 흥행한 드라마 이후 행보를 결정하는 만큼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의 나는 욕심을 부릴 만한 작품보다는 힐링이 될만한 작품을 바라고 있었다. 즐거운 내용을 기대하기도 했고 함께하는 배우들이 역할을 배분해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적절한 시기에 <변산>을 제안받은 것 같다.

조금 지쳐있었던 모양이다.
음… 혼자 짊어지는 역할을 맡을 때 받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엄청나다는 걸 이미 경험했기 때문인 것 같다. <변산>은 박정민 선배 말고도 많은 배우고 나온다. 같이 주고받으며 즐기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박정민 배우와의 호흡도 좋지만, 당신의 아버지 역할로 분한 정규수 배우와 상당히 ‘쿵짝’이 잘 맞더라.
정규수 선생님이 애드립을 많이 준비해 오셨다. 나는 기본적으로 대본을 최우선으로 연기하는 편이라 주로 선생님이 던지는 애드립을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내는 데서 큰 희열을 느꼈다. ‘아 이번 건 괜찮았다!’ 하면서 말이다.(웃음) 그런 면에서 선생님과 잘 맞았다.

애드립으로 완성된 장면이 있는가.
극 중 ‘선미’가 아버지께 “하루에 똥은 세 번만 싸쇼!” 하는 대사가 있다. 시나리오에서는 그게 끝이다. 영화에서 그 이후 등장하는 모든 대사는 선생님의 애드립을 내가 받아 친 부분이다.(웃음)

<변산> 중에서 가장 큰 웃음을 끌어낸 장면이 애드립이었다니, 놀랍다.(웃음)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즐거웠겠다.
<차이나타운>을 찍을 때도 현장만큼은 참 재미있었다. 이렇게 심각한 영화를 웃으면서 찍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압박감이 없었던 건 아니다. 현장에 있는 감독, 배우, 스태프는 그 작품이 주는 분위기를 분명히 느끼게 마련이다. 심각한 감정을 많이 소화해야 하는 작품을 촬영할 때는 현장을 벗어나 있는 순간에도 그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일 찍을 장면이 부담스러우면 밥이 잘 안 넘어간다든가…(웃음) <변산>에서는 그런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배우도 대부분 또래였고 지방에서 함께 촬영하며 워낙 유쾌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에너지와 행복감을 느꼈다. 힐링의 현장이었다.

살을 찌워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고. 그 또한 행복했겠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다음날 부어도 상관없고, 심지어 부은 게 더 좋은 역할이었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살이 좀 빠지는 것 같으면 다들 한 마디씩 던지고 간다. “어! (살찌우는 데) 좀 소홀하다! 집중을 안 하네!”(웃음) 덕분에 밤늦게 술도 많이 마셨다. 그런 게 가능했던 촬영 현장은 거의 처음이었다. 술과 안주를 같이 먹으면 정말 다이어트는 끝장인데 그걸 마음껏 했다.

그 이야기를 하는 지금의 표정까지도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
촬영지였던 무안에 맛집이 정말 많다. 그쪽에 가면 꼭 민물 메기 매운탕을 먹어야 한다. 매운탕 위에 작은 새우들이 깔려있는데 내가 먹어본 매운탕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뭐 그것뿐만 아니라 모든 게…(웃음)

먹는 얘기를 하면 끝이 없겠다. 살을 다시 빼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
하… 정말 우울감이 너무 컸다. 갑자기 늘어난 살은 빨리 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서 두 달 동안 식단을 짜 생활했는데 많이 슬펐다. 이제까지 마음껏 먹으라더니 갑자기 거의 모든 음식을 못 먹게 되니까… 대체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되더라.(웃음) 넌 지금 행복하냐? 아니, 안 행복하다!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또 살을 찌우는 역할을 제안받는다면 또 할 거다. 저 다 할 수 있습니다. (웃음)

