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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에 따라 플랫폼을 선택할 뿐” 넷플릭스 <인간수업> 제작 윤신애 대표

2020년 6월 11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넷플릭스 <인간수업>은 스튜디오329에서 제작했다. 윤신애 대표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진한새 작가의 대본을 읽고 꼭 만들고 싶었으나 민감한 소재와 스토리에 지상파는 처음부터 배제하고 들어갔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드라마의 시청을 완벽하진 않아도 차단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다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렸고, 성공했다. 청소년 성매매라는 주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 공론화하는 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싶었던 윤 대표의 의도가 어느 정도 달성된 셈이다.

<인간수업> 이전 스튜디오329가 제작한 <탑 매니지먼트>는 유튜브 프리미어 전용 숏폼으로 구글에서 지원했다. 윤 대표는 제작을 결정하면서 소재나 장르, 플랫폼을 구분하지 않는다. 스스로 ‘잡식성’이라고 농담할 정도. 신선한 작가를 발굴하고 그의 독창성을 최대한 끌어 올려 참신한 작품을 만든다. 이후 가장 적합한 플랫폼에 내보낸다. 아이템에 따라 플랫폼을 선택할 뿐이라는 윤 대표를 화상으로 만났다.


Q1.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중 화제성과 만듦새 면에서 손에 꼽힐 정도다. 좀비 사극 <킹덤> 못지않다. 넷플릭스와 협업 과정은.
진한새 작가의 글을 읽고 꼭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소재와 내용이 민감해 지상파는 힘들겠더라. 여러 채널을 모색하다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대략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설명하는 열 장 정도의 피칭 문건과 대본 두 개를 작성해 일단 메일로 보냈고, 한번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촬영과 후반작업 완료 후 작년 12월에 넷플릭스 측에 보냈다. 공개까지 꽤 시간이 걸렸는데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주시고 반응도 좋아 다행이다.

Q2. 처음부터 지상파를 배제했을 정도로 고교생 성매매라는 것은 파격적인 소재다. 제작 결정에 망설임은 없었나. 또 <인간수업>을 해야 했던 이유는.
처음에 대본을 읽다가 덮었으나 잊히지 않았다. 그만큼 인물이 잘 살아 있었다. 평소 청소년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으나 쉽게 접근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한 번도 다루지 않았었다. 청소년 성매매가 사실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그냥 뉴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가출팸 등 여러 이슈가 있는데 말이지. 우리가 정말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한 팩트를 보는 게 중요하고 그런 면에서 필요하겠다 싶었다. 또 이런 얘기가 나와주면 공론화해 함께 논의할 수 있겠더라. 사회적으로도 사람들이 콘텐츠를 많이 접하고 분별력이 높아졌기에 이젠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인간수업>이 특히 좋았던 것은 시선과 방향을 한쪽으로 특정한 것이 아니라 다층적으로 접근한 점이었다. 진지하게 접근할 연출자를 찾다가 김진민 감독께 부탁했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2007)을 함께했기에 그가 어떤 재미나 자극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사실 결정하기 전에 대학생 큰아이한테 보여줬었다. 성격이 매우 진중한 친군데 1화와 2화를 보여주니 “엄마, 이 정도면 우리가 잘 소화할 수 있어요”라는 거다. 걱정하지 말고 하라고 북돋아 주더라.

Q3. 김진민 감독이 ‘잘못하면 매를 많이 맞겠지만, 본인에게 의뢰가 왔을 때 답해야 한다는 작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무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또 <인간수업> 관련해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그렇잖아도 나는 회사를 문 닫을 수도, 김 감독은 앞으로 연출 쫑 날 수도 있다고 농담하기도 했었다. (웃음)

<인간수업> 관련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었다. 수업처럼 듣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형식인데 그중 한 분이 놀라울 정로도 리얼하게,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정확히 표현했다고 하시면서 용기 내줘 감사하다고 하시더라. 공개 직전 n번방 사태 등이 터지며 현실이 더 무섭다는 생각과 혹시 우리에게 어떤 프레임이 씌어 지지 않을지 겁도 났던 상황에서 그 말을 듣고 사실 위안을 좀 많이 받았다. (웃음) 또 유튜브 등에 올라온 <인간수업> 속 장면, 대사, 소품 등이 상징하는 것을 디테일하게 분석한 리뷰를 읽곤 한다.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꼼꼼히 잘 파악하셔서 놀랐다. 극 중 인물의 꿈과 상상을 통해 고민한 부분을 전하고자 했는데 분석한 내용을 보니 어느 정도 잘 전달됐고, 작품 의도에 공감해 주신 것 같다.

Q4. 수위와 방향성, 현장 분위기까지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들었다. 그 신중한 접근이 관객에게 전달됐다고 본다.
감독님이 신경을 쓴다고 해도 혹시라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여성 감독인) 엄혜정 촬영 감독님을 모셨다.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또는 나오는) 시선조차도 잘못되거나 일방적인 시선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카메라 앵글과 시선, 현장 분위기까지 고민했고, 할 수 있는 만큼 디테일하게 신경 썼다. 또 누군가는 키스 신 등이 전혀 없어 놀랐다는 반응인데 그런 것은 아예 생각조차 안 했다. 폭력 자체가 스타일리쉬하거나 미화되는 것을 철저히 배제했고, 캐릭터를 주관적으로 바라보다가 객관적으로 빠져나오기를 바랐다. 사이사이 블랙코미디 요소를 넣은 이유다. 감정 이입과 나오기를 반복하길 원했는데 김 감독님이 이런 리듬을 잘 살려주신 것 같다.

