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중학교 때부터 답안지를 1번으로 채우거나, 게임 문제로 부모님과 심한 갈등을 빚거나, 학교에 가면 ‘잠’만 자던 친구들이 달라졌다. 하고 싶은 일이 전무한 상태로 고 3이 된 학생들, 직업 교육을 위해 아현산업정보학교를 찾은 그들은 방승호 교장을 만난다. 모험과 놀이 등을 활용한 특별한 상담법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주려 노력하는 방 교장과 교장실을 자청해서 문이 닳도록 드나드는 친구들. <스쿨 오브 락(樂)>은 격식없이 다가가는 선생님과 이에 열린 마음으로 부응하는 학생들이 어울려 빚어낸, 즐겁고 유쾌한 다큐멘터리다. 작품을 연출하고 기획한 강호준 감독과 이미진 피디를 만났다.
강호진 감독은 <파밍 보이즈>(2016), <워터 퍼핏: 커튼 뒤의 비밀>(2014) 등을 연출했고,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콘텐츠나무를 이끌고 있다.
이미진 피디는 <올드 마린 보이>(진모영 연출), <보이 후드>(이동한 연출), <돌고래와 나>(이정준 연출) 작업에 참여했고, 바심픽쳐스에 속해 있다. 해외에 국내 다큐를 알리고 세일즈 하는 네트워킹을 보유한, 업계에서 몇 안 되는 프로듀서다. (feat 강호준)
세 청년의 해외 농장 체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파밍보이즈>(2016)에 이어 이번에는 좀 더 어린 학생들로 시선을 돌렸다. 영화의 시작과 계기는.
강호준 감독(이하 강호준) <파밍보이즈> 이후 아이템을 찾던 중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선생님에 관한 기사를 하나 접했다. 교장선생님의 이야기가 신기하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마침 사무실이 신촌이라 가깝기도 해서 한 번 찾아뵙고자 했지. 언론 노출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약간은 있는 상태에서 방문했었다. 그런데 실제 가보니 아이들의 표정이 달랐다. 진짜구나 싶었지.
인문계 학생들이 고3 한 해 동안 직업 교육을 받는 ‘산업정보학교’는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알기 힘든 교육시스템이다.
강호준 사실 나도 몰랐고, 직업학교로 불리던 15~20년 전에는 마치 유해시설처럼 지역에서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하더라. 한데 막상 가보니 전혀 그렇지 않고, 학생들의 활기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교장실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얘기가 오래 이어지질 않는다. 꼭 누군가가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오거든. 덕분에 방 교장선생님은 오후만 되면 다크서클이 내려온다고 하지? 그런 모습이 되는데 또 아이들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힘을 내곤 하더라. 그 상황을 한쪽 구석에 앉아 카메라로 담으면서 참 신기한 광경이다 싶었다.
이미진 피디(이하 이미진) 선배(강호준 감독)의 제안으로 합류했는데 3학년 때 직업 훈련을 받는 시스템이 새롭게 느껴졌었다. 처음에는 선생님 한 사람으로 인해 학생들이 크게 변한다는 데 의문이 들었다. 직접 만나 보니, 학생들이 먼저 이야기하더라. ‘선생님으로 인해 자신들이 바뀌었다고’, 그러니 믿을 수밖에. (웃음)
교장실을 수시로 방문하다니! 게다가 자발적으로. (웃음)
강호준 믿기지 않지? 그렇게 적극적이고 활기찬 아이들이 본교(원래 소속된 고등학교)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러 간 적이 있다. 어떤 친구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더라. 또 어떤 친구는 복도를 지나가면 마치 홍해처럼 길이 갈라지기도 하는 거다. 그만큼 소외되고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더라.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저마다 다르지만, 직업반을 따로 분리해 관리하는 곳도 있고 또 공부에 관심 없는 학생들을 (진학 준비하는 학생에게) 마치 유해한 요소처럼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본교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는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 100점을 맞았다고 자랑하고, 수업시간에 있던 일에 대해 떠들곤 한다. 학교가 아이들의 자발적인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스쿨 오브 락(樂)>은 학생 개개인을 비추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변화를 이끈 방승호 교장에 초점을 맞춘다.
