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를 깨는 자는 목숨이 위태로운 혼돈의 조선 말기.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
그 앞에 소리가 하고 싶다는 소녀 ‘진채선’(배수지)이 나타난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우연히 듣게 된 신재효의 아름다운 소리를 잊지 못한 채 소리꾼의 꿈을 품어 온 채선.
그러나 신재효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선의 청을 단호히 거절한다.
채선은 포기하지 않고 남장까지 불사하며 동리정사에 들어가지만 신재효는 그녀를 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 개최하는 전국의 소리꾼을 위한 경연 ‘낙성연’의 소식이 들려오고
신재효는 춘향가의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남자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지닌 채선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채선이 여자임이 발각되면 모두가 죽음을 면치 못하는 위험 속, 채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데…
1867년,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 이야기 <도리화가>
* 출연진의 다른영화 :
예고영상
도리화가 桃李花歌 , The Sound Of A Flower , 2015
추운 겨울에는 감동적인 영화를 찾게 된다.
더운 여름엔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액션영화나 SF영화를 찾는게 당연하듯, 눈 내리는 겨울 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 보고 있으면 지금 밖에 내리는 흰눈이 마치 축복을 하는 듯한 추억 속의 영화 속 장면들로 빠져들다보면 영화가 주는 포근한 감성은 겨울을 넉넉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핫팩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 <도리화가>는 그런 겨울 감성에 매우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조선말 흥선대원군 시대. 여성 판소리는 금지되어 오직 남자들만의 영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소리에 대한 매력을 알고 또한 추억을 간직한 소녀 진채선(배수지)는 소리가 슬프고 아프고 이쁘다며 소리에 대한 열정으로 여성이 배제된 이 장르에 도전하게 된다.
소리 학원이라 할 수 있는 동리정사의 수장인 신재효(류승룡)은 당연히 여성의 판소리를 배제하고 채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라면 보면서 듣고 웃고 울며 즐기는 것에 남성과 여성의 구분은 필요 없을터이고 또한 남성의 소리의 외 여성의 소리를 더욱 잘 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소리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니 이 성차별 시대에 아이러니가 생긴다.
한편 흥선대원군은 낙성연을 열어서 소리 경연을 펼치는데 여기서 필요한 인재를 뽑는 장에 채선이 여성임을 숨기고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이 들통나 목숨까지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고 이들은 이제 마지막 해법으로 오직 소리를 향한 한가지 희망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소리에 대한 애정과 시대를 거스르는 재주. 그 사이에서 인물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소리를 내는데...
수지가 주연을 맡은 부분에 많은 우려와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많았다. <건축학개론>으로 느닷없이 한국영화계의 신데렐라로 나타나 아이돌 스타이면서 국민 영화배우로 탄생한 수지에게 판소리가 얼핏 실패할 것이라는 걱정도 당연히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고 수지가 실제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관객들은 그런 우려와 의심을 모두 뒤로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수지 말고도 출연 배우들이 모두 직접 소리를 내어 연기를 한 것에 감탄을 하게 되고 그들의 노력에 역시 배우들이라는 인정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
전문 소리꾼의 목소리를 입히지도 않았고, 특정 소리에 대한 접목도 하지 않았으며 그저 영화대로, 소리대로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로 부딪쳤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렇게 자연스러워졌고 그만큼 낯설지 않은 부드러움으로 다가왔다. 특히 동리정사의 소리 선생이자 판소리 명창으로 나온 송새벽(김세종)의 소리는 조연이라기 보다도 주연처럼 탁월하다. 그의 어눌한 목소리와 발음이 판소리로 표현될 때 그동안 몰랐던 그의 목소리의 매력이 새롭게 다가온다.
또한 응답하라 1988에서 재밌는 캐릭터로 출연중인 동리정사의 소리꾼 이동휘(동룡) 안재홍(김정봉)의 조합은 판소리 영화의 재미를 주면서 응답하라 1988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기묘한 즐거움을 주는데 영화가 개봉되면서 역시 한창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사극으로 출연한 모습은 의외로 신선하다.
