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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둡고 날 선 이야기일 수도”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김은희 작가

2021년 8월 9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K-좀비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가 특별 에피소드 ‘아신전’을 공개했다. ‘아신’은 생사초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쥐고 있는 인물, 시즌2의 엔딩에서 예고한 대로 이번 에피소드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차가운 땅 북방 국경지대를 무대로 펼쳐진다. 아신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내면에 쌓이고 쌓인 한(限)과 분노가 마침내 폭발해 냉혹하고 자비없는 응징에 나서는데 무엇이, 누가 그를 피의 복수 길로 밀어 넣었을까. “가장 어둡고 날이 선 이야기일 수 있다”고 말하는 김은희 작가를 화상으로 만났다.

우선, <킹덤> 시즌1과 2에 이어 특별 에피소드인 ‘아신전’까지 공개한 소감 한마디!
감사하다. 조선의 이야기로 끝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는데 북방까지 왔다. 이후의 확장도 가능할까 싶어 설레기도 한다.

‘아신’역으로 전지현 배우를 염두에 두고 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메이드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웃음) 이에 전지현 배우는 ‘좀비’라도 흔쾌히 참여했을 거라고 답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어떤가.
<베를린>(2012), <암살>(2015) 등을 보며 전지현 배우가 지닌 명랑하고 화려한 이미지와 다른 내면의 슬픔을 발견했었다. 아신이 마음속 깊이 슬픔을 간직한 데다 활 솜씨 등 무사적인 기질이 뛰어난 인물이라 액션까지 소화할 배우로 전지현 아닌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존재감이 대단했다. 활을 쏘고 벌판을 달리고 지붕 위에 오르는데 액션도 아주 멋있더라. 특히 벌판을 달리는 시퀀스에서는 무척 놀랐다. 마치 잘 벼린 칼같이 보였다. 대사 없이 감정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캐릭터를 너무 완벽하게 표현해줘서 고맙다.

‘아신’이 50여 분이 흐른 후 등장하는 데다 대사 또한 거의 없는데 과연 존재감과 장악력이 대단하더라.
아신은 극 중 가장 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어떠니, 아프지 않니, 외롭지 않니’하고 아무도 물어봐 주지 않는 거지. 유일하게 나눈 대화가 아버지와 마지막 나눈 ‘돌아가자’는 말 정도다. 사실 돌아갈 곳도 없는데 말이다. 이런 뼛속 깊은 외로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결과가 대사가 거의 없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아신’ 캐릭터는 언제부터 구상한 건지.
<킹덤>을 시작할 때부터 구상한 캐릭터는 아니다. 시즌2의 초·중반쯤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생사초가 차가운 성질을 지닌 풀이니 북방, 그러니까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 오지 않았을까 막연하게 상상했다. 또 그곳에 굉장히 한이 맺힌 캐릭터가 있으면 어떨지 등을 떠올리며 구체화했다.

‘아신’은 조선에 귀화한 여진족, ‘성저야인’이다. 최하층 계급에 여성인데, 인물의 배경을 이렇게 가져간 까닭은.
<킹덤> 시즌1과 2는 ‘서비’(배두나), ‘창’(주지훈), ‘조학주’(류승룡) 같은 기득권층의 어떤 결정이 극을 이끌어 왔다고 생각한다. 점점 커져가는 킹덤의 세계관에서는 여러 계층의 인물이 중심으로 들어오기를 바랬다. ‘창’도 왕위를 내려놓았지 않나. 리서치하면서 성저야인의 기록을 접했는데 누구한테나 업신여김을 당했던 최하층이더라. 그들은 밀정 같은 험한 일을 도맡아 온 계층인데 그들의 한을 다룬다면 한층 깊이 있는 접근이 될 거로 생각했다.