강호준 2017년 3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학교라는 공간이 촬영에 장애 요소가 많아 그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또 아현산업정보학교에 온 학생 중 집안 사정 등 개인적인 정보의 노출을 꺼리는 부분도 있어, 학생이 아닌 선생님을 중심으로 풀어가게 됐다. 애초에 생각했던 긍정의 이야기로 풀어보겠다는 의도에도 마침 부합했고,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은 교장선생님의 열정이 대단하셔서 이를 꼭 전하고 싶었다. 그 결과 잭 블랙이 주연한 영화 <스쿨 오브 락>(2003)처럼 엉뚱한 선생님이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방식으로 학생들과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가져갔다. 여담인데, 촬영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나니 학생들도 익숙해져 (나를) 마치 교직원을 대하듯 하기도. (웃음)
영화에서도 잠깐 나오는데 학생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양한 진로로 나간 듯하다.
강호준 몇 년에 걸쳐 촬영한 덕분에 여러 학생을 비출 수 있었다. 실용무용학과에 진학한 친구, 게임 기획자로 방향을 정해 관련 학교에 간 친구, 현재 게이머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친구, 학교(아현산업정보학교)로 돌아가 게임 실습 조교로 활동하는 친구도 있다. 영화 연출을 목표로 현재 조명 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도 있고, 학교를 떠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
게임대회 후 짜장면 먹는 시퀀스에서 ‘19년 만의 첫 행복’이라고 얘기한 친구의 행복해하는 얼굴을 정말 잊을 수 없다.
이미진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많은 분이 그 친구를 언급하신다. 그 친구는 정말 학교에서 ‘락’(樂)을 찾은 거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사회에 나가기 전 몇 년의 시간이 주어지니 그 기간에 인생의 목표를 정하거나 재구성하지만, 이들은 졸업하고 바로 사회에 나가니 그럴 수가 없다. 1년의 기술 교육을 통해 보통 자격증을 획득하는데 그건 자격증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하면 된다는 마음과 용기를 얻어가는 거다.
강호준 그 친구도 게임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그뿐만 아니라 비슷한 마음을 표현한 친구가 여럿 있었다. 첫인상은 꽤나 침 좀 뱉을 것 같았는데 (웃음), 아침에 손수 밥을 해 먹고 오는 친구도 있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친구로, 통학거리가 멀어 아침 일찍 집을 나와야 하는데 새벽밥을 부탁하긴 죄송하니 스스로 챙기는 거지.
방 교장선생님은 ‘잘했어’ 한마디가 지닌 힘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흔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씀하는 데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뜨끔했다. 학생-선생 사이 소통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다.
강호준 교장선생님이 학생들과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은 일방이 아닌 양방이라는 것과 소통방식에 관해 배웠다. 학생들은 시험이든 대회든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대체로, 미리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교장선생님은 먼저 안타깝다고 (학생의) 속상한 마음이나 의기소침한 기분을 어루만진다. 아쉽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했다는 격려를 전한 후 (학생의) 이야기를 대체로 들어준다. 이런 대화의 방식은 학생에게만 아니라 선생에게도 마찬가지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잘하게,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기다려 주는 게 당신의 역할이라며 연차, 휴가 등을 쓸 수 있는 한 써서 재충전하라고 먼저 권유한다고 하는데 참 대단하시다. 자연히 선생님들도 교장선생님을 따르게 되고, 덕분에 교장선생님이 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당시에 형성된 좋은 분위기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영화 말미에 잠깐 전하긴 하지만, 교장선생님의 근황에 대해 좀 더 알려준다면.
