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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사치 아닌 삶 그 자체 <이타미 준의 바다> 정다운 감독, 김종신 프로듀서

2019년 8월 26일 월요일 | 박꽃 기자

[무비스트=박꽃 기자]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축은 자연과 건물의 매끄러운 조화로 시선을 끌어들인다. 공간과 사람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설계된 각각의 특별함을 아는 순간 그 정성스러움에 홀연히 매료된다. 획일화된 아파트에서 자라고 그것을 갈망하게 되는 삶에 의문을 품어본 적 없는 세대에게는 일종의 신세계다. 사람이 머무는 공간은 본래 다채로운 것이고 누가 짓고 어떤 이가 머무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극적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건축적 세계관은, 톱니바퀴의 톱니처럼 굴러가는 이들의 삶에 풍요로운 쉼표를 찍는다.

동시에 복잡해지는 심경은, 이타미 준의 특별한 건축이 현대의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사치가 아닌가 하는 물음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비싼 땅 위에 짓는 이와 살아가는 이의 개성을 아로새긴 건물을 지어 올리고 싶다는 욕구가 얼마나 ‘값비싼 상상력’인지 생각할 때, 이따금 관객은 착잡한 심정이 된다. 원하지만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에 관한 의구심. 그러나 <이타미 준의 바다>의 정다운 감독과 김종신 프로듀서는 그 의구심 앞에서 어쩐지 흐뭇해진다. 자신들의 건축 영화를 보고 누군가가 어떤 생각을 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의미 있는 일이라는 듯.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의 건축과 삶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로 어느새 1만 관객을 모았다. 약 8년의 세월을 들여 만든 영화는 그의 건축관을 정성스럽게 드러낸다. 정작 살아생전의 그를 만나본 적은 없다고 들었는데.

정다운 감독(이하 ‘정’):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의 예술세계와는 충분히 교감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기에게 철저하면서도 타인에게 인자했다. 무엇보다 정말로 한국을 사랑했다. 2011년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수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건 그의 작품을 통해 내가 느끼고 상상한 지점을 확인받는 과정이기도 했다. 종종 예술 세계와 사적인 삶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 분들도 있지 않은가. 이타미 준에게는 단 한 번도 (내 기대를) 부정당한 경험이 없다.


유동룡의 가족과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 등 그의 주변인을 충실하게 인터뷰했다. 실제 건축물을 비추는 입체적인 영상에 그가 직접 쓴 글을 내레이션으로 더하면서 한 건축가의 삶을 풍성하게 망라했다는 생각이다.

김종신 프로듀서(이하 ‘김’): 또 다른 건축 영화 <안도 타다오>(2015)는 본인이 직접 등장해 자기 건축에 관해 말한다. 그런 면에서 <이타미 준의 바다>는 주인공이 부재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일단 관객이 이타미 준의 건축을 충분히 느끼게 한 다음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건축을 통해 건축가를 보여주고 최종적으로는 관객이 그의 세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정: 그러나 연대기 형식은 아니다. 이런 상을 받았으니 훌륭하다는 말을 하지도 않는다. 감독의 프리즘을 통해 구축한 이타미 준의 세계가 보는 이의 시간으로 들어가 그들의 사고 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바랐다. 그의 마스터피스를 접하고, 그의 고독을 느끼고, 그의 한국을 향한 애정을 바라보면서 가장 마지막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으면 했다.


영화에는 그의 이방인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그는 도쿄에서 태어나 시미즈에서 자랐지만 평생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았다. 자주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했지만 ‘이타미 준’이라는 예명을 썼다. 영원히 어디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한 재일교포의 고독이 곳곳에 묻어난다.

정: 물론 그는 재일교포이고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띤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누구나 어쩔 수 없는 고독감이 있고, 이타미 준은 그런 존재론적 고독감을 잘 이해한 사람이라고 본다. 그 앞에서 인간이 너무나 약해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럼에도 굉장히 따뜻한 시선과 애정을 품고 예술을 했다.

김: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건축가와 달리 이타미 준에게는 다소 엄격한 잣대가 주어졌다. 영화에 ‘왜색’이라는 단어도 등장하지 않나. (기자 주: 이타미 준이 1975년 건축한 현 온양민속박물관 신관은 당시 ‘왜색’ 논란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이타미 준은 그런 상황을 뛰어넘어 예술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유동룡은 제주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일본 시즈오카현의 바다마을에서 자란 유동룡에게 제주 풍경이 낯익었기 때문일까.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포도호텔 등 제주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맥락에 걸맞은 여러 건축물을 지었다.

김: 내 고향이 제주인데, 시미즈 풍광을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산과 바다, 귤밭, 녹차 밭까지 제주와 정말 똑같다고 생각했다. 이타미 준은 본적은 경남 거창이지만 아마도 제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이 모국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한다.

정: 이제는 제주를 가장 잘 표현하는 건축가가 이타미 준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떤 유명한 외국 건축가보다 제주에 애정을 갖고 접근한 사람이다.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마음의 고향처럼 여겼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과 풍요로움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의 역사에 특화되고 주변 풍광과 조화하는 그토록 특별한 거주 공간은, 현대의 이곳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지나친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파트 키즈’로 자란 세대에게는 손에 쥘 수는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까.

김: 이타미 준 하면 부자들을 위한 건축을 했던 사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타미 준이 설계한 골프장이나 값비싼 호텔이 일반 시민의 삶과 그렇게 관련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웃음) 그래서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부분에 시즈오카에 있는 불고기 집 ‘주주’를 배치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축이 뭐냐고 하면 우리는 ‘주주’를 가장 먼저 꼽는다.

정: 반대로 이런 질문도 하고 싶다. 왜 자기 공간을 아파트에만 한정시켜야 하나. 우리는 어느 순간이든 어떤 공간에 있다. 학교, 운동장,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건축은 곧 부동산이자 돈이고, 공간은 평수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아이들이 그렇게 교육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너무나 슬프다.

김: 이런 상황에서는 공공 건축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심지어는 ‘서울로’ 같은 길까지도 잘 만들어야 한다. 젊은 세대가 공간에 관한 관심이 많다는 걸 느끼곤 한다. 그들은 왜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공부를 하느냐고들 하는데, 추측해보면 자기가 가진 공간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커피값을 지불하고 쾌적한 공간을 사는 거다.



그럼에도 획일화된 공간에 의문을 품게 한다는 점에서 <이타미 준의 바다>는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거로 본다. 잘 짜인 공간을 추구할 때 누군가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젊은 분들이 영화제 시작 전 우리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전주를 방문한 우리를 붙잡고 영화가 너무 좋았다고 말하더라. 젊은 분들이 그런 말을 전해주면 우리가 더 고맙다. 이타미 준이라는 사람을 알게 돼 좋았고, 그가 만든 공간에 가보고 싶다고 말할 때 보람 있다.

정: 이 영화로 위로받았다고 말해줘 참 좋았다.


오늘(21일)부터 제주에서도 영화를 상영한다고.

정: 제주도의 며느리로서 아주 행복하다. 제주도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소위 ‘<어벤져스>만 트는 분위기’니까. 대박이 난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2012)도 처음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영관에서 시작했다.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데 다 똑같은 영화만 보는 건 슬픈 일 아닌가.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정: 아이들을 볼 때. 둘째가 첫째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줄 때. 정말로 너무나 신기하다.(웃음) 매번 작은 기적을 보고 있다.

김: (끄덕끄덕).



사진 제공_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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