‘못된 조선 군관을 응징하는 여진족’이라는 일부의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신은 어떤 집단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이다. 북방지대의 거친 환경 속에 조선인과 파저위의 대립, 성저야인의 고된 삶 등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조선 군관과 파저위는 단지 악한 존재가 아니다. 이번 ‘아신전’에서는 그들의 선한 면이 부각되지 않지만, 이후 이야기에는 그들의 여러 면모가 드러나면서 이런 오해가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아신과 파저위 등의 캐릭터가 이어지는 세계관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또 시즌3은 어느 정도 집필했나.
말했듯 완벽한 선인도 악인도 없다. 목적에 따라 맹렬히 달려갈 뿐이다. 성곽이나 지형지물이 있는 남쪽과 달리 북방은 광활한 공간이다. 이런 곳에 생사역이 퍼진다면? 또 왕위를 내려놓은 ‘창’은 더 이상 그를 도울 부하도 군관도 없는 상태라 아신과 비슷한 처지다. 파저위는 파저위를, 조선인은 조선인을 살리려 할 것이고 아신은 두 집단 모두 파멸하기를 원한다면 창의 생각은 좀 다르지 않을까. 인물 간의 시너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시즌3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어 확신하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러프하게 흐름을 잡았다. 결말도 어느 정도는 나와 있는 상황이다.

전작에서 보인 K-좀비의 활약을 기대했던 분들 중 일부는 어둡고 잔잔한 흐름에 당황한 모양새다. 호불호가 엇갈린다.
호불호도 작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아신전’은 아신이라는 인물의 소개와 그가 한(限)을 가지게 된 이유와 이로 인한 극한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액션보다 감정의 깊이를 고려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쓴 작품 중 가장 ‘어둡고 날이 선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기대했던 방향과 달라 아쉬울 수 있지만, 기획의도 자체가 그렇다 보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처절한 복수’라는 표현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깊고 어두운 내러티브와 분위기더라.
아신전은 다크하고 우울한 감정이 중요한 작품이라 톤의 정도와 씬의 이유에 대해 굉장히 고민했다. 연출한 김성훈 감독과는 각본 단계부터 대화를 많이 하고 고민을 공유하다 보니 이제는 ‘아’하면 ‘어’하고 바로 캐치하는 수준이다. 완성된 톤과 영상, 수위에 만족한다.

시즌3은 아마도 북방을 주 무대로 할 것인데, 북방은 환경적인 면에서 남쪽과는 또 다르다. 춥고, 거칠고, 광활하다. 백성 입장에서 남쪽도 살기 힘들겠지만, 북쪽은 더 힘들었겠다 싶은 게 관리의 횡포에 야인의 침략까지 더해져 삶이 더 척박할 수밖에 없겠더라. ‘아신전’에는 이런 북방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고, 감독님과 여러 스태프분들이 화면만 봐도 춥고 스산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잘 구현해 주셨다.

아신, ‘민치록’(박병은), 파저위 부족장 ‘아이다간’(구교환)의 선택을 보면 선과 악이 아닌, 상황과 상황의 대결로 보인다.
모든 인간이 마냥 착하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악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행동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 원인을 제공하는 인간이 있는 것 아닌가. 시즌2의 ‘안현’(허준호)은 강직하고 올곧은 인물이지만, 조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이번 ‘민치록’도 마찬가지다. 충성을 바치는 조선을 위해 악한 결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이다간’도 마찬가지다. 킹덤이라는 세계 자체가 역병이 퍼진 극한 상황이라 이런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물들은 다양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킹덤> 시리즈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시즌별로 키워드를 꼽는다면 시즌1은 ‘굶주림’, 시즌2는 ‘혈통’ 이번 아신전은 ‘한’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질문은 ‘정치란 무엇인가’라 할 수 있다. 정치가 잘못되면 피지배계층, 그중 최하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돼 있다. 자연스럽게 키워드가 배고픔과 한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에피소드인 ‘세자전’ 소식도 들리는데.
사실은 세자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의 전사에 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늙은 왕과 혼인한 중전(김혜윤)의 이전 인생은 어땠을까. 서비의 출신은 어디일까, 혹시 북방과 가깝지 않을까 등등 상상이 끝없이 이어진다. (웃음) 인물마다 전사를 생각하고 정리해 놨는데, 세자의 전사도 있긴 하지만… 제작된다면 감사하겠지만 아직까지 글로 완성되지도 않았고 결정된 사항도 아니다.

<킹덤> 시리즈는 'k-좀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해외에서 공개 때마다 인기다. 어떻게 체감을 좀 하는지.
영어를 못해서 (웃음) 반응을 잘 못 찾아본다. 게다가 겁이 많아서 원래도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주변에서 전해주는 이야기가 전부인데 꿈인가 싶기도 하고, 몰카인가 이런 느낌도 있다. 만약 사랑받고 있다면, 한국적인 서사와 풍경이 서양의 좀비를 만나 새롭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좀비 자체보다 한복과 갓 그리고 궁궐 등 한국적인 요소에 호기심이 작용한 것 같다.