강호준 교장 임기가 5년이다. 촬영 종료 얼마 후 임기를 마치고 학교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학생연수원에 자원해 가셨다. 현재 가천에 계신다. 작년 초부터 코로나가 터져 학생들의 연수가 전면 중단되지 않았나. 한시도 가만히 못 있는 분이라 게임이나 영어로 짠 학습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온라인으로 진행 중인데 굉장히 호응이 좋다고 한다. 이례적인 수강 신청수를 기록하고 계신다고. (웃음)
이미진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7집 가수였는데, 그 사이에 ‘미세먼지’를 타이틀로 8집 앨범을 내셨다. (웃음)
<스쿨 오브 락(樂)>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강호준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런 질문을 던지다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됐다. 촬영하면서 아이와의 대화법이 달라졌다. 뭔가를 가르치고 알려주기보다 몸으로 놀아주고 그런 놀이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니 한마디 말도 더 효과가 크더라. 스태프들과의 관계도 변했다. 좀 더 기다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됐다. 성장의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관객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이미진 한 사람의 선생님이 이렇게 많은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 선생님들이 많이 보면 좋겠다. 오늘도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하는 강사분들의 단체 관람이 있었다. 영화 속에 자세히 드러나진 않지만, 교장선생님이 바뀌니 함께 일하는 선생님도 바뀐다. 한마디 말을 해도 ‘해’가 아닌 ‘해줄래?’ 즉 지시형이 아니라 헬프형으로 한다. 학생들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그러다 보니 학교 폭력도 줄어들게 된다.
강호준 감독과 이미진 피디, 두 분의 시선은 앞으로 어디로 향할까. 계획 중인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강호준 구체적으로 아직 못 찾았는데 긍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면 좋겠다. 아파트 단지에서 심야에 큰 소리가 나면 가구수의 30%정도만 불이 켜진다고 한다. 유리창이 깨지면 50%, 여자의 비명소리이면 100%가 불이 켜진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보다 그 파편에 사람들이 다칠까 봐 깨진 유리를 쓸고 있는 모습을 담고 싶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려 묵묵히,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미진 현재 한국전에 참전했던 유엔 21개국 군인들의 마지막 나날을 담은 <마지막 소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다수가 따르는 진로를 택하지 않은 젊은 친구나 세대에게 관심이 있어,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최근 소소하게 즐거운 일이 있다면.
강호준 일주일에 사흘 정도 경기북부 창업사관학교에서 콘텐츠 뉴미디어 관련된 스타트업 대표를 대상으로 코칭 강의 중이다. 교장선생님이 보여준 치어리딩을 참고로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나 역시 젊은 시절에 진로에 대한 불안감에 많이 자문했었다. 나보다는 확신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잘했다’ 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진 선배와 비슷하다. 최근에 드라마 제작협회에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관련 특강을 맡아 했다. 주로 20대 중, 후반인 수강자를 만나 다큐에 관해 이야기하고 다양한 다큐를 소개하는데 그런 시간이 참 즐겁더라.
사진제공_영화의 온도
[mail:eunyoung.park@movist.com]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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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답안지를 1번으로 채우거나, 게임 문제로 부모님과 심한 갈등을 빚거나, 학교에 가면 ‘잠’만 자던 친구들이 달라졌다. 하고 싶은 일이 전무한 상태로 고 3이 된 학생들, 직업 교육을 위해 아현산업정보학교를 찾은 그들은 방승호 교장을 만난다. 모험과 놀이 등을 활용한 특별한 상담법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주려 노력하는 방 교장과 교장실을 자청해서 문이 닳도록 드나드는 친구들. <스쿨 오브 락(樂)>은 격식없이 다가가는 선생님과 이에 열린 마음으로 부응하는 학생들이 어울려 빚어낸, 즐겁고 유쾌한 다큐멘터리다. 작품을 연출하고 기획한 강호준 감독과 이미진 피디를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