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THE WORLD OF US , 2015

영화 우리들은 메인 포스터처럼 상큼한 영화가 아니다. 아이들만 잔뜩 나오지만 아동, 어린이 영화라고만 볼 수도 없다. 만약 그랬다면 영화의 제목은 아이들이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영화이며 그게 꼭 유년시기의 감정만을 내세운 영화도 아니다. 학교, 사회, 단체, 심지어 온라인 어디에서든 영화에 나온 감정의 공감대는 형성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제 막 영화계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신인 윤가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다. 장편으로는 첫 영화임에도 상영되자마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해외, 국내 할 것 없이 수많은 상들을 가져다 준 영화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인도, 일본, 프랑스, 인도 등 수많은 나라에 초청 받아 상영이 되었으며 그것에 후보에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영화상을 받은 특별한 영화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줄거리는 소설을 읽는 것처럼 감정선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한 아이가 전학을 온다. 그런데 그 아이는 방학에 전학을 오게 되고 그때 유일하게 만나는 아이가 선이라는 아이다. 전학 온 아이의 이름은 지아다. 선과 지아는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되고 사소한 일들로 금방 친하게 된다. 지아 입장에선 낯선 곳에서 처음 본 아이였기 때문에 의존 하고 싶었을 것다. 그래서 매우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그런데 선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 아이였다. 선은 내심 불안하기도 했지만 지아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토록 갈망했던 친구를 갖게 된다. 하지만 사실 지아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거리낌 없이 선에게 다가가게 되는 형태다. 그렇게 둘은 아이들같은 행복하고 재미있는 방학을 함께 보내게 된다. 서로 집도 왕래하면서, 가끔은 선물도 서로에게 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서로의 차이점이 나타난다. 선이 집이 매우 좁고 가난하다면 지아는 가난하진 않으나 엄마가 키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점은 서로에게 상실감을 주지만 선보다는 지아에게 더 큰 상실을 가져다 준다. 사실 물질적인 것보다 인간에게 더 큰 페혜를 주는 건 대부분 정신적인 것이니깐. 어쨌거나 둘은 사이좋은 이런 관계를 유지하며 방학을 잘 보내게 된다.

문제는 개학 후다. 개학 하자마자 전학생 지아는 선의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선은 반에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왕따였으며 친구도 하나 없는 아이였다. 천천히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학원이었다. 지아는 처음 가는 낯선 학원에 선을 데리고 함께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선은 그것을 거절한다. 이 거절의 문제는 자본의 문제다. 돈이 별로 없는 선의 집안 형편상 선을 학원 보내기 넉넉치 않았던 것. 그것을 알지 못하는 지아는 선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학원에서 지아가 친하게 지내게 되는 것은 선을 주도적으로 왕따를 시키고 있던 보라라는 아이였다. 보라는 학원에서 지아에게 선에 대해 나쁜 이야기만 하며 선과 지아를 결국 갈라놓기에 이른다. 이렇게 선과 지아는 사이가 나빠지며 외로운 둘의 싸움은 점점 극화되어 간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그 후의 내용은 중요한 스포일러이기에 말하지는 않겠지만 영화는 이 정도의 줄거리만 봐도 전체 흐름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처음 선과 지아가 친해지는 과정 중에 하나였다. 빈 교실에서 둘이 만났을 때의 그 어색함. 그리고 점점 친해지는 그 과정들이 조금 낯설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선이 지아와 친해지려고 적극적이면서도 망설이는 장면들이 자꾸 포착되는데 (카메라를 핸드로 들어 흔들리게 한다던가, 선의 눈망울을 크게 확대하여 보여준다던가 하는 쇼트) 이것은 이런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왕따를 당하고 있던 선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무엇인가 잘못 되었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자기가 너무 못났거나 자기가 다른 사람이 없는 아주 크고 흉칙한 어떤 점이 있기에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아와 처음 만나며 친해지는 과정에서 적극적이기 보다 방어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 또 이렇게 지내다 이 아이도 나를 무시하면 어쩌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하는 불안이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즉, 선이라는 아이의 의식에는 잠재적으로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이 심각하게 있을 수도 있다. 왕따라는 문제는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교, 회사, 사회에서도 충분히 겪고 있는 문제다. 그것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간혹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살인 같은 극단의 일도 저지르기도 한다. 이것은 아이들 문제이기 전에 사회의 문제기도 하다. 그런데 이 문제의 발단은 어떤 시스템과 사회라는 구성원 전체의 문제인데 모두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되는 현상, 이 현상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그렇기에 이 개인 역시 결국 자신을 학대하고 자신에 대한 혐오증까지 가질 수도 있는데, 이 영화에서 선이 망설이는 지점이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다.

또 영화는 왕따 문제로만 현상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왕따이기 전에 이 둘이 싸움의 절정으로 가게 된 부분은 결국 사회구조적인 문제였다. 한명은 가난이었고 또 하나는 외가족 이었다. 둘은 함께 웃고 있었지만 결국 이 서로 다른 지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어쩌면 왕따라는 하나의 현상은 극복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가난과 엄마 없음, 에는 참아도 참아도 견딜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아이들만의 단순한 왕따 문제, 그들만의 정서 문제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영화에는 참 좋은 설정의 조연들도 많이 나온다. 특히 선의 동생인 윤이라는 아이와 왕따로 친구들을 몰리게 하는 보라라는 아이다. 윤이 나오는 지점은 대부분 지아와 선의 관계를 극도록 높여주는 부분, 혹은 분위기 전환 때 자주 나온다. 윤은 타영화로 치면 감초역할인 셈인데 귀여운 외모와 말하는 방식 등을 이용하여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러다 윤의 역할이 가장 부각되는 부분이 후반에 나온다. 윤은 선과 지아의 싸움을 자신의 유치원 생활을 빌어 아주 적절하고 단호하게 말해주고 있다. 또 윤의 결정적 대사는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또 이 영화가 왜 비극적이기만 한 영화가 아닌지 보여주고 있다.
다소 악역을 맡은 보라도 눈에 띈다. 시종일관 얄밉고 재수 없게만 느껴지는 역이지만 후반에 들어 보라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해 주는 부분이 나온다. 그때 관객들은 잠시나마 보라에 대한 원망을 뒤로하고 이 아이 역시 같은 우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윤가은 감독은 역할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모든 역할에 개성과 사연을 불어넣어주고 그들을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세상에는 누구도 사연 없는 악은 없다. 심지어 싸이코패스도 유년기의 어떤 행동들과 트라우마에 의한 결과일 때가 많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 모든 역을 배려한 감독의 능력은 매우 빛나 보인다.
우리들의 유년 시절은 어땠나. 혹은 현재 우리가 속한 사회의 관계는 어떤가. 이 특별한 영화를 보며 그것들을 한번 다시 생각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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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sung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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