Q5. 진한새 작가와 <인간수업>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건가. 아니면 전부터 교류가 있었는지.
진 작가와는 (그가 글을 쓰지 않았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다. 원래는 글 쓰기를 제안하려고 만났는데 대본을 쓰고 있다고 하길래 보여 달라고 했다. 두개 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인간수업> 1부 초고였다. 워낙 메리트가 있는 글이라 도전해 보자 했고, (말했듯이) 넷플릭스가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넷플릭스와 작업하려면 대본이 무조건 완성돼야만 슛이 들어갈 수 있어 완성한 후 촬영에 들어갔다. 작은 수정은 있었지만, 대체로 그대로 갔고, 1~2부 찍고 3~4부 찍는 등 드라마 전개 순서대로 촬영했다.

Q6. Studio 329를 이끌고 있다. 숫자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다. <인간수업> 이전에 제작한 <탑 매니지먼트>는 유튜브 프리미엄 오리지널 시리즈였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과 작업하면서 느낀 점은. 특별한 메리트가 있던가.
‘329’는 소설 ‘어린 왕자’에서 따왔다.(기자 주: 왕자의 다섯 번째 방문지임)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제작비나 계약 구조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는다. 사실 제작하는 입장에서 파트너사나 플랫폼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우린 신선한 작가들을 발굴해 그들이 독창성 있는 이야기를 뽑아내면, 이에 어울리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즉 아이템에 따라 플랫폼을 달리 가는 전략인 거다. 지상파는 지상파의 장점이 있으니 그에 맞는 이야기는 지상파로 보내고, <인간수업> 같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은 시청을 차단할 수 있는 넷플릭스로 보내는 식이다.

구글이나 넷플릭스와 협업하면서 메리트라고 한다면 제작비 측면에서의 안정성이다. 제작비를 맞추기 위해 별도의 작업 없이 오직 작품을 잘 만드는 데만 전념하면 된다. 확실히 장점이다. <탑 매니지먼트>로 처음 구글과 작업할 때 당황했던 게 휴대폰 등 일체의 협찬이 없다는 거였다. 현실감을 살리려 오히려 한 회사가 아닌 여러 회사 제품을 사용했었다. 구글도 넷플릭스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공개하기에 PPL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가마다 해당 제품과 회사의 이미지가 달라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지. 이런 점 외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Q7. <인간수업> 공개 직후 시즌2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을 것 같다. 여지를 남겨뒀지 않나. (웃음) 또 넷플릭스를 배제하고 시퀄, 프리퀄 등 파생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건가.
<인간수업>과 관련된 작업은 넷플릭스와 하기로 협의돼 있다. 어떤 것을 하든 말이다. 그 외 다른 플랫폼은 생각할 수 없고 한몸으로 가야 한다.(웃음) 시즌2에 대해선 배우와 스태프들도 묻는다. 일차적으로 넷플릭스가 결정할 문제다. 진 작가 역시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우리와 다른 작품을 하는 게 있어 일단 그것에 집중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Q8. 드라마가 성공할 경우, 즉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보거나 작품성을 인정받는다든지 하는 경우 제작사에 어떤 리워드 혹은 보너스가 있는지.
제작자로서 뿌듯하고 함께한 배우들에게 길을 닦아줄 수 있어 기쁜 것이지 반응이 좋다고 어떤 이익이 따르진 않는다. 말했듯 8월에 촬영 종료해 12월에 후반작업 끝내 보냈고, 이미 정산도 깔끔하게 다 끝난 상태다. 반응이 좋아 일단 기분 좋고, 시즌2의 가능성이 열린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Q9. 스튜디오 329에서 제작 결정 시 우선 고려 사항은. 또 준비 중인 작품 소개를 부탁한다.
박예진 배우와 <크라임 퍼즐>, 진 작가와 함께 준비 중인 작품, <웨딩 임파서블>을 순서대로 선보일 것 같다. 편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일순위로 보는 것은 대본이다. 만들었을 때 창피하지 않을 정도 수준에 처음 기획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겠다 싶으면 시작한다. 스스로 웃으며 잡식성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말 그대로 장르는 전혀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을 시청자도 공감하도록 하는 게 스튜디오의 목표이고, 작가가 흥미를 느끼는 것을 찾는 것이 내 일이다. 일방적으로 쓰라고 해서 글이 뽑아지나. 작가와 만나 수다 떨고 밥 먹고 계속 이야기한다. '어떤 작품 좋아해, 요즘 무슨 일 해?' 등등을 물어보고 그가 쓴 글을 보고 어떤 방향이 맞을지 같이 고민한다. 그렇게 그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내 신선한 작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적합한 플랫폼에 내보내는 것 정도가 우리의 지향점이라 하겠다. 또 신인 작가에게도 기회를 과감하게 주고자 한다. 만약 신인 작가라면 베테랑 감독을 매칭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메이드하는 식이다. 시청자들 역시 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Q10. 마지막 질문! <인간수업>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또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일은.
<인간수업>은 아주 보람 있는 작품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기획대로 70% 정도만 나와주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그보다 정말 훨씬 높은 점수를 주고 싶더라. 진 작가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참여한 배우가 크게 사랑받고 있어 그 사실이 너무너무 좋다. 그들이 감사하다고, 요즘 너무 좋다고 내게 문자 보내곤 하는데 그런 문자를 받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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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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