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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고향 영화제 꼭 지켜나가고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박정숙 총감독

2019년 8월 23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동물과 생태, 도시, 시민 세 요소를 조화롭게
-자원과 인간의 가치 환기
-국내 유일 ‘동물’ 영화제, 유일무이 특이한 운영 체계
-지역주민과 영화인을 잇는 가교, 오작교를 자처
-순천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고향 영화제 꼭 지켜나가고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이하 영화제)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올해 특징을 꼽는다면.
작년에 처음 영화제를 맡았을 때 느낀 게 6회째임에도 영화제로서 갖춰야 할 면모가 부족하다는 거였다. 영화제로 내실을 다지는 작업이 우선이었고 그 결과 올해는 단편영화 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또 ‘동물’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강렬하게 일반에게 다가가 영화제를 즐길 대상을 특정 집단에 국한하는 경향이 있더라. 주제를 확장할 필요를 느껴 ‘함께’의 대상에 동물은 물론 자연과 생태를 포함했다.

단순하게 범위의 확장만이 아니라 내적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순천은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천연의 습지 등을 보유한 그야말로 생태 도시다.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지역인들이 오랜 시간 지키고 가꿔온 결과물이다. 어느 순간 순천만이라는 관광지만 부각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시민들의 노력은 잊혀지고 있는 듯하다. 순천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동시에 지역 시민이 자기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를 바랐다. 아직까지 영화제가 이목구비는 예쁜데 전체적으로 균형이 안 맞는 얼굴 같은 느낌이다. 동물과 생태, 시민, 도시 세 요소를 조화롭게 아울러 자원과 인간의 가치를 환기하고자 했다.

사실 ‘동물’ 영화의 범위가 애매한 부분도 있다. 영화 수급에 애로는 없나. 또 작품 선정에 있어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
비슷한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동물이 나오면 다 동물 영화냐면서 말이다. 영화 수급문제가 주제의 확장하는 데 크진 않아도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을 주제로 한 영화라 하면 유기 동물이 많은 현실로 인해 이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룬다. 이런 무겁고 비참한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위주로 상영한다면 영화제가 자칫 과도하게 무겁게 흐를 수 있다. 때문에 상영작 선정에 있어 장르와 분위기가 각기 다른 작품 사이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환경과 생태는 이미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다루고 있다. 대상과 주제의 확장이 자칫 영화제가 지닌 ‘동물’이라는 독특한 고유성을 희석한다는 시선도 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환경에서 시작해 올해는 동물 섹션이 강화됐다고 들었다. 반대로 우린 동물에서 시작해 생태와 자연으로 그 범위를 넓혔는데 일단 출발점이 다르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우린 ‘순천’에서 개최한다는 것, 공간의 차별성이다. 가령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원한 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전통문화와 먹거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순천이라는 도시가 지닌 힘이 있다. 공장지대가 없어 청명한 하늘과 낮은 구름 등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자연환경을 지녔고 그게 우리의 힘이다.

올해 영화제 상영작 수는. 또 작년을 기준으로 영화제를 방문하는 관객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올해는 22개국 70여 편의 영화가 무료로 상연된다. 작년엔 3만 명 정도가 영화제를 방문했는데 올해는 국가정원에서 야외 상영이 있어 아마도 더 증가할 거라고 본다. 또 견주와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강아지 수영장을 마련했다.

상설운영위원회 없이 영화제가 운영된다는 게 특이하다. 일각에선 관의 개입이 많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4월에 사무국을 꾸려 영화제를 치른 후 12월까지 마무리하고 해산하는 시스템이다. 좀 이상하지? ‘동물’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영화제인데 유일무이 특이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웃음) 사실 4월에 사무실을 열어 8월에 영화제를 치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해외 게스트 한 명 제대로 초청할 시간이 없으니 말이다. 관이 영화제에 내용적으로 개입하는 부분은 없다. 다만 예산 집행 등이 영화제 사무국과 순천시, 이렇게 이원화돼 있다 보니 이래저래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구조적인 문제인데 다행히 올해 영화제 이후 상설운영위원회 구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시장님이 약속하셨고, 기대하고 있다.

영화제 총 예산 규모는.
공식적으로 7억 7천만 원이고 이 중 사무국이 2억 5천만 원을, 나머지는 시에서 직접 집행한다. 말했다시피 이런 이원화 구조로 인해 이것저것 챙겨야 할 서류와 서식이 너~무 많다.

