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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지키는 연기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2019년 9월 4일 수요일 | 박꽃 기자

[무비스트=박꽃 기자]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와 <봄밤>(2019),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2019)을 연이어 선보인 정해인은 해로운 데 하나 없이 부드러운 남자의 얼굴로 배우 인생 상종가를 치는 중이다. 큰 사랑과 그보다 더 큰 관심을 자주 실감하지만, 일희일비하는 대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장인의 마음’으로 연기에 충실해지려 한다는 정해인을 만났다. 그는 그게 자기 자존감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후 곧장 드라마 <봄밤>을 선보였고 스크린에서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개봉한다. 연이어 세 편의 멜로 작품에 출연했다.
내가 멜로를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그만큼 (관계자들이) 나를 좋게 봐줬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세 작품은 모두 에너지가 다르다. 종종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질문받는데, 그럴 때는 참 낯설다. 연기를 20년 정도 해본 다음이면 모를까, 데뷔한 지 이제 6년이고 나이도 서른 둘 밖에 되지 않은 나에게 ‘선택’이라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전에는 “뭐든 써 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였다.(웃음)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안심되는 남자’의 얼굴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본다. 당신이 화면에 나오면 곁에 있는 여인에게 어떤 해도 입히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해 촬영팀과 조명팀 등 모든 스태프가 그대로인 채로 <봄밤>을 촬영했다. 환경 자체는 너무 편하고 익숙했지만, 우리만의 축제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양질의 연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늘 새로운 창작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어떤 경험이었나. 이번 기회로 <해피엔드>(1999) <은교>(2012) <4등>(2014) 등 장르를 크게 가리지 않으면서도 대중에 회자되는 작품을 만들어온 정지우 감독을 만났는데.
첫 만남에서 ‘해인 님’ 하고 부르시며 인사를 하시더라. 사실… 좀 불편했다.(웃음) 장난치시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중에야 모든 배우를 다 그렇게 부르신다는 걸 알았다. 배우 정해인뿐만 아니라 인간 정해인을 존중해주는 분이다. 이분과 함께하면 촬영장에서 행복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먼저 번호를 여쭙고 문자를 드렸다.


김고은과 함께한 연인 연기가 아련하고 사랑스럽더라. 90년대 중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향하는 시간을 따로 또 같이하며 순정 가득한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신인 때까지도 영화관에서 (김)고은 씨가 나오는 작품을 꽤 많이 봤다. 열심히 일해서 언젠가 작품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작품에 합류하기 전에 고은 씨가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들었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나 혼자 감회가 새로웠다. 함께 작업해보니 대단했다. 영화 속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성숙해지는 느낌을 표현하더라. 본인은 ‘그냥’ 했다고 하는데 화면으로 보니 다른 점이 확실히 느껴져서 많이 놀랐다.

당신이 연기한 ‘현우’는 어떤 인물인가.
대한민국에 사는 청년이다. 평범한 삶보다 조금은 못 한 인생을 살아간다. 청춘 하면 다들 건강함, 아름다움, 패기 같은 것을 연상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함과 우울함도 있지 않나. ‘현우’에게는 그런 감정이 다 녹아 있었다. 그걸 잘 표현하고 싶었다.

당신도 그런 불안함을 느낄 만한 시기가 있었나.
26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 원서를 넣기 시작하는 때다.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절대적으로 늦은 나이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고 오디션도 늘 치열했기 때문에 막연함이 컸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방송연예학과) 자퇴를 하고 다른 안정적인 일을 찾아야 하나? 그런 생각 때문에 준비 기간이 쉽지 않았다.

언론시사회 때 언급한 ‘자존감’과 관련이 있는 문제였겠다.
영화에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나오지는 않지만, 관련한 모습은 여러 번 등장한다.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를 만날 자신이 없는 ‘미수’(극 중 김고은)와 ‘현우’의 모습이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용기를 내고, 상대를 지켜주려고 노력한다.


자존감이 흔들릴 때 주로 어떻게 하는가.
자존감이 떨어질 때는 주로 연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가족한테 간다. 부모님과 동생이 내 자존감 지킴이다. 요즘에는 팬 분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준다. 흔들리거나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가족과 팬이 나를 지켜준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예매율로 증명되고 있다.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지.
이전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분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많은 분이 나를 찾아주고 소개해준다. 또 내가 나온 작품을 찾아보고 응원해준다. 팬카페 회원 수도 많이 늘었다. 나도 다 보고 있다.(웃음) 연기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 그럴수록 연기라는 본업을 충실히 하려고 한다. 나는 연기를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내든 시간을 투자하든 내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좋은 서비스가 뭔지 생각하면 결국 연기라는 본질이다. 연기만 잘해도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영화 <역모- 반란의 시대>(2016) 때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몇 작품 하지 못했던 신인 때도 당연히 책임감이 있었다. 그때는 작품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이 컸다. 지금은 작품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물론 자기 연기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리라고 본다. 조금씩은 아쉽고 후회도 남는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만큼 평가도 받기 때문에 비난 앞에 놓일 수도 있다. 지금은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되는 부분은 다음 작품에서 만회하려고 한다. 그렇게 계속 가는 거다.

다음 작품 계획은.
차기작 <시동>이 내년 상반기에 개봉한다. (기자 주: 염정아, 마동석, 박정민이 함께 출연한다) 욕하고 담배 피우며 오토바이를 타는 거친 캐릭터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정해인의 연기를 볼 수 있다.(웃음)

사진 제공_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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