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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을 발전시키는 것 역시 창작의 일환”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2019년 11월 27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천만 작가군의 든든한 뒷받침 하에 빠르게 성장 중
S#1(씬 원) 위탁 운영, 신입 작가의 안전한 스타트업 지원
부산 본점 이전으로 작가와 부산 경남 유수 인재 모두에 도움
극장과 배급 겸업 금지보다 제한으로, 비율 상한을 점차 낮춰 연착륙 유도
한일 관계와 욕망을 좇는 시류에 반응


회원수와 가입 방법 등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이하SGK)에 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2006년 친목 모임처럼 출범해 2015년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시나리오 표준계약서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법인화했다. 회원자격은 각본과 각색 통틀어 크레딧에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경험이 있으면 족하고 월회비는 1만 원이다. 현재 정회원 72명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조합의 목적과 운영 방식은.
정보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 직업 특성상 동료 작가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고 그러다 보면 고립되기 쉽다. 거주지에 따라 여섯 개의 지역구로 셀을 나눴고, 셀마다 조장 주도하에 독자적이고 정기적인 모임을 한다. 그곳에서 원고료, 계약 내용, 계약 대상에 대한 평판 등 여러 정보를 나눈다. 현재 황조윤(<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전철홍(<명량>, 2014), 유영아(<7번방의 선물>, 2012), 박수진(<국제시장>, 2014), 김휘(<해운대>, 2009) 천만 작가가 든든하게 협회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것만으로 업계가 살짝 긴장하고 함부로 말을 못하는 부분이 있다. 또 지역별로 이사를 뽑아 이사회를 운영한다.

경영 컨설턴트, 창투사(창업투자회사), CJ엔터테인먼트를 거쳐온 업력을 볼 때 SGK 대표 직함이 의외라면 의외다.
집안 분위기상 경영학을 전공해 직장 생활을 했지만 공허함이 있었다. 창업 투자 일을 하면서 영화 쪽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투자 결정을 위해 시나리오를 많이 읽다 한 번 써볼까 도전했는데 정말 희열이 느껴지더라. 정체성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내 코어는 작가다.

영화 <마이웨이>(2011) 각본을 썼다.
그때 작가로서 받는 부당함을 많이 겪기도 목격하기도 했다. 작가의 현실적 위상을 처절히 깨닫고 제도적 보호책을 찾아보니 전무하더라. 당시도 작가조합이 존재했으나 딱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첫 경험을 세게 한 후 투자사로 돌아갔는데 역시 영혼이 공허해져 다시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회사에서 일하며 익힌 스킬이 작가들 눈에 나름 신기하고 돋보였던지 회원들이 대표로 밀어줬다.

글을 쓰기 위해 돌아왔는데, 다시 행정적인 업무를 맡게 된 건가. (웃음)
작업에 방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도 하나의 창작(?) 활동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내 나름의 시나리오에 따라 작가조합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마음 정하니 편해지더라. 또 제대로 조합의 틀이 잡히면 나 역시 그 이익을 얻을 것 아닌가!

지난 6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성수동에 S#1(씬 원)을 개소, 시나리오 사업에 있어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섰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겠다.
현재 SGK가 위탁 운영 중이다. 영진위가 위탁 사업자 공고를 냈고 당시 제작자 조합과 감독 조합도 지원했으나 최종적으로 우리 손을 들어줬다.

조합의 역량을 인정받았나 보다. (웃음) 운영 현황은.
아직 초기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일단 작가들은 굉장히 반기고 있다. 멘토링과 수업 등 노련한 작가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인 데다 다른 경제 활동하지 않고 순수하게 글쓰기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달에 150만 원 6개월을 지원하니 말이다. 때문에 아카데미 입소를 희망하는 신입 작가 간에 경쟁률도 높다.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인터뷰, 리서치 등을 지원하고 대본이 완성되면 에이전시 연계와 제작사나 연출자 등과 비즈 매칭을 돕기도 한다. 통상 신입작가는 계약서의 허점을 알기 어렵기에 중간에서 저작권 보호 관련 법률 자문, 계약 조율 등 상처받지 않고 안전하게 업계에 진입하도록 돕고 있다.

