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오래 사귄 남자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진아’(이연희)는 스키장 비정규직 일자리를 잠시 내려두고 지구 정반대 편의 아르헨티나로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현지에서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을 만나고, 두 사람은 인파가 즐비한 광장과 재래시장을 함께 걸으며 설레고 산뜻한 감정을 느낀다. 여러 커플의 에피소드를 두루두루 담아낸 <새해전야>는 ‘진아’와 ‘재헌’ 커플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에는 언감생심이 돼버린, 여행지의 낭만을 재현한다. ‘진아’역을 맡은 이연희는 관객이 “언젠가는 또 저렇게 사람 많은 곳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마 영화를 본 뒤에는 전에 누리던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결혼전야> 이후 홍지영 감독의 작품에 다시 출연했다.
‘전야’ 시리즈라고 하면 나는 너무 출연하고 싶다. 다양한 커플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밝은 내용을 좋아하는 편이다. 감사하게도 <결혼전야>에 이어 두 번이나 참여하게 됐다. 물론 <결혼전야> 때 날씨가 좌우하는 제주도 촬영을 너무 빡빡하게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웃음) 아르헨티나도 각오하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긴 했다. 다행히 순조롭게 촬영할 수 있었다.
‘진아’는 오래 사귄 남자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스키장 비정규직 일자리를 잠시 내려둔 채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나도 20대 중반에 뜻하지 않게 잠깐 쉬었던 적이 있다. 그때 어떻게 휴식을 취해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쉼없이 달려온 내가 이때 아니면 또 언제 혼자 여행을 해보겠냐는 생각이 드니 막연하기는 해도 떠나게 되더라. 항상 매니저 오빠의 도움으로 살아왔는데 혼자 비행기 티켓을 끊고 호텔을 예약하면서 재미도 있고 뿌듯한 느낌도 받았다. 여행지에서 남들의 시선을 느끼지 않고 혼자만의 여유를 가졌는데 크게 재충전이 되더라. 그 경험에 대입해보면서 ‘진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처음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진아’는 막막해하고 외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열심히 한다는 마음 하나로 달렸는데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늘 헌신하고 사랑을 줬던 사람에게 이별 통보까지 받았으니 그 심정이 어땠을까.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으로 오기는 했지만 정작 도착해서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복잡미묘한 감정이 물밀 듯이 밀려왔던 것 같다. 그걸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여행을 거치면서 ‘진아’는 지금이 인생의 비수기가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시에스타였다는 말을 하는데, 여행 끝에 내린 결론의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서 마음에 와닿았다.
‘진아’가 기력을 되찾은 건 현지에서 와인을 배달하는 한국인 ‘재헌’을 만난 뒤부터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과수 폭포도 가고, 탱고도 춘다.
탱고는 보름 정도 짤막하게 연습했던 터라 굉장히 걱정했다. 현장에 가니 춥기도 하고, 구두를 신고 있는 데다가 루프탑이 약간 기울어져 있어서 중심 잡기가 쉽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더라.(웃음) 그래도 담아내야 할 그림은 다 담아서 예쁜 장면이 나온 것 같다. 실수투성이지만 장난스럽고 아기자기한 ‘진아’의 모습이 잘 드러났던 것 같다. 남녀 간의 무드가 담긴 그 상황을 귀엽게 봐주셨으면 한다.
상대 배우 유연석과도 여러 이야기를 나눴겠다.
유연석은 의류 모델을 하던 시절부터 서로 알고 있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작품과 인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새해전야> 촬영 당시 유연석이 ‘칠봉이’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뒤라 한창 바쁠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친 내색 없이 잘 해내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까지 보여주더라. 인간적으로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19으로 촬영 당시와는 상황이 여러모로 많이 다른 시점에 개봉을 하게 되는데.
촬영 당시에는 이런 상황이 올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새해전야>는 2019년 말에 촬영을 마쳤고 2020년 1~2월부터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됐다. 그 뒤로 영화와 드라마 촬영이 어려워지더라. <새해전야>가 거의 마지막으로 해외 촬영을 할 수 있었던 터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관객으로서는 우리 영화를 보고 언젠가는 또 저렇게 사람 많은 곳에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아마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전체 촬영 작품 수 자체가 줄어든 만큼 배우로서도 코로나19 이후 피부로 와 닿는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촬영 작품 수가 현저히 줄었다. 개인적으로도 일이 현저히 줄었다는 게 좀 어려운 부분이다.(웃음) 하지만 그만큼 콘텐츠가 다양한 곳을 통해 나오게 됐으니 그게 (산업적으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 안방에서 보는 드라마라는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만큼 배우에게도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오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싶나. 웨이브 오리지널 <만신>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있는 얼굴도 좋았다.
<만신> 덕분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머리 탈색도 해봤다.(웃음)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앞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20대 때는 ‘청순’ 같은 수식어가 날 대변하고 만들어왔다면,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내 나이를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연기하지 않는 때에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접하나.
소설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무래도 소설책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니 어떤 책이 있는지 좀 찾아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쇼코의 미소>라는 책을 알게 됐는데 참 좋았다. 임경선 작가의 <가만히 부르는 이름>도 재미있게 읽었다.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다.(웃음) 글로 적혀 있지만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는,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넷플릭스도 자주 보는데 파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에밀리 파리에 가다>나 <뤼팽>도 재미있게 봤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여행하기 어려워진 뒤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최근 반려 식물을 키우게 됐다. 아침마다 드립 커피를 내리는 것도 행복하고, 일과에 대해 생각하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얼마 전에는 눈이 왔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눈 내리는 모습도 좋았다.
사진 제공_에이스메이커
[mail:got.park@movist.com]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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