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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 있는 배우, 섬세한 개인 <카센타> 조은지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 박꽃 기자

[무비스트=박꽃 기자]

<카센타>를 보다가 극 중 남편 ‘재구’(박용우)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격한 몸싸움 장면을 시원하게 소화하는 조은지의 연기에 “역시” 소리가 나왔다면, 오랫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한 그가 조금씩 보여준 강단 있는 역할이 기억 곳곳에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과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을 거쳐 <악녀>(2017)와 신작 <카센타>까지 조은지는 상대를 제압할 만한 모종의 기운이 느껴지는 얼굴을 드러냈다. 부끄러움이 많고 쉽게 어색해지는 내향적인 성품이라는 그의 고백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건 거침없는 역할을 마치 제 옷처럼 소화해낸 지난 경력 덕분이다. 좀 더 기대해볼 만한 점, 그가 섬세한 개인이자 연출자로서 제 역량을 드러낼 장편 영화 <입술은 안돼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하윤재 감독의 블랙코미디 <카센타>에 ‘순영’역으로 출연해 열연한 이야기부터 류승룡, 오나라 주연의 장편 영화 <입술은 안돼요>의 감독 역을 맡아 촬영을 마친 경험까지 두루 들어본다.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카센타>는 지방의 허름한 카센타에서 살림과 밥벌이를 하는 부부 ‘순영’과 ‘재구’의 이야기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낡은 옷을 입고 인형 눈을 붙이는 ‘순영’은 이미 가난에 질려있다. 그러나 남편 ‘재구’가 남의 차에 ‘빵꾸’를 내고 고쳐주는 모습을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돈의 맛을 안 ‘순영’은 욕망을 점점 쌓는다. 그 모습이 사실적으로 다가왔고 공감됐다. 돈이 생기면 생활이 더 윤택해지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나. 시나리오가 그걸 명확한 그림으로 보여줬다. ‘순영’은 처음에는 남편을 만류한다. 하지만 그에게 돈을 받고 또 받으면서 자꾸만 변화한다. 인물이 좋은 쪽으로만 성장하는 것보다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누구든지 내면에 존재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순영’과 ‘재구’ 부부의 전사는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서울에서 살다가 친정이 있는 지역으로 내려왔지만 가난하고 굴욕적인 삶은 변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빈털터리가 돼서 그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친정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카센타에서 살게 된다. 다만 그 전사가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관객으로서는 (앞뒤 사정을) 좀 더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것까지는 보여주지 않는 감독님의 결이 좋았다. 감독님은 색깔이 명확한 분이고, (연출에서도) 포인트만 딱 짚는다. 같은 이유로 내가 ‘순영’이라는 캐릭터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당초 당신과 박용우가 짝을 이루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전혀 다르다. 극심한 빈부 격차 속에서 생존을 도모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흐름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예고편에 재미있는 장면만 나오더라. 범죄를 선택해서라도 먹고 살기 위한 부부의 짠내나는 고군분투 자체는 코미디 요소지만, 막상 관객은 무겁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의 메시지는 인물이 보여주는 심리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나였던 두 인물은 (결국) 갈라선다. ‘재구’는 양심의 가책을 받지만 ‘순영’은 그렇지 않다. 관객이 어느 쪽을 따라가느냐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도 다를 것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그런 메시지가 잘 드러난다. 돈을 향한 욕망으로 빨려드는 ‘순영’과 이제 그만 부끄러운 삶을 멈추려는 ‘재구’는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인다.
(감정이 격해져) 호흡이 힘들었다. “지렁이 하나 박아서 될 일이 아니야” 같은 대사를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워서 여러 번에 걸쳐 촬영했다. (기자 주: ‘지렁이’는 자동차 바퀴에 난 구멍을 메울 때 사용하는 용품의 속칭이다. 극 중 ‘순영’과 ‘재구’ 부부의 서사와 맞물린 상징적인 단어로 쓰였다.)

그 신을 보다가 박용우의 머리카락이 괜찮을지… 걱정이 되더라.(웃음)
첫 번째 테이크에서는 (박용우의 머리채를 잡는 게) 조심스러워서 약하게 연기했는데 그게 더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두 번째 테이크부터는 온 힘을 다해서 머리를 잡았다. 내가 너무 심하게 한 나머지 어떤 테이크에서는 그의 목이 꺾였더라.(웃음) 아무튼 그 신을 촬영할 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다. 힘들었다.


아주 강단 있게 연기했다는 생각이다. 배우 생활을 해오는 동안 비슷한 종류의 단단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악녀>(2017)에서 보여준 ‘김선’ 캐릭터도 그렇지 않았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개성 있고 거침없는 연기를 한 후로 계속해서 비슷한 역할이 들어왔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에도 (양상이) 비슷했다. 그런 역할을 너무 잘해서라기에는 민망하고.(웃음) 아마 누군가가 나에게 역할을 줄 때 (검증되지 않은 역할을 맡기는 게) 모험이 될 수 있으니 그랬을 것이다. 배우는 선택 받는 입장 아닌가. 그런 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지금까지 해온 코믹한 캐릭터를 잘 유지하면서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대화하다 보니, 그간 연기를 통해 보여준 ‘센’ 얼굴이 실제 본인 모습과는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하다.
강단있는 모습은 실제 나와는 정반대다.(웃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면 주변 사람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서 강단있게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전보다 외향적으로 변한 것 같다.

장편 영화 <입술은 안돼요> 촬영을 마쳤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다. 주연 배우로 무려 류승룡, 오나라를 캐스팅했다.
두 배우 다 워낙 표현력도 성격도 좋다. 말하지 않아도 내 고충을 이해하는 부분이 있어서 나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분들이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라 그동안 글로 (감정을) 많이 해소했다. 그 결과물이 단편 영화 <2박 3일>(2016)이다. 그 영화를 본 지인이 연출을 권했다. 처음에는 흘려 들었는데 머릿속에 그림이 명확하게 떠오르고 이런 지점을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하게 됐다. 지금은 후반 작업 중이다.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 역할까지 경험해보니 변화하는 점도 생기는지.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좀 더 깊어지고 좋아지는 느낌이다. 그림을 고민하는 측면에서도 배운 게 많다.

<입술은 안돼요>를 개봉하면 감독으로서 또 인터뷰를 하게 될 텐데.
(고민스러운 얼굴로)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웃음) 인터뷰가 너무 어렵다. (대화가) 익숙해질 때쯤 되면 (기자들이) 가버린다. <카센타> 기자회견때도 정말 많이 떨었다. 아는 사람이 보더니 얼굴이 엄청나게 빨개졌다고 하더라. 내가 어색하면 할수록 (자세를) 구부리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고, 그게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서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더 떨리는 건가…(웃음) 여전히 (매체와 만나는 자리는) 어색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물론 다음날 있을 일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때가 행복하다.


사진 제공_트리플픽쳐스

[mail:got.park@movist.com]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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