김성훈 감독은 ‘아신전’에 대해 몇 장의 시놉시스만 읽고도 전율이었다고, '킹덤' 시리즈 중 가장 완벽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어떻게 동의하는지? (웃음)
음… 그렇다면 시즌 1과 2는 떨어졌다는 말씀? (농담이고!) 나도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김성훈 감독은 내가 고민 고민하다 약간은 포기하고 넘어갔던 부분이 있으면 귀신처럼 그 지점을 짚어낸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자극을 준다. 나중에 보면 그냥 넘어갔으면 큰일이었겠다 싶은 지점이 있어, 자극을 줘서 고마울 뿐이다.

지금까지 흔한 ‘실패’ 없이 연속 히트작을 내고 있다. 비결은 뭔가.
매 작품마다 좋게 봐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아쉬운 부분이 있고, 특히 내가 소홀히 했더니 보인 구멍이 있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든 메우려고 하고 정신적으로 해이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김성훈 감독이 고마운 게 (말했듯) 그런 미세한 지점을 캐치하고 끌어올려 준다. 영상 콘텐츠는 작가가 혼자 만들 수 없는 것 아닌가. 좋은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태프와 만나야 시너지가 발생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좋은 분들과 같이하려고 노력한다.

김성훈 감독과는 오랜 인연으로 알고 있다. 첫 만남과 <킹덤>으로 어떻게 뭉치게 됐는지, 궁금하다. (웃음)
처음 만난 건 김 감독도 나도 힘든 시기였다.(웃음) 김 감독은 이전 작의 흥행 스코어가 안 좋아서 계속 퇴짜를 맞는 와중에 영화 <끝까지 간다>(2013)의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었다. 나는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2010)의 극본을 써 작가라는 타이틀은 붙였지만, 아무도 다음 작품을 제안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힘들고 어둡던(?) 시기에 만나 맥주를 마셨는데 참 여성스러우면서도 조용한 외양 아래 격정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 놀랐었다.

이후 <끝까지 간다>를 보고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싶어 하는 분이라 생각했다. 드라마 <시그널>이 끝나고, <킹덤> 제안을 넷플릭스에게 하니, 조선 좀비라는 소재가 괜찮을 것 같다고 흔쾌히 수락하더라. 새로운 이야기에, 파격적인 에너지를 지닌 분이 누구일지 생각하니 바로 김성훈 감독이 떠올랐다. 김 감독에게 제안하자, 괜찮을 것 같다더라. 너무 쉽게 넘어온다고 생각했다. (웃음) 아마도 재난 영화 <터널>을 끝낸 후라 조선시대 좀비에 끌리지 않으셨나 싶다. 겉으로는 사근사근해 보이나 안으로는 파격을 갈구하는 창작자다.

<시그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후속편 계획은 없나. 기다리는 팬이 많다.
<시그널>은 개인적으로 소중하고 각별한 작품인 데다 못다 한 이야기가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당장은 힘들어도 은퇴하기 전이라도? (웃음) 한데 작가 혼자만의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라서… 하지만 열심히 발로 뛰어 여건을 만들어 보려는 의욕은 크다.

요 근래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아닌가 한다. 남편 장항준 감독의 방송출연과 재치 있는 입담을 통해 여러 에피소드가 들려온다. (웃음)
내가 사실 그렇게까지 유명하진 않다. 남편이랑만 안 다니면 잘 몰라본다. 정말 남편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 방송 중 내 언급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방송 출연을 막아보련다! (웃음) 덕분에 욕먹지 않도록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끊이지 않고 하게 되긴 한다.

<킹덤>의 주역 주지훈, 전지현 배우와 함께 드라마 <지리산>을 준비 중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자라서 레인저가 되면 ‘지리산 그녀’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전지현 배우의 캐스팅을 제안했다. 밝고 반짝반짝 빛나는 인물이고, 주지훈 배우는 그에게 당하는(?) 신입이다. <지리산>은 사극인 <킹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이야기라 놀랄 수도 있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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