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2023
영화는 편집의 예술인 반면 뮤지컬은 실전 무대 예술이다. 스토리에 중심을 둔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감동을 전한다. 그래서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경우 현장감은 줄어드는 대신 무대는 더욱 화려하고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그 차이를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뮤지컬 영화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은근히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헤드윅이나 물랑루즈 같은 작품은 재미있게 봤지만 의외로 라라랜드, 레미제라블은 그 정도로 재밌게 관람하진 못했는데..
어쨌거나 뮤지컬로 더욱 유명한 안중근의 이야기 영웅은 과거 서세원이 감독한 도마 안중근보다는 훨씬 괜찮았던 작품임에도 그렇게 큰 임팩트는 남기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국뽕 또는 신파 전문 감독으로 인상이 굳어진 윤제균 감독의 작품이었다는 점은 오히려 그 이름값이 문제가 되었고, 뮤지컬 그 이상의 볼거리가 과연 영화로 채워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약간은 의문이 드는 바이다. 전쟁씬과 도주 장면 등으로 전반부를 채우긴 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잘 아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이었으니.
안중근의 이야기는 우리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내용이기에 이를 왜곡하거나 과장할 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에 최대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실존 인물이 아닌 설희(김고은)의 존재는 매우 어색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어긋나게 만드는 느낌도 주고 있다. 기존의 뮤지컬에도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기에 당연히 가져다 쓴 것이겠지만, 여성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굳이 조선의 마지막 궁녀와 연결해야만 했는지! 즉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왜 가져다 쓴 것인지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그녀는 복수를 위해 잠입했다는 명분과는 달리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기 전까지 이토 히로부미(김승락)의 수발이나 드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어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군다나 마지막 가장 중요한 거사를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정체를 까발리며 히로부미에게 달려들다가 작전을 망쳐버릴 뻔한 모습을 보인 것은 설희라는 캐릭터를 욕받이로 쓰고자 함이었는지, 아니면 극적인 연출을 위해 그녀를 그렇게 쓰고 버리려던 계획이었는지. 진정 이 선택이야말로 이 영화가 저지른 최악의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며 이는 오직 클라이막스를 위해 존재하는 작품이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후반부에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 안중근(정성화)이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뒤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에게 편지를 받고 사형당하던 그 장면까지! 우리에게 몹시도 익숙한 바로 그 장면들이 영화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다. 물론 그렇기에 영화로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직접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하얼빈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바로 그 장면은 이 영화가 시작하는 맨 처음에 미리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관객들은 그 순간을 기다리며 나머지 이야기에 빠져들었을 것이고, 딱딱 무대에 맞춰서 순서대로 이어가는 뮤지컬과 다른 느낌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래는 좀 줄이는 대신 배우들의 표정 연기로 감정선을 표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이며, 후반부의 클라이막스 스토리를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져가는 것도 나름의 특색있는 방안이 아니었을까 싶다.
며칠 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제 모델인 독립운동가 황기환의 유해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이자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구에도 그의 유해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하루빨리 그의 영혼이 그가 바라던 독립 국가 대한민국에서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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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
뮤지컬 영웅을 관람한 적이 없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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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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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윤제균배우: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장르: 드라마, 뮤지컬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0분 개봉: 12월 21일 간단평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으로 국내 최초 쌍천만 흥행을 기록한 윤제균 감독이 신작으로 돌아온다. 그간 감독 본인이 수장으로 있는 JK필름의 대표이자 제작자로 <히말라야>(2015), <공조> 시리즈 등 여러 흥행작을 선보였지만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은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이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다. 2009년부터 10년 넘게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는 국내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드라마가 보강되고 연출도 바뀌었다. 회령 전투 신을 비롯해 원작에선 나오지 않는 시퀀스들이 추가되고 인물의 얼굴을 가깝게 잡아 감정과 표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장면이 전환되는 구간에선 뮤지컬에서 막이 내리는 듯한 연출로 뮤지컬 영화로서의 특색도 살렸다. 우려했던 신파도 과하지 않다. 역사적 비극이 담고 있는 본연의 아픔에 감정적 과잉을 구태여 더하지 않는다. 다만 중간중간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을 넣어 밸런스를 잡으려 한 시도가 역으로 몰입을 방해한다는 인상이다. 안중근 역의 정성화는 원작의 오리지널 캐스트로서 뮤지컬에서 쌓은 공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이밖에도 김고은, 박진주 등 노래 실력이 출중한 배우들과 조우진, 조재윤, 나문희 등 연기력으로 흠 잡을 데 없는 베테랑 배우진이 다수 참여했다. 전체 분량의 70%에 가까운 뮤지컬 넘버를 배우들이 롱테이크 속에서 동시녹음했다. ‘누가 죄인인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등 유명 넘버들을 무대가 아닌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재해석해 뮤지컬과는 또다른 감상을 준다. 당초 2020년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수차례 연기된 끝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2022년 12월 21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