이준익 감독은 당신의 연기에 거의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 특히 코믹 연기는 거의 일임했다고.
이준익 감독님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에게 그렇게 대해 주신다. 거기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웃음) 그렇다고 무책임하신 건 아니고, 배우가 연기하는 걸 지켜보다가 본인 생각과 많이 다르거나 전체 흐름과 이질적일 때만 디렉션을 하는 쪽에 가깝다. 배역을 가장 잘 아는 건 배우 본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선미’ 캐릭터에 당신 모습이 어느 정도 녹아들었을 수밖에 없겠다.
그런 지점도 분명히 있을 거다. 하지만 선미처럼 ‘값나가게는 살지 못해도 후지게는 살지 말어라’ 같은 멋있는 말을 하지는 못한다.(웃음) 정말 친한 친구에게 내 의견을 말할 때는 직언보다는 돌려서 표현한다.

<변산>을 통해서 차분하고 어른스러우면서도 상당히 귀여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본다. 데뷔작 <은교>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까닭에, 다들 그 이후 당신이 새롭게 보여줄 모습이 어떤 걸지 궁금해했다. 기대 이상으로 여러 얼굴을 선보이고 있는 것 같다.
<협녀: 칼의 기억> 때까지만 해도 인터뷰할 때마다 늘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은교>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 않으냐고 말이다. 하지만 대표작이 있다는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내가 맡은 모든 역할에서 <은교>가 떠오른다면 내가 잘못 가고 있는 거겠지만 그렇진 않은 것 같다.(웃음)

맞는 말이다.
<은교>를 촬영한 게 21살이다. 21살짜리의 경험이 다양하면 얼마나 다양했겠는가. 나도 그걸 알아서 단기간에 많은 걸 경험하고 그것들을 배역에 몰아넣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후에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보다는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을 택했다. 그러고 나면 배우로서 조금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약간은 무식해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강행군이)었지만… 편하게 느껴지는 역할은 선택하지 않았다.

당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역할은 어떤 것이었나.
음… 예컨대 현실의 나와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는 밝은 분위기의 로맨스물 같은 것들이었다.

그 대신 <차이나타운>이나 <협녀: 칼의 기억> 등 누아르와 액션 시대극을 선택한 거로 이해하면 되겠다.
맞는 것 같다. 여러모로 도움이 된 선택인 것 같다. 그 덕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배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감사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운이 좋았다.

최근에 본 영화 중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면.
<버닝>(2018)이 참 좋았다. 배우의 연기와 음악 모두 훌륭했다. 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그 속으로 계속 파고 들어가는 성향이라 작품을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가씨>(2016)의 김태리는 물론이고 <버닝>의 전종서까지 다소 파격적인 데뷔작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들에게 ‘제2의 김고은’이라는 호칭이 따라붙곤 한다. 부담스럽지 않은가.
‘제2의 김고은’이라는 말은 제발 그만 써줬으면 좋겠다.(웃음) 배우로서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 이제 처음 관객과 만났을 뿐이다. 첫 작품에서 큰 역할을 맡았을 때 받아야만 하는 압박감을 나도 경험해봤다. 그걸 잘 이겨내고 많은 주목을 받을 만큼 연기를 잘 해내신 분들이다. 다들 정말 대단하다. 늘 응원한다.

그 마음 왠지 이해할 것 같다.(웃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요즘 하는 생각은 그렇다. 프로란 무엇인가.(웃음)

(웃음) 답은 내렸는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어릴 때 데뷔해서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좋은 배우가 되려면 내가 하는 연기를 보고 공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백날 인터뷰에서 이러쿵저러쿵 설명해봤자 작품을 본 관객이 그 뜻에 공감하지 못하면 쓸데없는 짓을 한 것 아니겠나.

목표한 바대로 잘 걸어가길 바란다.(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다 같이 지방으로 <변산> 무대인사를 갔는데 그날이 마침 월드컵 한국 대 멕시코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한 방에 모여서 맥주를 마시면서 응원했다. 행복했다. 재미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건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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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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