류승룡과 배수지의 조합보다 조연들의 조합들이 오히려 더 볼거리가 많고 김남길의 포스는 흥선대원군의 목소리와 표정을 그대로 가져온 듯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의 장사정이나 <무뢰한>의 정재곤하곤 전혀 다른 눈빛으로 영화 후반부 분위기를 압도하는 아우라를 발휘한다.
영화 <위플래쉬>를 보면 마지막 연주 장면에서 마치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영화의 모든 것이 응집되어 폭발하듯이, 연주가 끝나면 아무리 영화라지만 극장 스크린 앞이던 PC 모니터 앞이던 일어서서 절로 박수를 치게 되는 감정의 북돋움을 경험하게 된다. 자존심의 밑바닥을 만나며 나의 존재 가치의 끝을 보다가 결국 그 모든 것을 허물 듯 격정적으로 발산하는 소리와 분위기는 <위플래쉬>에 대한 관객의 찬사들이 왜 그런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주는 장치라 볼 수 있다.
<도리화가>에는 그런 폭발이 없고 오히려 신재효와 진채선의 로맨스가 한줄기 흐른다. 소리에 대한 기억보다 오히려 그 속에 빛을 내는 로맨스를 찾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배에 밧줄을 묶고 온몸이 악기가 되어 빗속에서 소리를 내던 절대 훈련의 모습보다 아슬아슬한 감정의 은유가 더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서편제>나 <천년학>, <파리넬리> 처럼 무대가 있고 소리를 내는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주변으로 휩싸이는 격동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시대를 거스르는 인물들의 고군분투가 있어 무언가에 온 인생을 다 쏟는 열정의 모습 자체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자 포인트이다.
<손님>의 우룡처럼 가진 재주의 모든 것을 쏟다가 모든 것을 잃을 뻔한 신재효 역의 류승룡은 탄력있는 연기와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믿음직스럽고 의외의 성과를 낸 진채선의 배수지는 어려운 사극에서 그것도 판소리라는 특정 장르에서 거침없는 연기 행보를 보여주었기에 더 이상의 연기 논란이나 우려는 이 영화 <도리화가>로 모두 씻어낸 듯 하다.
다가오는 연말, 한 편의 영화로 포근한 겨울을 보내고 싶을 때 <도리화가>는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나라 감성을 한가득 실어다 줄 것이다. 부모님과도 함께 보면 좋을 영화이다.
판소리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분
수지를 좋아하는 분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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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데뷔작 <전국노래자랑>으로 이웃들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던 이종필 감독의 차기작인 <도리화가>는 1993년 <서편제>이후 전통 소리를 소재로 한 반가운 영화다. 조선 후기 판소리를 집대성한 판소리 대가 신재효와 금기와 편견을 깬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 명창 김세종 등 실존인물에 스토리를 입힌 작품으로 영화에 쏟은 정성과 배우들의 노력이 곳곳에 묻어난다. 촬영 6개월 전부터 판소리를 연습한 배수지를 비롯 안이호 명창에게 소리와 북을 배우며 기본기를 쌓은 류승룡과 송새벽은 자연스럽고 생생한 소리꾼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초의 판소리 학당인 ‘동리정사’와 경복궁 경회루의 낙성연의 꼼꼼한 재현과 전국을 누빈 방대한 로케이션을 통해 포착한 절경은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거기에 동리정사의 소리 선생 김세종을 연기한 송새벽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보여주는 ‘명창’의 면모와 웃음을 이끌어 내는 감초 연기는 일품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서사구조와 풀어내는 방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 속에서도 거듭 강조하는 춘향과 심청을 모두 담은 채선의 모습에 집착한 탓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더해지는 채선과 신재효의 애정선은 부담스럽다. 거기다 흥선대원군까지 참여하는 삼각관계는 고개를 가로젓게한다. 하지만 잔잔한 OST와 함께 채선과 신재효의 엇갈리는 시선과 나레이션은 나름 애틋하다. 설경 속 뒷 모습이 인상적인 <도리화가>는 배우 배수지의 잘생김과 단아함이 무엇보다 두드러진 영화다.
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young@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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