향후 SGK 발전 계획은.
중요 계획 중 하나가 SGK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부산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가 올 초 본점을 이전할 경우 SGK 회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개발비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총회를 거쳐 이전을 확정했다. 본점을 따라 작가들의 작업실까지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영상위가 운영하는 영상벤처센터 내에 사무실을 개소하는 형식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작가는 사무실로 출퇴근할 수 있다.

또 영상위가 SGK 회원 작가 대상으로 20페이지 분량의 트리트먼트 공모를 받아 다섯 작품을 선발해 각 3천 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동일 작품으로 영상위와 영진위 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재원은 서로 겹쳐도 무방하거든.

부산에서 예정된 사업이 있다면.
내년부터 작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아카데미를 운영하려 한다. 또 부산 지역 영화학과들과도 산학협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즉 본사 이전을 통해 작가들이 원작 시나리오를 보유하도록 돕고, 부산 경남 지역의 유수한 인력들이 영화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거로 기대한다.

얼마 전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토론회에서 ‘기형적이고 자해적인 거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극장 운영과 배급업을 동시에 맡은 대기업이 배급업 쪽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열사 극장 운영에 이득을 안기는 영업 행태인데 현실적인 해법에 대한 견해는.
롯데시네마와 CGV 두 기업이 극장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배급업에서는 30%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높은 극장 운영에 이득을 안기는 쪽으로 영업 방향을 정한다. 쉽게 말해 티켓값 분배에 있어 배급사의 몫을 늘리자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거다. 예전에 동반성장협의회 등을 통해 극장과 배급사가 모여 금기 사항을 약속했으나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유화적인 방법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법으로 강제할 수밖에 없는데 도종환, 안철수 의원이 발의한 ‘상영과 배급 겸업 금지’ 법안이 현재 계류 중이다. 대기업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우리도 완전 금지보다 제한 쪽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냐 배급이냐 명확히 포지션을 밝히고, 겸업 비율의 상한을 정해 시간을 두고 점차 낮춰 가면서 연착륙시키자는 거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작가적 기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가 있겠으니 일단 예민함이라고 본다. 일반인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것을 작가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그 때문에 상처받고, 그 상처나 분노를 원천 삼아 글로 재현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대체로 이런 패턴을 지닌 것 같다. 그렇기에 제작자가 작가를 고용할 때 그가 트라우마를 가진 부분 즉 어떤 예민함을 지녔는지 파악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가령 정치 드라마를 쓴다고 할 때 위선, 불의, 범법 등 분노 포인트가 미묘하게 다르다. 제대로 간파해야 영혼이 담긴 글이 나올 수 있다. 흔한 말로 궁합이 맞아야 하는 거지.

당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야는.
성찰하는 과정인데 첫 작품을 생각해 보자면 발전적인 한일관계다. 일본을 아주 못된 존재로 교육받았기에 고등학교 때까지 일본에 대한 분노가 컸었다. 대학 입학 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해적판이나마 접했고, 그 아름다움에 충격받았다. 역사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론 음악, 영화, 만화 등 일본 대중문화를 즐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들여다보고, 진단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라.

영화계에 들어온 후에는 욕망을 선택하면서도 최소한의 부끄럼도 없는 모습이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흔히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반문하지만, 사회가 존재하기에 그 안에서 개인의 행복이 가능할 것이다.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목적을 희생한 혹은 맹목적인 욕망을 당연시한다면 사회 전체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당신을 사로잡은 주제는 무엇인가.
돌고 돌아 다시 한일 관계다. <마이웨이>를 만든 시기가 절묘했던 게 당시 일본 최초 민주당이 집권당이 됐었다. 라이벌로 시작해 전쟁을 거치며 서로에게 의지의 존재로 거듭나는 두 친구를 통해 한국과 일본 사회 모두에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킬 거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본 입장이 날아가고 철저히 한국 입장에서 각색돼 지금도 아쉬움이 크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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