영화제의 면모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단편 경쟁 섹션 진행 상황은.
총 75편이 지원했는데, 주제를 생태와 자연으로 한정했음에도 처음치고는 꽤 만족스러운 수치다. 그중 예선을 거쳐 10편을 선정했고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심사를 거쳐 대상, 심사위원상, 우수상 세 편을 수상한다. 상금은 총 천만 원 규모다.

작년 가수 구하라에 이어 올해는 가수 겸 배우인 김준면이 홍보대사를 맡았다. 홍보대사 선정 기준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더라. (웃음)
영화계와 연관 있고, 영화제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분을 우선 대상으로 한다. 우리가 인지도가 높지 않다 보니 거절도 많이 당한다. 꼭 젊은 세대를 고집하는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2년 연속 그렇게 됐다. 김준면 배우가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 ‘수호’로 유명하지만, <여중생 A>(2018), <글로리데이>(2016) 등 영화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번에 흔쾌히 맡아줘 고맙고 영화제 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행운이었다.

공식적인 추천작으로 <푸른 심장>, <알바트로스>,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꼽았다. 이외 또 다른 추천작이 있다면.
<줄리어 오커의 Animanimals 시리즈> 다. 독일 감독 줄리어 오커의 단편 7편(펭귄, 플라밍고, 곰,뱀, 공작, 지렁이, 불도롱뇽)을 모은 영화다. 편당 짧고 대사도 거의 없는데 아이들과 부모님이 배꼽 잡고 본다. 이 단편을 보고 나면 동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다. 즐겁고, 웃긴데 교훈도 있다! 작년에 얼룩말 편을 봤는데, 자신의 얼룩무늬가 싫었던 얼룩말이 기도로 얼룩무늬가 사라진 후, 다시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다시 보고 싶을 정도다. (웃음)

아, 얼룩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특별전도 많던데..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언더독>(2019) 등을 연출했고, 올 영화제의 트레일러를 맡아 주신 오성윤 감독 특별전을 마련했다. 그가 기획한 <아기 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1996)을 순천만국가정원잔디마당에서 즐길 수 있다. 시원한 저녁 야외에서 가족과 함께 보는 둘리라니! 돗자리를 쫙 깔아 놨으니 소풍처럼 즐기면 좋겠다.

향후 영화제 로드맵 혹은 개인적 포부는.
서울에서 다큐멘터리를 작업해왔지만, 사실 순천 출신이다. 영화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태에서 맡았는데 고향의 영화제를 지켜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영화제만이 갖는 낭만과 지적 풍요로움이 있지 않나. 순천이 그것을 향유했으면 하거든. 영화제를 치러본 경험이 없으니 처음에는 전문가 투입이 필요하겠지만, 지역의 인재와 함께 사무국을 꾸리고 가꿔 나가고 싶은 마음이 다. 다행히 올해는 지역 친구들을 여럿 뽑아 함께 준비했다. 영화제는 축제와 같다. 위로받을 수 있는 많은 영화와 음악과 춤으로 꽉 찬, 신나게 놀 수 있는 잔치로 만들고 싶다.

서울 은평구에서 동네영화제를 7년 정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주민들이 편한 복장으로 와서 영화 보고, 영화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매우 즐기는 모습이더라. 아무래도 지방은 서울보다 영화인을 만날 기회가 없고, 또 영화인 입장에서도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으니 휴식처럼 영화제를 찾아 쉬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영화인과 지역 주민 간의 가교라고 할까.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그렇게 행복한 영화제를 실현하려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영화제와는 직접 연관 없지만, 그간 작업했던 다큐멘터리에 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철도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임신과 출산 등 이야기를 담은 <소금: 철도 여성 노동자 이야기>(2003), 소록도에 사는 한 할머니의 삶을 여자의 삶 측면에서 바라본 <동백 아가씨>(2006), 마산 수출자유지역에서 일하던 20대 초반 여공이 전체 해고당한 후 그들이 40대가 되기까지 20년의 세월을 담은 <첫사랑 1989, 수미다의 기억>(2010)이 있다. 의식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모두 여성 중심이더라. 다큐멘터리를 다시 찍고 싶고, 요즘엔 극영화에도 관심이 있는데 영화제에 매이다 보니…(웃음)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_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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